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1만620원 vs 9785원'…결론 못내고 다음주 논의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을 앞두고 있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3년도 최저임금인 9620원을 알리는 안내문이 놓여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둘러싼 노동계와 경영계의 의견차가 800원대까지 좁혀졌지만 최종 결론은 내지 못했다. 당초 전날 밤이나 이날 새벽께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노사합의가 지연되면서 오는 18일 막판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1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동계와 경영계는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3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6차 수정 요구안으로 각각 1만620원, 9785원을 제시했다.

올해 최저임금(9620원) 대비 노동계는 10.4%, 경영계는 1.7% 올린 금액이다.

당초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최초 1만2210원을 요구했지만 협상 과정에서 여섯 차례에 걸쳐 1만2130원, 1만2000원, 1만1540원, 1만1140원, 1만1040원, 1만620원으로 수정안을 제시했다.

또 경영계는 최초 9620원으로 동결하자는 입장이었지만 9650원, 9700원, 9720원, 9740원, 9755원, 9785원으로 수정안을 냈다.

이에 따라 노동계와 경영계의 간극은 2590원에서 현재 835원까지 좁혀졌다.

하지만 노사가 합의에 이르기엔 아직 입장차가 크다. 근로자위원인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서울시가 하반기 대중교통 요금을 지하철 150원, 버스 300원 인상한 것을 언급하면서 "최저임금 노동자는 물가 폭등, 실질임금 저하 '핵 주먹 펀치'로 이제 더 이상 버틸 힘도 없는 그로기 상태"라고 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 역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최저임금 대폭 인상은 어려운 사람의 생존을 위한 최저선"이라고 말했다.

반면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미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현재 수준의 최저임금도 어려워 감당하지 못하는 사업주 위주로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초 내년도 최저임금은 전날 밤이나 이날 새벽 공익위원 중재안에 대한 표결로 결정될 전망이었지만 다음 회의를 기약하게 됐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고시 시한이 8월5일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는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마쳐야 한다.

노사 대립 구도에서 중재 역할을 하는 공익위원들은 최대한 노사가 합의할 수 있게 노력한다는 입장이다. 박준식 최저임금위 위원장은 "내년 최저임금안은 노사가 최대한 이견을 좁히고 합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위원장으로서 그 결과를 끈기 있게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제14차 전원회의는 오는 18일 열린다. 만약 이날도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촉진구간 안에서 중재안을 찾아 표결에 부칠 가능성이 높다. 그럼 18일 밤이나 19일 새벽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오는 18일 최저임금안을 의결하면 심의에 걸린 기간은 109일로 최저임금 심의 최장기간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이전 최고 기록은 2016년 108일이다.

최저임금 사상 첫 '1만원' 돌파 여부도 관심사다. 인상률이 3.95%(380원) 이상이면 1만원을 넘게 된다. 최근 5년간 결정금액과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 2020년 8590원(2.9%), 2021년 8720원(1.5%), 2022년 9160원(5.1%), 2023년 9620원(5.0%)이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