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안 받습니다? 프랜차이즈 기업의 속내
[권성훈 기자]
▲ 신용 카드 결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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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프랜차이즈 기업의 '갑질' 몇 가지 알려달라 하면, ▲납품가 폭리 ▲원부자재 강매 ▲불합리한 광고비 집행 정도로 압축해 이야기 해줄 것이다. 물론 이 밖에도 보복 폐점, 위약금, 근접출점 등 하루가 멀다고 다양한 분쟁이 일어나는 곳이 바로 프랜차이즈 산업이다.
몇 년 전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도자료에 '최초 사례', '엄중한'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며 프랜차이즈 업계에 경종을 울리려 했던 E 피자의 '14억 과징금' 처분 또한 서두의 갑질이 원인이었다. 그런데 가맹점주들이 단결하여 이런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당시 E 피자는 과징금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2021년 9월 대법원은 두 가맹점에 대한 계약해지와 전단지 강매는 불법이라고 최종 판단했다).
그 이유는 가맹점주는 사업자임에도 직장인처럼 기업에 계약으로 종속되는 건 물론 자금까지 투자되다 보니, 자칫 본사의 심기를 건드렸다가는 투자비 손실에 생계까지 위협받기 때문이다.
당시 E 피자 점주들 또한 그러했다. 그렇다면 이처럼 엄혹한 환경에서 노동자도 아닌 점주들이 단체 만들고 본사에 저항했던 동기는 무엇일까? 이들 또한 서두에 기술한 본사의 갑질 때문에 분쟁을 벌였지만, 단체 결성 동기는 뜻밖의 이유였다.
자영업자가 만든 디지털 결제 강국
우리나라는 '디지털 결제' 강국이자 '현금 없는 사회'의 대표적 국가라고 한다. 그리고 이는 '신용카드' 덕분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우리나라 신용카드는 국가 지원 아래 성장했다. 정부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 소득공제 정책과 더불어 여신전문금융업법으로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라고 못 박아 신용카드 사용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덕분에(?) 사용 수수료는 자영업자가 부담하고 그 혜택은 오로지 소비자가 누리는 억지춘향 신용카드를 자영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들여야 했다.
물론 정부의 대의명분은 경제시장의 거래 투명성 확보와 그로 인한 세수 증대였다. 그러나 이런 정부의 압박에도 전통시장은 오랫동안 신용카드 도입을 완강하게 거부했었다. 그러나 현재, 전통시장은 물론 공공(공공요금, 세금 등) 결제 영역도 신용카드에 문을 열었다. 그런데 이런 기조에서도 신용카드가 감히 발을 딛지 못한 불가침의 '성역'이 있었다.
그들을 뭉치게 한 그것
필자가 E 피자와 가맹을 진행했을 때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각종 비용(원부자재 및 전단지 구매비, 광고비 등) 결제는 모두 현금으로 이루어졌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개업 후 4년여가 흐른 어느 날 동료 점주로부터 물류비 (원부자재 구매비) 결제가 신용카드로도 가능하다는 말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 공정거래위원회 표준가맹계약서의 납품대금 결제 방법 |
ⓒ 권성훈 |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는 '표준가맹계약서'를 통해 '원·부재료 등의 납품대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려는 경우 이를 거절하거나 현금결제를 강요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명시했다. 그러나 가맹점주 대부분은 이 내용을 모르고 있었다. 본사가 점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소속 단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계약서 상의 결제 방업과 관계없이 100% 현금으로만 결제하고 있었다. |
ⓒ 전국가맹점주협의회 |
당시 E 피자 본사가 물류비의 카드결제가 가능함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은 건 카드결제 수수료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대금 결제 수단으로 현금만 강요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본다.
