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만 국민 속여 넘긴 ‘음바페 AI 영상’ [취재수첩]

나건웅 매경이코노미 기자(wasabi@mk.co.kr) 2023. 7. 13.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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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가장 ‘핫’한 영상 하나가 있다. 조회 수는 7월 6일 기준 무려 1182만회. 제목은 ‘이강인 영입 마케팅이죠? 일본 기자 질문에 음바페 반응’이다.

해당 영상에는 프랑스 유명 축구 선수이자 최근 이강인 선수 차기 행선지로 점쳐지는 프랑스 축구팀 파리 생제르맹 소속 ‘킬리안 음바페’ 기자회견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 속 일본인 기자는 음바페에게 “이강인 영입이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음바페는 “재능을 가졌기에 여기로 올 수 있는 것이다”라며 “당신 나라 선수들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고 답하고 영상은 마무리된다.

국내 반응은 폭발적이다. “오늘부터 음바페는 우리 형” “차세대 축구 황제” 같은 댓글이 엄청난 공감을 받았다. 동시에 일본 기자에 대해서는 “도를 넘은 무례한 질문” “일본인 국민성 수준” 등 비난 일색 댓글로 가득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해당 영상은 인공지능(AI) 기술로 조작된 ‘가짜 뉴스’다. 영상 속 기자회견 모습은 2021년에 촬영된 것이고, 당시 진행된 인터뷰 역시 이강인과는 무관한 내용이었다. 일본 기자 질문은 물론 불어로 대답한 음바페 답변까지 모두 AI 학습 기술로 구현해낸 ‘가짜’다. 조회 수 장사를 노린 ‘페이크 영상’인 셈이다.

AI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대중화되고 있지만, 진위 여부를 검증할 수 있는 기술은 턱없이 부족하다. 실물 경제에 직접 타격을 주는 AI 가짜 뉴스도 많다. 지난 5월 미국 국방부 청사 ‘펜타곤’ 옆으로 검은 연기 기둥이 치솟는 모습이 담긴 ‘가짜 사진’이 대표적이다. 여파로 미국 주가와 금·국채 가격이 출렁이기도 했다.

AI 가짜 뉴스는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과도기인 만큼 당장 규제나 기술로 해결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개인도 기업도 나아가 정부도, 이런 때일수록 조작된 ‘가짜 정보’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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