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화진 "국토부 출신 중용"…환경부 대대적 물갈이 예고

정은혜 2023. 7. 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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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환경부-지자체 지류·지천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환경부

최근 부처 내 1급 공무원들에게 일괄 사표를 받은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다음달로 예상되는 하반기 인사에서) 환경부로 넘어온 국토부 출신의 중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속도감 있게 성과를 내는 조직으로 체질개선을 하기 위해 1급 공무원을 시작으로 하반기 인사를 단행할 것”이라며 국토부 출신 공무원 중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1급 공무원들의 일괄 사표 수리에 대해서는 “한 달 전쯤 실장들에게 부처의 인적쇄신 의지를 전했고, 실장들도 이에 공감해 용퇴를 결정해 사표를 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환경부 안에서는 한 장관이 과거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인사들을 중용하는 인적 쇄신을 통해 지난 정부의 물관리 정책의 판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 장관의 발언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 장관들에게 고강도의 인적쇄신을 요구한 것과 맥락이 닿아 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해서는 “탈원전, 이념적 환경 정책에 매몰돼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는 공무원은 과감히 인사조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한 장관이 부처 내 1급 3명(기획조정실장·물관리정책실장·기후탄소정책실장) 모두에게 사표를 받으면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라는 해석이 나왔다. 뒤이어 대통령실 출신의 임상준 환경부 차관이 부임하면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예고된 상태다.

한 장관은 다음 달로 예상되는 하반기 인사 키워드로 ‘균형’과 ‘성과’를 꼽았다. 환경부 예산의 40%를 차지하는 물 관리 분야에서는 균형 인사를 강조했다. 한 장관은 “과거 환경부와 국토교통부가 나눠하던 물 정책이 2020년 환경부로 완전히 통합됐다”며 “국토부 출신 물 관리들을 (주요직에) 중용해 정책 추진의 균형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 11일 인사혁신처가 발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능력과 성과가 인정되면 과장급 공무원도 고위직으로 바로 승진할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연차가 낮은 5급 이하 실무진들에게도 성과에 따라 인사혁신처가 허용하는 최대한도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강조했다.


"물갈이 강도 세다…하천 보전에서 개발로 전환 박차"


지난달 21일 4대강 금강 세종보 모습. 세종시는 최근 환경부에 세종보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 개선을 요청했다. 세종보는 문재인 정부 당시 해체 수순을 밟으면서 거의 방치됐다. 사진 김성태 기자
전통적으로 국토부는 '국토와 수자원 개발', 환경부는 '환경 보존을 위한 규제'로 서로를 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물 관리 일원화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문재인 정부는 국토부의 수자원 정책국을 지난 2018년 환경부로 이관했다. 이전까지는 환경부가 수질 관리, 국토부가 수량(水量) 관리 기능을 나눠서 해왔는데, 이를 환경부로 통합한 것이다. 수량 관리는 댐과 보, 하굿둑 등의 건설과 관리를 통해 국가 하천과 지하수의 수량을 조절하고 가뭄과 홍수에 대응하는 역할 등을 말한다.

문재인 정부는 국토부의 수자원 부서를 환경부 산하로 이전시키면서 물관리 정책의 초점을 하천의 재자연화를 통한 수질 관리에 맞췄다. 한 장관이 과거 4대강 사업을 추진했던 당시 국토부 실무진들을 적극 기용하려 하는 것은 국가통합물관리 정책의 판을 뒤집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장관은 지난 4월 남부지방 가뭄 당시 충청남도 부여군의 백제보를 찾아 “4대강 보는 훌륭한 물그릇”이라며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환경부가 추진하는 물갈이의 강도가 예상했던 것보다 강하다"며 "부처 실장 자리 셋 중 과반을 국토부 출신으로 낙점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지천 지류 정비…MB 못다 한 4대강 사업 마무리


지난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이명박 정권 당시 추진됐던 4대강 사업의 전반에 대한 재조사를 지시하며 금강 공주보 등 4대강 6개 보를 상시 개방하고 4대강 사업의 정책 결정 및 집행과정에 대한 정책감사를 진행했다. 2017년 5월 당시 금강 백제보 모습. 사진 김성태 기자
환경부는 조만간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결과가 나오면 가뭄 대비를 위해 4대강 보 수문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홍수에 대비한 스마트댐 건설도 추진할 계획이다. 감사원은 이전 정부의 4대강 일부 보 해체 결정 과정에서 환경 단체의 부적절한 개입 등의 정황을 파악하고 보 해체 결정 과정이 과학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결론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 시절 국토부가 완수하지 못한 4대강 지천과 하류 정비 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극단의 갈등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환경부의 무게 중심이 개발로 급격히 쏠리면 4대강 등의 환경 정책이 또다시 정치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서는 양적·질적 관리가 모두 중요한데, 이전 정부도 이번 정부도 한 가지 결론을 내놓고 연구를 진행하고 정책을 추진하면 안 된다”며 “녹조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고 보고 있는데, 녹조의 원인부터 해결 방법까지 이념에 치우치지 않는 종합적이고 과학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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