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참에 팔자" 집주인 변심…헬리오시티 전세 매물은 반토막
올해 말 결혼을 앞둔 김모씨는 최근 신혼집을 전세로 계약했다. 김씨는 “서울 여러 지역을 돌아다녔는데 선택할 수 있는 아파트 전세 매물이 많지 않더라”고 말했다. 그는 “빨리 결정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을 할 수 있고, 가격도 더 오를 것”이라는 공인중개사의 설명에 계약을 서둘렀다고 한다.
실제 김씨의 사례처럼 최근 수도권 아파트값이 반등하면서 전세 물건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2분기 이후(4월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4만4460건에서 3만3508건으로 1만952건(24.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월세 물건도 20.7%(2만5614→2만304건)로 덩달아 줄었다.
대신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도 매물은 6만1291건에서 6만7595건으로 6778건(11.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경기와 인천도 같은 흐름이다. 경기의 경우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27.7%(5만4287→3만9242건) 줄어드는 동안 매도 매물은 2.3%(11만8380→12만1123건) 늘었다. 인천도 전세 매물이 24.2%(1만2384→9391) 감소하는 동안 매도 매물이 3.9%(2만7989→2만9078건) 증가했다.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의 전세 매물도 급감하고 있다. 9510가구 규모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세 매물은 지난해 말 950개에서 최근 430개로 줄었다. 대신 이 아파트 매도 매물은 지난해 말 기준 470~80개 정도였는데 이날 기준 845개까지 늘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반등하면서 최근 수도권 아파트 거래가 늘고, 실거래 가격이 반등하면서 집주인들이 “이 기회에 집을 팔자”는 심리가 상대적으로 강해진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집값 상승으로 매도 희망 가격에 가까워지자 전·월세로 계약하기보다는 집을 파는 편이 낫겠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세 매물은 귀해지고, 되려 매도 매물은 쌓이는 이유다.
강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도와 전세 매물을 동시 올려놓은 집주인 일부가 최근 가격이 맞으면 집을 팔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성동구의 공인중개사도 “전세 만료를 앞둔 집주인 중 역전세에 처한 몇몇이 보증금을 추가로 마련해 새 세입자를 구하는 대신 집을 매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실거래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향후 집값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올해 초처럼 호가를 시세보다 크게 낮춘 급매물은 드물다.
이런 현상을 수요와 공급의 문제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윤지해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빌라, 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보다 안전한 아파트 전세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많아졌다”며 “이런 수요가 늘면서 시중의 아파트 전·월세 물건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이 줄어든 영향도 있다. 올해 초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 동작구 흑석동 흑석리버파크자이(1772가구) 등 대단지가 입주를 시작하면서 전세 매물이 넘쳤지만, 이후 서울에 이렇다 할 아파트 입주가 없었다.
실제 지난 2월 말 입주를 시작한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입주 초기 전세 매물이 1380건에 이를 정도였다. 매물이 넘쳐나자 전셋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강남권 대단지 아파트의 입주장이 펼쳐지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세 매물이 250개 수준으로 줄었다. 이 단지 인근에서 영업 중인 공인중개사는 “보통 입주 6개월 후 정도가 지나면 계약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전세 매물이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요 지역 전세 선호지역에서는 전셋값 반등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전용 244㎡는 지난달 7일 기존 36억원보다 6억원 뛴 42억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셋값(신규 계약 기준) 역시 올해 초 8억원대에서 최근 10억원대까지 반등했고,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도 전용 84㎡ 전셋값이 2억원(8억→10억원) 가량 상승했다. 지난 2월 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던 경기 과천시 원문동 과천위버필드 전용 59㎡도 최근 8억2000만원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수도권 아파트 매맷값 가격 하락 폭이 축소하면서 전셋값도 이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라며 “올해 서울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2만6000가구가량인데, 내년에는 1만4000가구 수준으로 줄어들어 향후 전셋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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