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던 의사·이면과 표면의 경계를 허문 사람, 아! 장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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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려 평전'을 시작하며 저자는 이 어록을 맨 앞으로 올렸다.
당시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의 의뢰를 수락해 집필했는데 저자 스스로 머리말에서 밝혔듯 "전기와 평전 사이에서 엉거주춤하다. 전기라 하기에는 저자의 목소리가 수다스럽고, 평전이라 하기에는 저자의 비평적인 눈이 침침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슈바이처, 살아있는 성자, 바보 의사, 작은 예수 등 다양하게 불렸지만, 저자는 장기려에 대해 "이면과 표면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라고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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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강유철 지음/꽃자리
“사랑은 다른 사람을 위한 죽음이다. 그리고 영원한 생명은 사랑이다. 그러므로 참 생명은 죽음에 있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거나 목숨을 아끼는 자에게는 생명이 없다. 잘 죽는 자가 잘 사는 자다. 다른 사람을 위해서 자기의 목숨을 버리는 자만이 영원한 생명을 소유한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생명은 죽음에 있다. 사랑의 죽음은 생명을 얻는 유일한 길이다. 그래서 사도 요한의 사랑의 철학은 생명철학의 일대 혁명이다. 이제부터 다시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라. 도리어 열심히 이 죽음의 길을 찾을 것이다.”(장기려 어록, ‘유물론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요한의 사랑의 철학’, ‘부산모임’ 1974년 8월호 수록)
‘장기려 평전’을 시작하며 저자는 이 어록을 맨 앞으로 올렸다. 지강유철 전 양화진문화원 선임연구원은 2007년 ‘장기려, 그 사람’(홍성사)을 펴냈다. 당시 성산장기려기념사업회의 의뢰를 수락해 집필했는데 저자 스스로 머리말에서 밝혔듯 “전기와 평전 사이에서 엉거주춤하다. 전기라 하기에는 저자의 목소리가 수다스럽고, 평전이라 하기에는 저자의 비평적인 눈이 침침하다”고 말했다.
768쪽 전면 개정판인 이번 책은 제목부터 ‘장기려 평전’이다. 2007년 판에서 ‘장기려 선생’이라고 지칭했던 저자는 이번엔 그냥 ‘장기려’로 호칭한다. 사람들은 장 박사님이라고 부르기 좋아했지만, 장기려는 박사란 호칭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2007년과 2023년 사이 주체 높임법 호칭을 떼고 한 걸음 물러나 장기려를 서술하기까지 16년이 걸렸다고 했다. 저자는 “정중한 태도로 사실(fact)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밝혔다.
개정판을 쓰며 저자는 장기려를 “사람을 사람으로 대했던 의사”라고 표현했다. 한국의 슈바이처, 살아있는 성자, 바보 의사, 작은 예수 등 다양하게 불렸지만, 저자는 장기려에 대해 “이면과 표면의 경계를 허문 사람”이라고 불렀다. 거짓을 저주받을 짓이라 여겼고, 정직을 최고 미덕으로 알았으며, 거지나 대통령이나 행려병자나 동일하게 대했다. 사람이 가진 권력 돈 신분에 따라 차별하지 않고 성경에 따라 사람을 사람으로 대한 것이다. 저자는 “장기려는 하나님 나라에서 만나게 될 회복된 인간의 이정표로 살다 갔다”고 평했다.
장기려와 함석헌의 우정, 평생 이어진 교회개혁 열망과 말년의 신앙 공동체 이야기까지 정치적 고려 없이 주변인 진술로 장기려의 마지막을 복원했다. 위인전보다는 평전이 필요한 시대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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