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무의 파이트 클럽] '왕십리 호나우두' 박준용, 그가 랭킹에 신경쓰지 않는 이유

김식 2023. 7. 14. 09: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UFC 랭킹이요? 저는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미국 종합격투기 UFC에서 활약 중인 파이터 박준용(32·코리안탑팀)은 랭킹 진입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이같이 답한다. 겸손한 것일까. 아니면 승부욕이 없는 것일까. 더 화끈한 대답을 기대했는데 살짝 아쉽다.

박준용은 2019년 UFC 데뷔 후 6승 2패를 기록 중이다. 최근 3연승을 달리면서 랭커로서 충분히 자격이 있음을 증명했다. 하지만 박준용 생각은 다르다. 그가 랭킹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아직 부족하고,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굳이 줄 세우는 숫자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마음이다.

"저라고 왜 타이틀이나 랭킹에 욕심이 없겠어요. 하지만 결국 UFC 현장에 와보면 느끼게 되더라고요. 세상에 센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미국에서 훈련해 보면 나 정도 되는 사람들이 수십 명은 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실력이 돼야 이름을 걸 수 있는거죠. 저도 한국에선 잘한다는 얘길 많이 듣지만, 여기 오면 그냥 고만고만한 선수일 뿐이에요."

UFC 데뷔 후 6승 2패를 기록 중인 박준용(왼쪽)은 오는 16일 알베르트 두라예프를 상대한다. 사진=UFC


박준용은 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팩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나이트: 홈 vs 부에노 실바’ 대회에서 알베르트 두라예프(34·러시아)와 상대한다. UFC 데뷔 후 처음으로 치르는 코메인이벤트다. UFC가 박준용의 실력과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작 그는 코메인이벤트에 큰 의미를 두진 않는다. 역시 박준용답다.

"솔직히 코메인이벤트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합니다. 그냥 경기를 빨리하는 걸 좋아해요. 상대만 생각할 뿐이지 몇 번째 경기인지는 상관 없습니다. 상대를 쓰러뜨리고 홀가분하게 쉬고 싶네요."

최근 3연승 중인 박준용은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가치를 한껏 끌어올릴 수 있다. 동시에 한국 선수 타이기록인 UFC 4연승 기록을 세운다. UFC는 날고 긴다는 파이터가 모두 모인 끝판 무대다. 연승을 이어가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UFC 코리안 파이터 1호로 18전을 치렀던 ‘스턴건’ 김동현도 4연승이 최장 기록이었다.

"격투기 선수라면 (김)동현이형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고 있죠. 동현이 형은 상대를 가리지 않고 경기를 많이 뛰면서 승률까지 높은 선수였습니다. 그런 선수의 뒤를 따라간다는 것은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에요. 그래서 동현이형 기록을 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박준용은 유독 라스베이거스에서 많이 싸웠다. 주로 '파이트 나이트' 대회에 많이 참가하다보니 경기가 열리는 장소인 UFC에이펙스가 친숙하다. 그런데 라스베이거스에서 경기하는 것이 즐겁지만은 않단다. 좋지 않은 모습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이제 다 외웠죠. 여기저기도 많이 가봤는데, 겉만 화려하지 홈리스(노숙인)도 많고, 거리에서 마약 하는 사람도 많더라고요. 요즘에는 호텔에 머물면서 훈련과 감량에만 집중합니다."

16일 박준용이 상대하는 두라예프는 러시아 연방 체첸 공화국 출신이다. 러시아 삼보 챔피언, 러시아 최고 MMA 단체 ACB(현 ACA)에서 웰터급-미들급 더블 챔피언을 지냈다. 강력한 그래플링과 정교한 타격을 모두 갖춘 웰라운드 파이터다.

박준용은 그동안 러시아 선수들과 여러 차례 싸운 경험이 있다. 직접 러시아로 건너가 치른 경기도 두 번이나 된다. 그동안 맞붙었던 러시아 파이터는 타격가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이번에 대결하는 두라예프는 레슬링 베이스가 탄탄하다. 역시 레슬링이 강점인 박준용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박준용은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준비했다. 사진-UFC


"같은 러시아 선수지만 그동안 싸운 선수와는 결이 다르더군요. 그래서 타격과 그라운드 모두 신경 써서 준비했습니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보고 상황에 맞게 대처할 계획입니다."

박준용은 최근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2'에 출연하면서 화제가 됐다. 격투기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축구도 잘해 놀랐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단다. 알아보는 사람도 훨씬 늘었다고. 사실 그는 일주일에 3~4번씩 조기 축구에 나갈 정도로 축구에 진심이다. K5리그에도 뛸 정도로 실력이 만만치 않다. 옥타곤에선 '아이언 터틀'로 불리지만 그라운드위에서 별명은 '왕십리 호나우두'다.

지금은 UFC 경기 출전을 위해 '뭉쳐야찬다'를 잠시 떠났다. 하지만 이번에 화끈하게 이기고 기분 좋게 축구공을 차겠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요즘 축구장에서 많이 알아봐주세요. 특히 조기축구하는 어르신들이 좋아해 주십니다. 방송을 통해 원래 좋아했던 운동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안정환 감독님과 이동국 코치님도 잘하고 오라고 응원해 주셨어요. 이번 시합도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꼭 이기는 경기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 일간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