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둥글고 향긋한 사랑을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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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과일바구니 선물이 왔다.
멜론, 망고, 자몽 등 종류도 다양한 과일이 들어 있었다.
블로그에 올라온 방법대로 실온에서 이틀간 열대과일을 후숙했다.
과일바구니 리본에 인쇄된 문구를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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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과일바구니 선물이 왔다. 멜론, 망고, 자몽 등 종류도 다양한 과일이 들어 있었다. 얼마 전에 아버지를 떠나보낸 나에게 친구들이 보내준 사려 깊은 위로였다. 신경 써서 보내준 것이니 후숙을 잘해서 최상의 당도일 때 맛보고 싶었다.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손쉽게 후숙법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과일 가게 주인이라는 블로거가 올린 후숙 방법을 참고하기로 했다. 어쩐지 믿음이 갔기 때문이다.
블로그에 올라온 방법대로 실온에서 이틀간 열대과일을 후숙했다. 망고를 살짝 눌러봤더니 겉면이 말랑하게 들어갈 정도로 적당히 물렀다. 상큼한 향이 짙게 풍겼다. 굳이 칼로 벗기지 않아도 껍질이 스윽 벗겨졌다. 씨앗이 서프보드처럼 납작하고 판판했다. 씹을 것도 없이 달콤한 황금빛 과육이 입안에서 부드럽게 사라졌다.
파인애플은 보통 표면이 노랗게 변하는 것으로 숙성 정도를 파악하지만 잎사귀로 확인하는 방법도 있었다. 잘 익은 파인애플은 잎사귀를 잡아당겼을 때 쑥 빠진다고 한다. 대개 파인애플의 아랫부분이 노란 이유는 세워둔 방향으로 단맛이 몰리기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따라서 파인애플을 세우는 것보다는 눕혀두는 게 좋고, 골고루 단맛이 생기도록 반대편으로 굴려보라는 팁도 얻었다.
후숙 과일에 공통으로 필요한 것은 ‘적절한 시기’와 ‘기다림’이었다. 나는 종종 지나치게 고민하다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해야 할 때를 놓치곤 했다. 망설이다가 흐지부지 넘어간 적은 또 얼마나 많은가. 친구들은 제때 표현해야 할 마음을 미루지 않았다. 또한 내가 상심한 마음을 일으켜 세우도록 찬찬히 기다려 주었다. 떫고 씁쓸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숙한 과일은 더욱 달고 향이 짙다. 시간이 갈수록 도타워지는 우정도 이와 같으리라. 과일바구니 리본에 인쇄된 문구를 다시 읽어본다. “둥글고 향긋한 사랑을 보내요.” 콧등이 시큰하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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