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이번엔 보험사…은행·카드사 이어 '상생금융' 나선다

서지원 2023. 7. 1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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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오른쪽)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열린 상생 금융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한 상생친구 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카드사에 이어 보험사에서도 ‘상생 금융’ 방안이 나왔다. 앞서 은행권은 올해 초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영업점 방문에 맞춰 대출금리 인하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는데, 그 흐름이 제2금융권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13일 한화생명은 보험업계 1호 상생 금융 상품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 저축보험’을 발표했다. 5년 만기 저축보험으로, 가입 대상은 가구소득 중위 200% 이하인 만 20~39세까지다. 은행의 청년도약계좌보다 범위를 넓혔다. 보장 금리는 5년간 5%가 기본이며, 보험 기간 내 결혼 또는 출산 시 납입액의 일정률을 보너스로 지급한다. 이 상품은 1~2개월 내 출시될 예정이다.

여승주 한화생명 대표이사는 “결혼 및 출산, 자립 기반 구축 등을 걱정하는 2030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깊이 고민했다”며 “청년들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디딤돌 역할을 하는 목돈 마련 저축성 보험을 개발하는 것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한화생명은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위한 ‘상생 친구 프로젝트’도 발표했다. 월드비전·한국사회복지관협회 등 협력 기관과 함께 가족 돌봄 청년의 자립을 지원하고, 문화·건강 프로그램 지원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과 한화생명은 후원금 2억원을 모아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이날 발표에 참석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최근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지속하면서 국민의 보호망으로서 보험산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기에 한화생명이 발표한 상생 보호 상품 및 취약계층 지원 방안은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수출산업과 달리 금융산업은 홀로 성장할 수 없기에 국민 그리고 국가 경제와 함께 발전해 나가야 한다”면서 “어려운 시기일수록 금융사들은 스스로만을 챙기기보다 함께 상생하고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이 은행과 카드사에 이어 보험사에도 상생 경영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제2금융권에선 이전까지 1금융권이 했던 것처럼 상생 금융 방안을 줄이어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중이다.

카드사 중 가장 최근 상생 금융에 동참한 곳은 현대카드·현대커머셜이다. 지난 7일 60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 정책을 발표했다. 현대카드는 연 소득 2500만원 이하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신규 대출(1000만원 한도) 신청 시 금리를 최대 20% 할인해 제공한다. 현대커머셜은 영세사업자를 대상으로 구매금융 우대금리를 운영하고, 상용차 구매 금융도 지원한다.

지난달 29일에는 우리카드가 카드업계 가운데 처음으로 2200억원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책을 내놨다. 금융 취약 대출자를 대상으로 연체 채권의 감면 비율을 20~60%에서 30~70%로 10%포인트 확대하고, 연 소득 2000만원 이하인 신규 고객에게는 대출금리를 기존보다 4%포인트 인하한 연 9.4% 고정금리(1000만원 한도)로 빌려주는 내용 등이 담겼다.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에서 열린 우리카드 상생금융 출시 기념 취약계층 후원금 전달 및 소상공인 간담회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합뉴스

금융업계가 상생 금융에 동참하는 데는 고금리 여파로 금융 취약계층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공감대도 깔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상생 금융 취지에 공감해 그에 맞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다만 정확한 규모와 시기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는 상생 금융에 동참할 다음 기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다음 주 신한카드에 방문할 예정이다.

다만 제2금융권에서 상생 금융 방안 마련에 난색을 보이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 금융의 규모가 이슈화되면서 회사들끼리 숫자 경쟁처럼 비치는 점이 부담”이라고 했다. 신용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원책을 내놓을 여력이 크지는 않다”며 “조달 금리가 오르는데 연체율 등 상황은 불확실하고, 삼성페이·애플페이 수수료 문제를 비롯해 전반적인 업황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서지원 기자 seo.jiw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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