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출신 ‘MZ 영웅’ 태국 총리 고배…의회 과반 확보 실패
태국의 차기 총리 후보로 나선 하버드대 출신 피타 림짜른랏(43) 전진당 대표가 13일 집권에 실패했다. 의회에서 진행된 총리 선출 투표에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다. 지난 5월 총선에서 변화를 바라는 MZ세대 유권자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1당을 차지한 피타 대표의 돌풍이 기성 정치의 벽에 가로막힌 셈이다. 피타 대표는 향후 치러질 2·3차 투표에서 총리 자리에 재도전할 수 있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군부가 장악한 상원과 행정·사법부가 선거법 위반 의혹을 들며 피타 대표의 의원직 박탈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방콕포스트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상·하원은 이날 오후 차기 정부를 이끌 제30대 총리로 피타 대표를 선출할지에 대한 투표를 벌였다. 지난 5월 14일 총선을 통해 전진당이 제1당에 오른 지 2개월 만이다. 피타 대표는 투표에서 의원 750명(상원 250명·하원 500명)중 324표를 얻어 총리 선출을 위한 과반(376표) 확보에 실패했다.
피타 대표는 투표에 앞서 동료 의원들에게 “이번 투표는 나와 내 정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태국을 정상으로 되돌릴 기회를 여는 투표”라며 호소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피타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왕실모독제 폐지·군부 권한 축소·징병제 폐지 등을 내걸고 지난 5월 총선에서 151석을 얻어 1당이 됐다. 의회 총리 선거를 앞두고 피타 대표는 야권 정당들과 연정에 나서 하원 500석 중 312석의 찬성표를 확보했다. 하지만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 249표(1명 사임) 가운데 ‘이탈표’를 많이 얻지 못하며 총리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이날 피타 대표가 과반 확보에 실패해도 아예 기회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의회는 19일과 20일 각각 2, 3차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피타 대표도 의회 투표 전에 “첫 번째 총리 투표에서 낙선하면 계속 투표하면 된다. 상원 의원들과 공통의 기반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3차 투표에도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면, 제2당인 푸어타이당이 군부와 손을 잡고 연정 구성에 나서 총리 후보를 낼 가능성이 있다.
2·3차 투표에서 피타 대표가 총리로 선출돼도 문제는 남아있다. 이른바 ‘사법리스크’ 때문이다. 태국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피타 대표가 출마 자격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도 총선에 나섰다는 선거법 위반 증거가 있다”며 그의 의원직 박탈 여부를 헌법재판소에 회부했다. ‘헌재 결정 때까지 직무정지’도 권고했다.
태국에선 법적으로 언론사 사주나 주주의 공직 출마가 금지돼 있다. 피타 대표는 2007년 방송을 중단한 미디어 회사의 주식 4만2000주를 상속받아 보유하고 있는데, 군부는 해당 기업이 여전히 ‘언론사’ 지위를 유지한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피타 대표는 iTV가 2007년 정부와의 주파수 계약이 종료되면서 방송을 중단해 미디어 업체로 볼 수 없다고 반박해 왔는데, 선관위가 군부 손을 들어준 셈이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도 이날 피타 대표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 위헌 여부 심리를 개시했다.
전진당 지지자들은 2019년의 악몽이 반복될까 우려하고 있다. 당시 군부는 전진당 전신인 ‘퓨처포워드당’의 대표이자 ‘40대 개혁 기수’로 열풍을 일으킨 타나톤쭝룽르앙낏의 의원직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박탈했다. 이듬해엔 당까지 헌재에서 정당법 위반으로 해산됐다.
이에 피타 대표 지지자들은 의회 투표 전날 밤부터 방콕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내 투표를 존중하라” “상원은 국민 뜻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지 말라”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시민들의 거센 반발을 우려한 태국 정부는 의회 앞에 경찰 기동대 등의 인력을 배치해 놓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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