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신상빌딩 절반이 공실"…상업용 부동산 불황에 1020조원 허공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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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0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의 공실 사례를 13일(현지시간)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근무 형태 변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이 엄청난 평가손실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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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0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된 뉴욕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의 공실 사례를 13일(현지시간) 전했다. 맨해튼 허드슨강 주변의 철도 기지창에 건설돼 뉴욕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허드슨야드'는 완공 4년이 지나도록 절반이 비어있다. 전체 92층 건물의 50%(지난달 말 기준)가 공실이다.
까르띠에, 코치, 디올 같은 명품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 로레알·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의 사무 공간이 공존해 있는 이곳은 벌집 모양의 건축물 '베슬'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장기간 공실이 이어지면서 가격은 주변 시세보다 낮다. 2019년 완공이 끝난 뒤 임대를 시작하자마자 터진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고, 고강도 통화 긴축으로 상업용 부동산 경기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수년째 고전하고 있다.
허드슨야드처럼 초고층 럭셔리 빌딩들의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건물가치 평가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는 전날 '팬데믹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건물가치 평가손실액이 8000억달러(약 10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근무 형태 변화와 금리 인상 등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급증하면서 상업용 부동산이 엄청난 평가손실에 직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이번 조사는 역사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높았던 전 세계 9개 도시(뉴욕, 샌프란시스코, 휴스턴, 파리, 런던, 뮌헨, 도쿄, 베이징, 상하이)를 대상으로 했다. 맥킨지는 재택근무와 하이브리드 근무(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의 혼합 형태) 확산과 고금리 여파가 맞물리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한 수요가 향후 수년간 팬데믹 이전 수준 이하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는 오는 2030년까지 최소 13%, 최대 38% 수준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맥킨지가 추정한 평가손실액 8000억달러는 2019년 자산가치 대비 26%가 급감한 것이다. 추가 금리 인상 등의 변수가 더해질 경우 하락 폭은 42%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맥킨지는 "팬데믹 이후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근로자 비중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해 37%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며 "손실액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동산 데이터 분석업체인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치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시작한 지난해 3월 이후 현재까지 27%나 떨어졌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반등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락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회복되기까지 6년이 걸렸다. 텍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리차드 바캄은 "이번 불황의 경우 회복기가 10년까지 갈 수 있다"고 봤다.
길어지는 불황에 대비해 고육지책으로 텅 빈 오피스 빌딩을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맥킨지는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이 도래하면 사무실 공간 축소 흐름을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부동산 개발업자나 건물주들이 오피스 빌딩을 주거 복합 건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불황의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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