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채권개미, 6개월만에 사상 최대액 20조 쇼핑

이선애 2023. 7. 1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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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정점론에 개미 투심 채권으로 쏠려
지난해 사상 최대 20조, 올해 반년만에 순매수
금리 인상 가능성 배제 못해…채권 투자 신중해야 조언도

올해도 '채권개미'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해 세운 사상 최대 채권 순매수액 기록을 올해 들어 반년 만에 다가섰다. 금리 고점론을 기대하면서 금리 하락 때 이자소득과 자본차익의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채권 투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예정이어서 채권 투자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2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채권 순매수액(장외 기준)은 20조312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기록한 사상 최대 순매수 규모(20조6113억원)에 근접했다. 사실상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순매수액을 달성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지난해 미국발(發) 고금리 기조로 금리는 급등하고 주식 시장은 침체기에 접어들자 채권 투자 열풍이 불었다. 금리 상승으로 가격이 저렴해진 채권에 투자한 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즈음 채권 가격이 오르면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경기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채권이 안전자산으로 꼽힌다는 점도 매력으로 작용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을 발길을 이끌었다. 이에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순매수액(20조611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전체 순매수 규모(4조5675억원)보다 무려 351.26% 급증한 수치다. 그간 개인의 채권 매수세는 크지 않았다. 2018년 4조3190억원, 2019년 3조7523억원, 2020년 3조8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국내 채권시장의 대중화 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이던 채권 투자가 지난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며 대중화된 것이 특징"이라면서 "금리가 고점을 찍고 하락할 경우 채권 투자자는 매매 차익을 얻을 수 있고, 만기 보유 때에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 투자자 사이에서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떠올랐다"라고 설명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은 "채권 투자가 고액 자산가에서 일반 투자자들로 대중화되며 '스노우볼 효과'를 불러왔다"라며 "지난해 고금리를 틈타 채권 투자를 시작한 개인들이 올해 들어 채권에 재투자하거나 투자금을 확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5060 베이비부머 세대는 퇴직금을 예금보다 금리가 높은 채권에 투자하면서 절세 효과를 누리고 있고 3040 세대는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서 채권 매매가 가능해지면서 절세를 노린 채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들어 개인이 가장 많이 산 채권은 안전한 국채로 총 7조3725억원을 순매수했다. 이어 금리 매력이 높은 회사채(5조1412억)가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채권 금리 변동성 우려…매수 전략은 유효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Fed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최근 다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서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들은 7월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라며 "유럽중앙은행(ECB)이나 영란은행(BOE) 총재 모두 긴 시계열을 두고 매파 정책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시사했단 점은 Fed가 섣불리 긴축을 중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Fed가 물가 안정을 위해 올 하반기에 금리를 더 올리는 매파적 입장을 강력하게 시사하면서 사실상 추가적인 긴축 조치를 예고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면서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중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 같다는 견해를 보였다"며 "연내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위원은 없고 연내 금리 인하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채권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데 이견이 없다. 지금의 금리 상승 구간을 고금리 채권 확보 기회로 활용하라는 조언도 있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대외 변수가 추가로 크게 확대되지 않는다면 시장금리가 현 수준에서 더 큰 폭 오르긴 어렵다"라며 "당분간 시장이 방향성 설정에 갑갑함을 느낄 수 있겠지만 중기적 시계에서 시장금리가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대는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결국 채권 금리 변동성이 당분간 커지더라도 조정 때 매수 전략은 유효하다는 조언도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매파적 기준금리 동결, 파월 의장의 거듭된 인상 의지 등으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시중금리가 그간 유지해왔던 박스권 상단에 근접했다"면서 "다만 최근 채권 금리 동향을 감안하면 추가 긴축에 대한 재료는 충분히 소화되고 있으며 조정 때 매수 전략 역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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