[D:쇼트 시네마㊵] '목욕', 씻겨내지 못한 얼룩들

류지윤 2023. 7. 14.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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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직원(박세인 분)은 건조한 눈빛으로 목욕탕을 찾는 손님을 맞이한다.

옥상 난간에서 뛰어내린 소녀의 과거를 유추해 보면, 이 목욕탕은 삶과 죽음 사이의 그 어디쯤 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이들은 각자의 지우고 싶은 기억을 뒤로하고 목욕탕을 나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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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아름 감독 연출

OTT를 통해 상업영화 뿐 아니라 독립, 단편작들을 과거보다 수월하게 만날 수 있는 무대가 생겼습니다. 그 중 재기 발랄한 아이디어부터 사회를 관통하는 날카로운 메시지까지 짧고 굵게 존재감을 발휘하는 50분 이하의 영화들을 찾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모두가 잠든 새벽이 되면 문을 여는 목욕탕이 있다. 모든 기억이 씻기고 사라지는 곳이다. 오늘도 손님들은 기억을 지우기 위해 목욕탕을 찾는다. 직원(박세인 분)은 건조한 눈빛으로 목욕탕을 찾는 손님을 맞이한다.

하지만 매일 밤 열쇠 하나가 반납되지 않는다. 목욕탕 안에서 자신의 상처를 씻지 못한 채 울고만 있는 소녀(이다빈 분)다. 보다 못한 다른 손님이 나가면서 요구르트를 건네며 소녀에게 전해달라 부탁한다. 이미 직원의 책상에는 전달되지 못한 요구르트가 쌓여있다.

직원은 결국 목욕탕 안에 들어가 보기로 한다. 오늘은 소녀를 보내야만 한다. 직원은 옷을 벗기고 상처를 지워주기 위해 몸을 씻겨주지만, 소녀와 직원의 기억에 교차된다.

과거에서 울고 있는 소녀는 학교 폭력 피해자, 직원은 학교 폭력 방관자로 마주하고 있다. 소녀는 옥상 끝에서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직원은 외면한다.

소녀의 울음 소리가 직원의 귓가에도 울려 퍼지며 괴롭기만 하다. 직원은 오늘도 문이 닫힐 때까지 소녀를 내보내지 못했다.나갈 수 있는 것과 남겨지는 것 사이, 소녀 뿐만 아니라 직원도 여전히 그 자리에 남아있다.

'목욕'은 몸을 씻는 행위를 기억을 지워주는 판타지 장치로 치환해 이야기 소재로 삼았다. 옥상 난간에서 뛰어내린 소녀의 과거를 유추해 보면, 이 목욕탕은 삶과 죽음 사이의 그 어디쯤 되는 공간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소녀는 상처 속에서, 직원은 죄책감이란 얼룩을 스스로 지우지 못해 스스로 고립을 택한다. 추상적인 비유들이 나열됐지만, 메시지만큼은 직관적이다. 이들은 각자의 지우고 싶은 기억을 뒤로하고 목욕탕을 나갈 수 있을까. 러닝타임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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