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방탄포기 제동…혁신위 ‘1호안’부터 표류
더불어민주당이 13일 의원총회에서 혁신위원회의 1호 혁신안인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를 안건으로 올리고 추인을 시도했으나 불발했다. 전날 김은경 혁신위원장의 “(혁신안을) 안 받으면 민주당은 망한다”는 압박도 통하지 않았다. 혁신위는 의총 뒤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입장문을 냈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검찰의)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선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했으면 한다”며 혁신위 쇄신안 추인을 간곡하게 요청했다. 그는 “내년 총선은 확장성의 싸움이고 그러기 위해선 민주당다운 윤리 정당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며 “(불체포특권 포기는)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고도 했다.
박 원내대표의 요청에도 의총이 비공개로 전환된 뒤 중진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왔다고 한다. 율사 출신인 3선의 전해철 의원은 “불체포특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고 검찰권하고 맞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5선의 변재일 의원은 “혁신위가 선출된 권력도 아닌데 혁신위가 결정해 통보했다고 따라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초·재선을 중심으로 “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낮은 상황에서 1호 혁신안까지 걷어차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된다” “정치하는 집단이 정무적 판단을 해서 과감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찬반이 맞서며 결국 추인에 이르지 못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검찰이 영장 청구를 판단하는 부분에 대한 고민 없이 획일적으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는 경우 등을 같이 토론하자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 문제는 다음 의원총회에서 우선순위 안건으로 올려 논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1호 혁신안이 의총에 안건으로 올라오기까지 20일이나 걸렸는데도 추인되지 못하자 “사실상 혁신위가 식물 혁신위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혁신위를 띄웠으면 힘을 좀 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중진들 사이에선 혁신위가 다선 의원에 대한 기득권 내려놓기를 요구할 것 같아 혁신위를 못마땅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혁신위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 의총에서 (1호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며 “하루 빨리 재논의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위의 제안은 변함이 없다”면서 “민주당의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논평을 통해 “이럴 거면 뭐하러 혁신위를 만들었나”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와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내놓았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사흘 뒤 ‘가결 당론 채택’ 대신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는 다른 입장을 냈다. 혁신위는 오는 21일 2호 혁신안으로 ‘꼼수 탈당’ 방지책 등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인데, 1호 혁신안부터 표류한 상황이어서 2, 3호 혁신안의 동력도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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