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가능물질 지정에…식품·유통업계 脫아스파탐 속도낼 듯
업계 전반의 아스파탐 '손절' 이어질 전망
대체 감미료 레시피 개발 속도낼 듯
세계보건기구(WHO)가 설탕 대체 인공 감미료 중 하나인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2B군)로 지정하면서 식품업계와 유통업계가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아스파탐의 위해성 여부와 관계없이 2B군 분류만으로 소비자들 사이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해 아스파탐을 쓴 제품이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업계는 대체감미료 찾기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불똥 튄 막걸리 업계…식약처 지침 따라 대응 예정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장수와 국순당, 지평주조 등 주요 막걸리 업체의 일부 제품에 아스파탐이 사용되고 있다. 설탕의 200배 단맛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아스파탐은 가공식품 제조 시 단맛을 주기 위해 사용되는 식품첨가물로 전 세계 200여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막걸리를 비롯해 청량음료·껌·시럽 등에 사용되며, 최근 고혈압과 비만 등을 유발하는 설탕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스파탐을 사용하고 있는 막걸리 업체들은 적법한 기준에 의해 일부 제품에 평균 0.0025% 수준의 소량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논란이 불거져 대체로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체중 60㎏인 성인이 아스파탐 일일섭취허용량(ADI)에 도달하려면 750㎖ 막걸리(아스파탐 72.7㎖ 함유 시)를 하루 33병 마셔야 한다. ADI는 사람이 평생 매일 먹더라도 유해한 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체중 1㎏당 1일 섭취량을 말한다. 현재까지 아스파탐 사용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논란이 커져 버린 만큼 관계 기관의 지침이 결정되면 그와 발맞춰 빠르게 대응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남도희 한국막걸리협회 사무국장은 “정부 정책이나 식약처 기준이 명확히 잡혀야 변화를 수용하고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WHO의 발암가능물질 분류로 아스파탐을 사용 첨가물에서 배제할지 위해성 기준치를 변경할지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고, 현재는 회원사들에게 식약처의 위해성 기준치를 공지해놓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HO의 발암가능물질 지정에 따라 식약처의 후속 조치와 무관하게 제품에서 아스파탐을 배제하려는 개별 업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아스파탐이 발암가능물질이라는 정보가 확산한 상황에서 아스파탐의 위해성을 두고 소비자를 설득하는 것보다는 아스파탐이 포함되지 않은 제품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남 사무국장은 “아스파탐에 발암물질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진 만큼 소비위축 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소비자 반응이 가장 중요한 업체 입장에선 단기간 내 대체 감미료 적용에 대한 연구개발이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막걸리 업계는 대체 감미료를 적용한 레시피 변경에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대체 레시피를 확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다 일부 천연 감미료의 경우 대량생산이 어려운 것들이 있어 수급의 문제가 있을 수는 있으나 기술이나 비용 면에서는 크게 부담이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여기에 아스파탐을 비롯해 무감미료 막걸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요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레시피 변경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며 “다만 첨가물이 변경될 경우 미세한 맛의 차이가 있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소비자 평가 등에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식품·유통업계 대책 마련 분주…대체원료 물색나서막걸리 업체뿐 아니라 제품에 아스파탐이 포함돼 있는 식음료 업체들도 속속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펩시 제로 3종(라임·망고·블랙)에 아스파탐을 소량 사용 중인 롯데칠성음료는 제품에 아스파탐 대체재를 사용할지를 두고 제조법에 대한 권한이 있는 글로벌 본사 펩시코와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현재 롯데칠성은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에서 병입하고 있다.
제과업계에서도 아스파탐을 대신할 감미료를 찾고 있다. 현재 주요 제과업체 가운데 오리온과 크라운제과 제품 일부에 아스파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제품은 오리온은 포카칩, 고래밥 등 10여개이며, 크라운제과는 콘칲 초당옥수수맛 한 제품이다. 두 회사는 해당 제품에 극소량이지만 아스파탐이 들어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에 착수한다는 입장이다.
유통업계도 자체 브랜드 제품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이마트는 노브랜드 제로 콜라와 스파클링 에이드 5종, 스낵류 6종에 함유된 아스파탐을 다른 원료로 대체하기 위해 제조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원료 대체는 약 2개월가량 소요될 예정이어서 이마트는 남은 재고는 그대로 판매하되 추가 생산은 하지 않기로 했다.
롯데마트는 팝콘 등 10개 제품에 아스파탐이 함유돼 있는데, 일단 WHO 발표에 따른 식약처의 후속 조처에 따라 대응하기로 했다. 다만 추가 출시 상품에는 아스파탐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자체 브랜드 스낵 10여개에 아스파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하고, 정부의 식품첨가물 기준 변경 등에 맞춰 다른 원료로 대체 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식품업계, ‘제로 트렌드’ 주춤해질지 촉각아스파탐이 2B군으로 지정되면서 소비자들이 대체감미료 자체를 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식품업계는 ‘제로 트렌드’가 주춤해질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식약처는 현재 자일리톨, 수크랄로스, 사카린나트륨 등 22종의 감미료를 식품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식품업체들은 열량을 낮추려는 용도 등으로 해당 감미료를 쓰고 있다.
그러나 대체감미료의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1월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체감미료가 '안전하다'는 응답은 40.7%였고,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답변이 41.2%였다. WHO는 앞서 지난 5월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등 비당류 감미료(NSS)가 체중조절에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없고, 오히려 당뇨나 심장병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아스파탐과 관련한 논란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암 유발 여부와 정도 등에 따라 물질을 5개 군으로 나누는데,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은 인체에 대한 연구가 제한적이고 동물 실험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하며 '발암 가능성'을 의미한다. 아스파탐과 같은 2B군에는 김치 같은 절임 채소류, 알로에 등이 포함돼 있다. IARC는 담배, 석면 등 발암성이 있는 물질은 1군으로 분류하고, 붉은 고기, 우레탄 등 발암 추정 물질은 2A군으로 나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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