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반려돌
반려(伴侶)돌이라는 게 있다. Doll(인형)이 아니라 돌멩이 돌이다. 반려동물·식물을 키우듯 돌에 이름을 붙여 애지중지 키우는 문화다. 반려돌 주인끼리 서로를 ‘석주(石主)’로 부르고, 각자 취향에 따라 모자·종이집·방석 등으로 돌을 꾸민다. 검색창에 반려돌을 치면 6000~1만원가량 하는 입양키트 쇼핑몰이 여러 곳 뜬다. 예쁘고 귀여운 걸 좋아하는 젊은이들 때문인지 달걀처럼 둥글고 반들반들한 원예용 ‘에그스톤’이 인기다.
반려돌은 관상용 자연석을 모으는 수석(壽石) 문화와 비슷하면서도 분명 다르다. 눈으로 보고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돌을 찾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다. 반려돌 설명서에는 이런 사용법이 적혀 있다. ①반려돌에게 당신의 일과를 들려주세요. ②듣고 싶었던 위로, 응원의 말을 반려돌에게 건네주세요. ③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던 이야기를 돌과 나눠보세요. ④세상에 단 하나뿐인 당신의 반려돌을 아껴주고 사랑으로 돌봐주세요.
돌을 친구 삼아 말하고, 칭찬하고, 사랑하라는 거다. 과연 효과가 있을까 싶지만 석주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는 “우울증이 사라진 것 같다”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후기가 많다. 1975년 미국에서 시작된 반려돌 문화는 당시 ‘펫 락(Pet-rock)’ 붐을 일으킬 정도로 화제였다. 국내에서는 코로나19 때 고립감을 느낀 MZ세대 사이에 ‘애완돌’ ‘펫스톤’ ‘맹구돌’(만화 ‘짱구는 못말려’에서 맹구가 키운 돌) 등 이름으로 확산했다.
이런 세태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1인 가구와 비혼이 급증하는 추세 속에서 누군가로부터 위안을 받고 싶은 심리의 반영일 것이다. 더욱이 돌은 사람을 속썩이지도, 귀찮게 하지도 않고, 별다른 관리도 필요 없다. 그냥 감정을 털어놓으면 된다. 사람 간에 주고받아야 할 마음의 교류가 동·식물을 넘어 아예 무생물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세상이 됐다.
사실 몇 년째 이어지는 소통·힐링 같은 단어의 유행은 불통과 소외가 만연한 사회상의 방증이다. 무인도에 갇혀 배구공 ‘윌슨’에 얼굴을 그려 넣고 대화해야 했던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처럼, 현대를 사는 우리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고립 속에서 돌멩이와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심새롬 중앙홀딩스 커뮤니케이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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