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넘어 가족되기… 공존에 대한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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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신작 시와 소설을 소개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마흔일곱 번 째 작가로 임솔아를 선택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하고 2015년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거머쥔 임솔아는 시와 소설 두 분야에서 당대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짐승처럼'은 가족과 가족이 아닌 관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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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솔아 지음, 현대문학, 160쪽, 1만4000원
한국 문학의 가장 현대적이면서도 첨예한 작가들을 선정해 신작 시와 소설을 소개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는 마흔일곱 번 째 작가로 임솔아를 선택했다. 2013년 중앙신인문학상 시 부문으로 등단하고 2015년 문학동네대학소설상을 거머쥔 임솔아는 시와 소설 두 분야에서 당대 최전선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현대문학’ 9월호에 발표한 소설을 퇴고해 내놓은 ‘짐승처럼’은 가족과 가족이 아닌 관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풀어낸다. 가족의 경계선 밖에 있던 존재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일도, 인간이 아닌 존재를 동등하게 받아들이는 일도 어렵고 불편하다. 작가는 과도한 감정은 배제하고 공존의 이상과 현실을 그린다.
이종사촌동생 채빈이 우리 집에 남겨지게 된 어느날 엄마는 채빈이 사촌이 아닌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말한다. 예상치 못한 엄마의 고백으로 가족이 됐지만 채빈과 나는 서로를 인정하기 어렵다. 마음 둘 곳 없는 채빈은 유기 동물을 끊임없이 집으로 데려오고 가출한 채빈을 찾으러 나간 엄마는 느닷없는 죽음을 맞이한다.
각자의 삶을 살다가 10년 만에 다시 만난 채빈과 나는 별나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함께 키우게 된다. 별나의 엄마 유나가 실종됐다는 사실을 듣고 함께 찾아 나선 채빈과 나는 엄마, 그리고 엄마의 죽음에 대해 뒤늦게 이야기하며 서로를 조심스럽게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소설은 도망친 유기견을 찾는 이야기, 그리고 자매의 갈등과 화해라는 두 개의 고리로 연결돼 있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차별과 고립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작가는 여러 불협화음을 끌어안으며 공존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임솔아의 문장은 간결하지만 차갑지 않다.
문학평론가 김주원은 “‘짐승처럼’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과 동물이 맺는 깊은 유대를 가부장제의 외부로, 혈연 가족의 범주를 넘어서 상상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임솔아는 ‘작가의 말’에 과거에 키우던 열대어 베타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았던 이야기를 썼다. 이름이 있고 없고가 둘 사이에 중요치 않았지만, 베타가 죽고 나서 그리워도 부를 이름이 없어 후회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후회조차 너무 인간의 방식이라는 생각 속에서 이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애석하게도 인간의 언어로 꽉 차 있어서 인간동물만 읽을 테지만, 비인간동물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을 적어둔다”고 전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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