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하늘, 수도권 일부 내일까지 250㎜ 더 퍼붓는다

유병돈 2023. 7. 14.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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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전선 영향으로 강한 빗줄기 당분간 지속
수도권 호우특보 해제됐지만 안심하기엔 일러
밤새 침수·정전 등 전국에서 폭우 피해도 속출

밤새 강한 장맛비가 전국적인 호우특보가 발효될 정도로 쏟아진 가운데 15일까지 돌풍과 천둥·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전국에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밤새 내린 세찬 빗줄기에 각종 피해가 속출했다.

강한 장맛비가 쏟아지고 있는 11일 서울 이화교 인근에서 주민들이 우산을 쓰고 이동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기상청에 따르면 14일 오전까지 서울·인천·경기북부와 강원중·북부내륙·산지에는 시간당 20~50㎜, 경기남부와 강원남부내륙·산지, 충청권, 전라권, 경북북부내륙은 모레까지 시간당 30~80㎜의 매우 강한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15일까지 전국 누적 예상 강수량은 ▲중부지방(강원동해안 제외)·전북·경북북부내륙 100~250㎜(충남·전북 400㎜ 이상, 경기남부·강원남부내륙과 산지·충북 300㎜ 이상) ▲강원동해안·전남권·경상권 50~150㎜(전남권 200㎜ 이상) ▲제주도 5~60㎜ 등이다.

장맛비는 20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강우량이 많을 뿐 아니라 빗발이 매우 강할 가능성이 높다. 대기 상황 등에 따라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강수량이 80㎜를 넘어설 수 있다.

14일부터 15일까지는 정체전선과 그에 동반된 저기압이 분리되면서 전선이 남하하고, 저기압 뒤편에서 내려오는 차고 건조한 공기와 세력을 확장한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부는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정체전선이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좁은 지역에 매우 강한 비가 내리면서 지역마다 비의 강도와 강수량 차이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부터 수도권 전역에 내려졌던 호우특보는 14일 오전 해제된 상태다. 서해 5도는 14일 0시, 인천은 오전 5시, 서울과 경기지역은 오전 6시30분을 기해 호우주의보가 해제됐다. 다만 기상청은 경기남부를 중심으로 다시 호우특보가 발효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여름 장마가 이어지고 있는 13일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서 산책로가 출입통제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간밤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졌다. 밤새 강수량은 경기도 창현(남양주) 195.5㎜를 비롯해, 노원(서울) 193.5㎜, 청평(가평) 179.0㎜, 구리 172.0㎜, 오산 170.0㎜, 남이섬(춘천) 176.5㎜ 등이었다.

수도권과 충청권, 전라권에 70~80㎜의 비가 내렸으며, 서울에도 시간당 30㎜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13일 오후 9시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 전역에 내려진 호우주의보를 호우경보로 변경해 발령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도 같은 날 오후 8시30분을 기해 중부지방에 호우특보가 확대되면서 위기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단계를 3단계로 상향했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장마는 13일까지만 전국의 평균 누적 강수량이 316.8㎜에 달했다. 이미 7월 평년(1991년~2020년 평균) 강수량 288.5㎜를 훌쩍 넘어선 수치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밤새 내린 폭우에 전국 곳곳에서 피해도 속출했다. 수도권에서는 인명피해가 없었지만, 전국적으로는 실종 1명, 부상 1명으로 집계됐다.

서울 시내서는 구조물 붕괴 또는 정전 사고가 이어졌다. 13일 오후 3시50분께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한 상가 담벼락이 무너지면서, 담벼락과 붙어 있던 상가 화장실 유리창이 깨졌다.

14일 0시께는 서대문구 홍제동 안산 부근서 가로수 한 그루가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해 가로수가 고압선을 끊으면서 2000세대 이상이 정전됐다. 사고 발생 1시간 30분 뒤 아파트 2000여세대는 복구됐지만, 일부 빌라는 여전히 정전 상태다. 도봉구서도 2123세대가 정전됐지만, 현재는 복구가 완료된 상태다.

침수 관련 사고도 발생했다. 전날 오후 3시께 서울 동작구 여의대방로 일대가 일시적으로 침수됐고, 지난해 침수로 큰 피해를 입었던 강남역 도로 곳곳도 물에 잠겼다. 전날 오후 4시께 퇴근 시간을 앞두고는 서울 논현역 인근 학동로와 역삼동 차병원 앞 사거리도 침수됐다.

시민이 대피하는 위험 상황도 발생했다. 14일 오전 2시 기준 서울 시내서 37가구 78명이 대피한 상황이다. 전날 오후 6시 35분 서대문구 연희동에 위치한 도로의 축대가 무너져 축대 아래쪽 주택에 거주하는 20가구 46명이 대피소로 몸을 옮겼고, 이외 서울 전역의 일부 반지하 거주 주민들도 침수에 대비해 대피했다.

인천·경기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13일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서는 주택가 인근 경사면 흙이 쏟아져 주민 2명이 마을회관으로 대피했고, 인천 계양역에서는 서울역 방향 구간에 전기가 끊겨 공항철도 전동차 5편성 운행이 5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많은 비로 인해 지반이 약화하고 하천과 계곡의 수위가 높아진 상태”라며 “추가되는 비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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