지난 5월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소속된 16개 브랜드 가맹점(치킨, 커피, 외식업, 편의점 등)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현금만 가능한 가맹본부는 6곳, 결제방식을 표시하지 않은 곳은 7곳 등으로 사실상 대다수가 현금 결제를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시 무엇보다 서둘러 카드 가맹을 독려했던 본사, 그리고 생계에 시달리는 점주조차 감수하는 카드 수수료가 아깝다며 의도적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숨기려 했던 본사가 신용카드 결제 확산을 방관할 리 없었다. E 피자 본사는 어느 날 점주들과 사전 어떤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카드결제를 중단했다.
말 그대로 날벼락이었다. 일방적인 카드결제 중단 그 자체가 불공정이지만 계도 기간도 없이 바로 시행한 카드결제 중단에 점주들은 엄청난 유동성 위기에 직면했다. 예를 들어 월평균 500만 원을 본사에 결제하는 점주라면 지난달 신용카드 결제비에 이번 달 본사 결제비까지 합쳐 1000만 원을 현금으로 갚아야 했다.
옛 속담에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 문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한계가 분명한 가맹점주라고 해도 이런 전횡까지 참을 점주는 없었다. 점주들은 당장 단체 톡방을 만들고 급기야 점주 단체를 결성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이 사태는 6년 후 'E 피자, 14억 과징금 제재'라는 초유의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다.
물리학에는 '북경에서 나비가 날갯짓하면 뉴욕에 비가 내린다'라는 표현이 있다. 이걸 '나비효과'라고 부른다. 당시 카드 수수료를 아끼고자 행했던 E 피자 본사의 경솔한 카드결제 중단의 파열음은 일파만파 확대돼 급기야 본사가 점주 단체 임원들을 보복 폐점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 사건은 가맹점을 상대로 보복 폐점과 전단지 강매 등 불공정 행위를 한 본사가 '최초 적발, 엄중 제재'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결제 수단의 선택은 점주의 당연한 권리
가맹점주를 포함한 자영업자들 상당수는 영업 중 비수기 또는 예상치 못한 이유에 의한 매출 하락으로 수차례 자금 압박 위기에 직면한다. 이때 가맹점주들은 본사 원부자재비와 기타 수수료를 제때 내지 못하게 된다. 본사는 당연히 '가맹 해지'를 거론하는 내용증명으로 압박한다.
이런 압박에 점주는 일명 '마이너스 대출'이라는 은행의 고금리 신용 대출로 버티거나 최악의 경우에는 그보다 더한 '일수'로 지칭되는 사채까지 손댄다. 더욱이 이는 이번 코로나 19의 재난을 거치며 더 확대되고 악화했다.
물론 본사가 신용카드로 비용 결제를 허용한다고 해서 가맹점의 경영 위기가 근본적으로 개선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불현듯 닥치는 잠깐의 위기를 극복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분명하다. 따라서 본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맹점은 동반자이자 가족'이라 여긴다면 카드결제 허용은 동반자에 대한 배려이자 그들의 당연한 권리 보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태도 이와는 상반된다. 본사의 가맹점에 대한 인식은 오로지 수익 창출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신용카드 결제 거부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
통계청의 '2021년 프랜차이즈 가맹점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재난 기간 중 프랜차이즈 기업 실적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추론된다.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10.6% 증가했으며 가맹점 총매출액은 전년 대비 14.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21년 기준 BHC 영업이익 32%, 메가커피 영업이익 48% 등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들의 경이로운 영업이익은 한동안 언론을 장식했다.
반면 한국은행이 조사한 '자영업자 대출 현황'에 의하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약 1033조로, 이는 역대 최대 기록이라고 한다.
따라서 가맹사업을 감시하고 규율하는 공정위 그리고 민생을 보살피는 것이 의무인 국회의원들은 이 백척간두의 위기에서 가맹점주의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일 수 있도록 잘못된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본다. 이 작은 공평성조차 잡지 못한다면 '공정과 상식'이라는 명제가 우리 프랜차이즈 산업계에 자리 잡을 날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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