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법 제정 ‘하세월’…재건축에 소외된 리모델링, 제도개선 한목소리

지지부진 리모델링, 전국 단위 연합회 결성
15%→21% 가구수 상한…소규모 단지는 혜택보기 힘들어
‘규제 대못’ 내력벽 철거·수직증축 완화로 사업성 높여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전히 재건축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사이에서 지원방안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데일리안DB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여전히 재건축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 사이에서 지원방안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다.

14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전국 리모델링 단지들은 대규모 연합회를 결성하고 제도개선에 한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전국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연합회)는 지난해 9월 수원에서 시작해 군포, 부산, 용인, 창원 등을 거쳐 전국 단위 연합회로 몸집을 키워 지난 5일 정식 출범했다.

이봉원 수원 매탄동남 조합장 겸 연합회장은 “3월 말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는 140곳, 11만가구에 이르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엔 정부의 제도와 지원들이 다소 괴리감이 있다”며 “정부에서 여러 차례 리모델링 활성화 지원책을 약속했고, 국회도 특별법 제정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지만, 어느 곳도 제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이 나오고 주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으며, 일각에선 제도나 연구용역이 퇴보했단 평가까지 나와 전국단위 연합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했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는 재건축 대비 리모델링 사업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단 지적이 제기됨에 따라 사업 활성화 방안을 마련한 바 있다.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가구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까지 완화하는 특례안을 국회에 제시했다.ⓒ전국공동주택리모델링연합회

노후계획도시 특별법에 따라 리모델링을 추진할 경우 가구수 상한을 현행 기준의 140%까지 완화하는 특례안을 국회에 제시했다. 현행 가구수를 15% 정도 늘릴 수 있었는데 이를 21%까지 확대한 셈이다.

하지만 관련 법 논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전세사기, 실거주 의무 폐지 및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 등 현안에 밀려서다. 또 특별법은 제정법으로 내용이 방대해 단기간 국회 문턱을 넘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가구수 상한에 대해 서울시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친 점도 걸림돌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따르는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리모델링은 주택법을 따른다. 이 때문에 리모델링 추진 시 기부채납(공공기여) 의무가 없다.

서울시는 현재도 공공시설 기부채납 없이 15%가량 가구수가 늘어나는데 규제를 더 완화하는 건 특별법 제정안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지적한다. 열악한 노후계획도시 정주여건 개선을 위해 마련된 법안으로 공공기여 시 재건축 용적률 상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만큼 리모델링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단 것이다.

가구수 확대가 가능해지더라도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단지는 많지 않을 거란 반응도 나온다. 내력벽 철거와 수직증축이 안전문제로 가로막힌 상황에서 가구수를 늘리려면 수평증축, 별동증축을 통해야 하는데, 이 경우 여유부지 활용이 가능한 곳들만 수혜를 볼 수 있어서다.

평촌 신도시 일원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노후 단지들 가운데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을 추진하지 못하고 리모델링밖에 할 수 없는 곳들이 많다”며 “이마저도 부지가 작은 단지들은 엄두도 낼 수 없다. 수직증축을 허용해 사업성을 높일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연합회는 오는 9월 하반기 연합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리모델링 활성화 방안과 각 리모델링 사업장에 대한 건의사항 등을 취합해 정부에 정책 제언도 한단 방침이다. 이밖에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토론회 등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