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 주범 라덕연·강기혁… 수법 어떻게 달랐나
투자자 모집-카페 운영 등 차이도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 '5개 주식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 등의 중심으로 불리는 라덕연 호안 대표(42), 네이버 카페 '바른투자연구소' 운영자 강기혁씨(52) 등에 대한 사법처리 철차가 속도를 내고 있다. 이들의 수법과 혐의 등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수사와 기소 과정에서 어떤 방향성을 잡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12일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종목 무더기 하한가 사태'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네이버 주식 관련 카페장 강씨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라 대표 일당에 대해서는 검찰은 지난달 19일 라 대표 등 3명의 기소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8명의 공범을 재판에 넘겼다. 전날 진행한 두 번째 재판에서 검찰이 라 대표 일당의 조직 규모를 60~80명 정도로 보고 있다고 밝힌 만큼 공범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 중이다.
▲비슷한 사건 양상…'시세조종 이득' 혐의
'SG사태'와 '5종목 하한가 사태'는 중심인 두 사람은 시세조종이라는 유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사건이 대중에게 알려진 양상도 비슷하다.
라 대표 일당은 4월 말 삼천리·다우데이타 등 8개 주식 종목이, 강씨는 6월 말 동일산업·동일금속 등 5개 종목의 주가가 한순간에 폭락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이 때문에 강씨 사건의 경우 '제2의 SG사태'로 불리기도 했다.
또한 두 사건은 모두 통정매매(사전에 가격과 시간을 정해놓은 주식 매매)를 통한 시세조종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라 대표 일당이 투자자의 휴대폰을 이용한 통정매매로 시세조종을 해 약 730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강씨는 일당들과 함께 카페를 통해 모집한 수십개의 계좌로 수천회에 걸쳐 통정매매 등 시세조종을 통해 359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얻은 혐의를 받는다.
이와 함께 이들이 하나같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강씨는 12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 '시세조종으로 부당이익을 올린 혐의를 인정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정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사건 발생 이후부터 쭉 자신의 행위는 시세조종이 아닌 '주주행동주의'의 일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라 대표 역시 지난달 29일 열린 첫 재판에서 무등록일임업 혐의는 인정하지만 시세조종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투자 세력 모집 방식, 주식거래 외 수익 여부는 차이
다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먼저 투자자들을 어떻게 모았는지다. 라 대표는 호안 직원 등 일당들과 함께 조직적으로 모집한 투자자들 명의로 휴대폰을 개통하고 주식 계정을 파 일당들이 매수·매도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주가를 올린 혐의를 받는다.
반면 '5종목 하한가 사태'의 경우 강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에서 관련 종목이 자주 언급됐으며 강씨는 수급 조절을 위해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조율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라 대표 일당이 시세조정 과정에서 투자자의 투자 수익금 중 절반을 수수료로 받았지만, 강씨는 그런 정황이 수면위로 드러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라 대표 일당은 이렇게 받은 수수료를 투자자들에게 받아 이를 세탁하고 은닉한 것까지 포함돼 자본시장법 위반,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받고 있는 반면, 강씨는 현재까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만 받고 있다.
사건의 주범들이 시세조종 혐의를 계속 부인하고 있어 검찰의 입증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통정매매의 경우 매수, 매도를 사전에 계획하고 진행했는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등을 규명하는 게 관건이다. 라 대표 일당의 두번째 재판에 따르면 검찰은 시세조종 혐의가 있는 계좌 등 자료, 라 대표와 함께 일한 직원들의 증인 심문 등을 통해 라 대표 일당의 혐의를 입증할 전망이다.
라 대표의 경우 아직 재판이 진행중이고, 강씨의 경우 이제 막 구속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이들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얼마나 처벌을 받을 지는 쉽게 예측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현행 자본시장법은 불공정 거래에서 발생한 이득액이 5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일 때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최대 무기징역으로 형량 자체는 강한편이다. 하지만 법조계는 주가 조작의 경우 주가 등락에 따른 부당이득액 산정이 쉽지 않다고 본다. 국내법은 부당이득액수가 불분명하면 위반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 자본시장법에는 위반 행위로 얻은 이익을 산정하기 곤란할 때는 벌금의 상한액을 5억원으로 한다는 단서 조항도 존재한다.
다만 라 대표와 강씨가 현재 검찰이 추정하는 수준의 부당이득이 인정되면 중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이 높다. ‘옵티머스 사태’ 주범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는 공공기관 확정 매출 채권 투자 명목으로 3200명으로부터 1조1900억원 상당을 편취해 대법원에서 징역 40년, 추징금 751억7500만원이 확정됐다. ‘라임 사태’ 주범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투자자 700여명으로부터 2080억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5종목 하한가 사태'와 관련해서는 사건이 발생한 다음날 강씨에 대한 출국금지와 압수수색에 나섰으며, 지난 3~5일 사흘동안 강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마쳤다.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강씨 일당에 대한 신병도 확보한 만큼 강씨의 혐의 입증을 위해 적극 수사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정매매로 인한 시세조종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통정매매의 방법, 이용한 사람의 수 등과 이러한 행위로 인해 비정상적인 주식의 하락 혹은 상승이 있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며 "매수자와 매도자가 알고 거래한 것이 결국 가격 변동에 영향을 끼쳤는지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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