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치 밑돈 실적 낸 에코프로, 황제주 대관식은 언제
공매도 세력 반격 예상…8월 MSCI 한국지수 편입 예상 등 호재도
올해 초 이차전지 소재 업체 에코프로를 두고 여의도 증권가와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은 극명하게 갈렸다. 당시 주가수익비율(PER)이 높은 초고평가 주식에 대해 개인들은 미래 성장성을 고려할 때 추가 상승을, 증권 전문가들은 '이제는 제자리를 찾아가야 할 때'라며 하락을 점쳤다. 설왕설래가 벌어지는 동안 공매도 세력은 주가 하락에 베팅했다. 6개월여 시간이 지난 지금 개인들의 완승으로 끝나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13일 코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3.91% 오른 95만6000만원에 장을 끝마쳤다. 장중 99만4000원까지 치솟으면서 황제주 자리를 넘보기도 했다. 전일 시장 예상치보다 부진한 2분기 실적 발표로 하락했지만 하루 만에 반등했다. 14일 96만7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에코프로 주가는 9시15분 현재 2.62% 오른 98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 10일 장중 100만원을 돌파하며 잠깐 황제주 자리에 올랐던 에코프로가 황제주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게다가 황제주 등극 여부를 떠나 에코프로의 주가 오름세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수준으로 급하게 올랐기 때문이다. 1년 전만 해도 에코프로 주가는 6만7500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100만원을 넘보고 있다. 수익률로 환산하면 1300%가 넘는다.
에코프로를 주가를 끌어올린 주체는 개인 투자자다. 개인 투자자는 연초 이후 에코프로를 1조7200억원어치나 샀다. 코스피·코스닥 합쳐 POSCO홀딩스(5조원)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들였다. 다음으로 에코프로비엠(1조1650억원)·SK이노베이션(6735억원)·LG화학(6120억원) 순이다. 이와 달리 기관은 7630억원을, 외국인은 9364억원어치 에코프로 주식을 팔았다.
매수 매도 시점에 따라 수익률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단순 계산하면 연초 이후 개인들의 평균 매수단가는 52만9376원이다. 평균 70%대의 수익률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오르는 이유 설명할 수 없다" vs "이차전지 미래 보고 투자"
증권 전문가들은 에코프로 주가 급등에 당황한 모습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광기 수준의 주가라고 말하는데, 그게 딱 맞다”라고 짧게 답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 금리 인상 등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선 대개 종목 장세가 나타나는데, 투심이 한 종목에 급격히 쏠리다 보니 에코프로와 일부 종목 빼고는 지지부진한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도 에코프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인데도 에코프로에 대해선 두 달 전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이 발간한 리포트가 마지막이다. 두 증권사는 리포트에서 에코프로의 시가총액이 적정 가치를 일찍이 뛰어넘었다며 투자의견 ‘매도’와 ‘중립(Hold)’으로 설정했다. 목표주가는 각각 45만원, 40만원을 제시했다.
이처럼 전문가들은 비이성적인 투자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개인들은 이들의 셈법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국내 증권가에서 매도 리포트가 나왔던 5월에도 이차전지 시장의 성장을 근거로 에코프로의 상승을 지지하기도 했다. 최근 주식 커뮤니티나 종목 토론방에는 수천 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인증이 속속 등장했다. 에코프로에 투자하지 않았던 개인 사이에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며 포모(FOMO) 증후군을 호소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 vs 공매도 세력…개인이 승기?
에코프로 주가 오름세가 지속되자 시장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을 무력화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코프로의 주가 상승이 공매도 세력의 ‘숏커버링’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에서다. 숏커버링이란 공매도에 나섰던 투자자가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자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시 주식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개인들이 에코프로 주가를 계속 끌어올리자 차익을 보지 못한 채 공매도 세력들이 주식을 빠르게 매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공매도 포털 잔고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공매도 잔고 수량은 129만9870주로 지난달 1일 180만6130주 대비 28% 넘게 감소했다. 공매도 잔고가 줄어들 것은 공매도 세력들이 주식 매수에 나서는 행위, 즉 숏커버링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최근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잔고가 줄어든 것으로 보아 숏스퀴즈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단순하게 추정해보면 지난달 1일 공매도 세력들이 주식을 56만2000원에 팔아치운 후 10일 96만5000원에 다시 사들였다면 40만원가량 손해가 발생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매도 잔고 대량 보유자로는 모간스탠리·골드만삭스·메릴린치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다만 공매도 세력이 완전히 철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대차잔고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차잔고가 증가했다고 해서 공매도 물량이 확정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공매도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대차잔고가 늘기 마련이다. 지난달 19일 기준 대차잔고는 472만여주로 주식 상환 규모가 늘면서 이달 5일엔 435만주로 감소했다. 그러나 지난 6일 대차체결주수가 29만967주, 10일과 11일, 12일 모두 11만여주가 체결되면서 대차잔고는 448만주로 늘었다.
공매도 세력의 반격이 예상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아랑곳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8월 기업설명회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구성 종목 편입 등 호재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재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8월 MSCI 리뷰 결과 에코프로, 한화오션, JYP Ent. 등이 편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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