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과 경기 부진, 정부·기업 ‘원팀’ 정신으로 타개해 나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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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연 3.5%로 네 번 연속 동결
민관 협력해 난관 돌파한 저력 되살려야
한국은행이 연 3.5%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없는 한국 경제의 고민을 보여준다. 걱정했던 물가는 진정세가 뚜렷해졌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7%를 기록해 21개월 만에 2%대로 진입했다. 반면에 경기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가 저점을 지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정부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1.4%에 그칠 정도로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내리기엔 시기상조라고 한은은 판단하고 있다. 에너지 가격과 공공요금 등 물가 불안 압력이 여전하고, 슬금슬금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심상치 않다는 게 이유다. 오히려 금융통화위원들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하는 쪽이라고 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목표 수준인 2%로 충분히 수렴한다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는 이달 하순 또다시 사상 최대치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도 양국 금리 차이는 역대 최고(1.75%포인트)인데, 미국이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면 금리 격차는 2%포인트로 확대된다. 다행히 지금까진 우려했던 자금 이탈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익률을 보고 움직이는 단기자금의 이탈 가능성은 상존하는 만큼 금융 당국은 외환시장 불안 요인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문제는 실물경기 부진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의 동력인 수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다. 수출은 이달 1~10일에도 전년 대비 14.8% 줄어들어 9개월 연속된 감소세를 이어갔다. 여기엔 글로벌 경제환경이 어느 때보다 불확실해진 상황이 작용하고 있다. 최대 시장 중국으로의 수출은 올해 상반기 26%나 줄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도 기대 이하고,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한국으로선 수출입 전선 정비가 시급해졌다. 게다가 미·중 간 패권 경쟁이 촉발한 공급망 갈등도 큰 부담이다. 각국 정부가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산업 정책에 깊숙이 개입하고 보호무역 장벽을 경쟁적으로 설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기업 경쟁력 자체에 개입하는 일들이 생겼다”며 “이제는 정부 플러스 기업의 경쟁”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경제는 그간 정부와 기업이 함께 시장을 개척하고 기술을 개발하며 어려움을 돌파한 저력이 있다.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경제 영토를 넓히고 원전 수출로 원전산업을 키운 것 등이 그런 사례다. 이번에도 정부와 기업 간의 긴밀한 소통, 협력과 팀플레이를 통해 겹겹이 쌓인 난관을 돌파해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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