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 파쇄하던 공익요원…이젠 철벽투 특급 마무리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에 든든한 수호신이 나타났다. 마무리 투수 박상원(29)이다.
프로야구 한화는 지난달 21일부터 7월 1일까지 8연승을 달렸다. 2005년 이후 무려 18년 만이었다. 연승이 끝난 이후에도 한화는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LG 트윈스, SSG 랜더스, 롯데 자이언츠 등 상위권 팀을 만나서도 3승 2패를 거뒀다. 몰라보게 달라진 한화는 12일 현재 34승 4무 40패로 8위다. 공동 4위인 롯데, NC 다이노스와는 불과 3경기 차다. 후반기 대반격을 노릴 만하다.
시즌 중반 한화가 도약하는 데는 마무리 투수 박상원의 역할이 컸다. 키 1m89㎝의 듬직한 체격의 그는 시속 150㎞가 넘는 직구에 스플리터, 슬라이더 조합을 활용해 상대 팀 타자를 요리했다. 최고 시속 153㎞의 빠른 공을 앞세워 올 시즌 28경기에서 4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 중이다. 구원 실패는 2차례뿐이었다.
박상원이 한화의 소방수 역할을 맡은 건 지난 6월부터다. 그는 한화의 연승 기간 단 1점도 내주지 않는 철벽투를 펼쳤다. 지난 12일 잠실 LG전에서도 2-1, 한 점 차로 앞선 상황에 등판해 깔끔하게 막아냈다.
박상원은 “마무리 투수라고 해도 압박감을 느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끝날 때까지 모르는 게 야구다. 몇 점 차든, 스리아웃을 잡을 때까지 집중한다. 9회에 등판하는 투수도 부담감을 느끼지만, 그건 타자도 마찬가지다. 내가 던져야 경기가 진행되니까 공격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마무리가 강한 팀이었다. 1990~2000년대엔 송진우와 구대성이 있었다. 2010년대엔 정우람이 활약했다. 최근 1~2년 사이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었지만, 최근 박상원이 그 자리를 꿰찼다. 박상원은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선발보다는 뒤에 나와 경기를 끝내는 걸 선호했다. 지금도 마무리 투수가 좋다”고 했다.
박상원은 2017년 연세대를 졸업하고, 2차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한화 유니폼을 입었다. 입단 2년 차인 2018년엔 69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9홀드 평균자책점 2.10을 기록했다. 2020년까지 3년 연속 60경기 이상 등판했다. 그러나 2020시즌 막판 볼 스피드가 뚝 떨어지면서 고충을 겪었다. 박상원은 “습도가 높은 8월에 공을 던지다 손가락이 찢어졌다. 아물지 않아서 빠른 공을 던지기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박상원은 2020년 12월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했다. 인천 송도의 한 관공서에 배치된 박상원은 다른 사회복무요원들과 똑같이 근무했다. 낮에는 사무보조 업무를 했고, 밤에는 운동을 했다. 박상원은 “하루에 몇 시간씩 문서를 파쇄기에 넣는 일을 한 적도 있다. 그때 야구에 대한 생각이 더 간절해졌다”고 했다.
박상원을 도와준 이는 한화의 선배인 왼손 투수 정우람(38)이었다. 통산 197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 정우람은 과거 동료였던 엄정욱이 운영하는 야구 아카데미를 소개해줬다. 박상원은 퇴근한 뒤 이곳에서 몸을 만들면서 마운드 복귀를 준비했다.
박상원은 “2군에 내려가 있을 때도 우람 선배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며 “우람이 형은 ‘네가 던지던 모습으로 던지면 된다. 굳이 투구 자세를 고치려 하지 말고 자신있게 던지면 된다’며 격려했다. 우람이 형 덕분에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상원이 입단 2년 차를 맞아 맹활약했던 2018년, 한화는 가을 야구를 했다. 그리고 박상원이 살아난 올해 5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박상원은 “잘했던 모습은 지우고, 다음 경기만 신경 쓴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선수라면 누구나 똑같지 않나. 과거에 연연하지 않고, 그걸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밝혔다.
■ 박상원은 …
「 ◦ 생년월일 : 1994년 9월 9일
◦ 출신교 : 백운초-서울이수중-휘문고-연세대
◦ 신장·체중 : 1m89㎝·98㎏
◦ 연봉 : 1억3300만원
◦ 프로 입단 : 2017년도 KBO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25순위
◦ 올 시즌 성적 : 28경기 4승 7세이브 평균자책점 2.30(12일 현재)
」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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