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장애인·비정규직… K-방역이 생략한 사람들

김남중 2023. 7. 1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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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먼저 이주민들이 겪은 팬데믹을 보자.

책은 "팬데믹 기간 '국민'만의 K-방역이 지속된 것은 한국 정부나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라며 "이주민들에게 K-방역이란 정보에서 소외되었다는 측면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었고, 방역물품과 재난지원에서 배제됐다는 측면에서 차별이었으며, 전수검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인권침해였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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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길]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김승섭 외 지음, 동아시아, 324쪽, 2만원
지난해 2월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제2주차장 임시선별검사소에 시민들이 긴 줄을 이루며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국민일보DB


코로나19 팬데믹은 끝난 것처럼 보인다. 모두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한국의 방역은 꽤나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힘들고 약한 사람들이 경험한 팬데믹을 설명하지 못한다. 취약계층의 열악하고 위험하고 차별당하는 삶은 팬데믹을 만나 재생산되고 증폭됐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인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부교수는 이주, 장애, 비정규직, 아동, 여성 분야에서 활동해온 다섯 명의 연구자들과 함께 취약계층이 경험한 팬데믹을 정리해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를 내놓았다. 지난 3년간 발표된 논문, 보고서, 기사, 단행본 등을 참고하고 현장 활동가들의 인터뷰를 담은 이 책은 K-방역이 외면하고 생략하고 묵인한 것들을 보고한다.

먼저 이주민들이 겪은 팬데믹을 보자. 마스크는 방역의 상징이자 필수품이었는데, 이주민들은 그 기본적인 방역 물품의 지급과 구매에서 배제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난지원금 지급에서도 이주민은 배제됐다. 결혼이민자나 영주권자처럼 예외적인 경우에만 포함됐다.

한국 정부는 백신 접종 안내문을 한국어 외 12개 언어로 발표했다. 거기에는 고용허가제로 이주노동자를 도입하고 있는 16개 국가의 언어조차 다 포함되지 않았다. 호주는 63개 언어로, 미국은 65개 언어로 접종 정보를 발표했다. 한국은 예방수칙이나 안내문자도 이주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제공하지 않았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이주민들에게 체류기간을 연장하거나,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인력난 해소만을 목적으로 체류기간 연장을 허용했을 뿐이다.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외출 금지 조치가 지속됐고, 코로나19 전수검사 명령이 내려졌다.


책은 “팬데믹 기간 ‘국민’만의 K-방역이 지속된 것은 한국 정부나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한 인식 수준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라며 “이주민들에게 K-방역이란 정보에서 소외되었다는 측면에서 알 수 없는 두려움이었고, 방역물품과 재난지원에서 배제됐다는 측면에서 차별이었으며, 전수검사의 대상이 되었다는 측면에서 인권침해였을 뿐”이라고 평가한다.

이주민 지원 활동가는 인터뷰에서 “무슨 다문화 교육이니 문화 다양성 인식개선이니 그거 백날 해봐야 소용없어요. 이런 상황에서 같이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걸 인식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정말 좋은 기회가 있었던 거잖아요. 그 기회를 차버리고 오히려 인식을 악화시킨 게 저는 중앙정부, 지자체라고 생각해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인들은 팬데믹을 어떻게 통과했을까. 극단적인 수준의 인명 피해 사례 대다수는 면역력이 취약한 장애인이 온종일 거주하는 생활시설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장애인들은 집단 거주 환경에서 격리된 채 속수무책으로 희생당했다.

책은 장애인 집단 거주 시설의 ‘코호트 격리’(동일집단 격리) 정책을 강하게 비판한다. “명확한 요건과 절차 없이 수행된 코호트 격리는 코로나19 방역 지침이 거주 환경에 따라 불평등하게 적용되었음을 증명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라며 “시설 밖에 있는 대다수 시민의 정서적 방역을 위한 격리의 다른 이름이 아니었을까”라고 따진다.

발달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시간도 가혹했다. 지원 기관이 폐쇄됨에 따라 모든 돌봄의 책임이 부모에게 넘겨졌다. 팬데믹 초기 발달장애인 가족 중 적어도 부모 한 사람이 직장을 그만둔 비율은 약 20%에 달했다.

책은 팬데믹이 아동과 여성, 비정규직 등에 가한 상처도 기록한다. 그러면서 “미래에 재난을 겪는 우리는 지난 3년보다 더 나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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