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계일주2’ PD “인도와 기안84, 됐다 싶었죠” [쿠키인터뷰]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MBC ‘나 혼자 산다’로 익히 알려진 웹툰 작가 기안84의 독특함이 여행 예능과 만나자 새로운 시너지가 났다. 지난해 시즌 1을 선보인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남미로 떠난 기안84의 모습을 사실감 가득하게 담아 호평받았다.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부터 방송을 시작한 ‘태계일주2’는 인도로 향한 기안84와 인플루언서 덱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리고 있다.
기안84 특유의 날것 자체의 모습은 인도에서 기상천외한 재미로 발현한다. 겐지스강에 풍덩 입수하는 건 물론이요, 현지인이 제시한 터무니없는 바가지요금도 모조리 수긍한다. 영어를 못 알아들어 의도치 않게 돈을 아끼기도 한다. 덱스는 기안84와 정반대다. 단호하고 강하게 굴면서도 현지 음식에는 기안84보다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물과 기름처럼 겉돌 것 같던 이들이 함께하자 의외의 재미가 샘솟는다. 여행으로 잔뼈 굵은 빠니보틀은 나름의 존재감을 보여준다. 이들 멤버에 고른 호평이 잇따르는 이유다.
입소문은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지난 9일 방송한 ‘태계일주2’ 5회 시청률은 전국 5.7%(이하 닐슨코리아 기준), 수도권 6.1%를 기록했다. 기안84와 덱스는 TV-OTT 통합 비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굿데이터 코퍼레이션 6월4주 집계)에서 2, 7위에 이름 올릴 정도로 인기다. 기안84를 올해 MBC 연예대상 대상 후보로 거론하는 분위기도 일고 있다. ‘태계일주’ 시리즈를 연출하는 김지우 PD 얼굴에도 웃음꽃이 폈다. 12일 서울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 PD는 여행 비화부터 앞으로의 계획까지 알토란같은 이야기를 풀었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
Q. 지난 시즌보다 인기가 더 뜨겁습니다. 연출자로서도 이 분위기를 체감하나요.
“얼마 전 제작진과 서울 신촌에 있는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였어요. 촬영 이야기를 하니까 식당 아주머니께서 방송국 사람이냐 하시더니, 요즘은 기안84가 세계 여행하는 프로그램이 가장 재밌다고 하시더라고요. 저희 방송이라는 얘기를 전혀 하지 않았는데도요! 굉장히 큰 힘이 됐습니다. 반응이 강렬하게 온다는 걸 느꼈어요.”
Q. 기안84가 인도로 떠난 게 알려지자 시청자 사이에선 ‘치트키 조합’이란 말이 나왔어요. 여행지로 인도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합니다. 기안84가 가고 싶다는 의사를 명확하게 밝혔거든요. 인도는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됐을 뿐 예능에서 대대적으로 다루진 않은 곳이에요. 직접 가보니 어마어마한 다양성을 품고 있더라고요. 저희가 아는 인도는 빙산의 일각이었구나 싶었죠. 4대 문명 발상지는 역시 다르다는 것도 느꼈어요. 많은 매력을 맛봤어요.”
Q. 문화 차이가 있다 보니 조심스러운 면도 있었을 법해요. 다름을 어떻게 담느냐에 따라 때로는 논란이 일기도 하니까요.
“맞아요. 그래서 저희는 가감 없이 보여드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여행을 고생하러 가는 건 아니잖아요. 인도라는 나라에 깊이 들어가 어떤 곳인지를 담으려 했어요. 실제로 인도를 겪어보니 저희와 닮은 모습이 보이더라고요. 기차역에 갔을 땐 우리나라 명절 귀성 풍경이 떠올랐어요. 편견을 담지 않고 그대로를 비추되, 여행지다운 면을 살리는 데 주력했죠.”
Q. 자연스러움을 극대화한 게 ‘태계일주’의 매력이라 생각합니다. 방송임에도 대본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아 더욱 신선했어요.
“여행은 시작과 끝이 정해져 있잖아요. 제작진은 이런 큰 틀만 짰습니다. 그 사이 여정을 채운 건 오롯이 출연진 몫이었죠. 제작진 업무는 밤에 시작하곤 했어요. 출연자가 가고자 하는 곳이나 하고 싶어 하는 의사를 내비치면 최대한 존중했어요. 그 지역에 갈 수 있는지, 문화 풍습을 침해하지 않는지를 세심히 살피는 게 제작진의 일이었어요. 뭔가를 의도하지 않는 데 집중했어요.”
Q. 기안84는 ‘태계일주2’ 흥행의 일등공신으로 꼽힙니다. 인도에서 산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죠.
“기안84가 인도를 정말 좋아해요. 적응하기 어려운 곳에서도 즐기는 모습이 대단하고 신기했어요. 이렇게까지 친화력이 좋은 사람인가 싶기도 했어요. 하하. 한국에선 이렇게까지 깊은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인도에서는 자유인처럼 지내더라고요. 현지인들과도 금세 친해졌어요. 춤추고 싶으면 춤추고, 눕고 싶으면 눕고…. 새로운 면을 많이 확인한 여행이었어요. 즐기는 모습을 보며 ‘됐다’ 싶었죠.”
Q. 그런가 하면 덱스는 기안84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서 오히려 신선하게 다가왔어요.
“덱스가 가진 강인함과 야생성이 인도와 잘 맞으리란 확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인도에 가니 ‘덱쪽이’(말썽인 아이를 지칭하는 신조어 금쪽이에 덱스 이름을 덧대 표현한 말) 같은 모습을 보여주더라고요. 기안84와 달리 단호하게 가격을 흥정하는 면모도 보여줬어요. 덕분에 프로그램이 더 풍성해졌어요. 하하. 앞으로 덱스도 인도에 점점 빠져들어요. 남은 회차에는 인도에 녹아들며 즐기기 시작하는 덱스 모습이 담깁니다. 멋지고 강한 덱스를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Q. 기안84가 지난 시즌보다 여행에 익숙해진 모습 역시 도드라졌어요.
“연출자 입장에서도 기안84가 여행에 적응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기안84가 인도에 간다고 하자 방송 전부터 ‘기안84 VS 인도’라는 반응이 나왔어요. 그 말을 들은 기안84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여행은 VS가 아니고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요. 그 말에 감동했어요. 여행은 현지에 맞서려고 가는 게 아니라 동화하려는 마음으로 가는 거니까요. 기안84 역시 지난 여행보다 현지 문화를 더욱더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게 느껴졌어요.”
Q. ‘나 혼자 산다’부터 지금까지 오랜 기간 기안84와 호흡을 맞추고 있습니다. 예능인으로서 기안은 어떤 사람인가요?
“사석에서도 정말 재미있어요. 알고 지낸 지 오래인데도 여전히 신기한 면을 발견해요. 프로그램을 함께하기에도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진정성 역시 가득하고요. 단점도 있죠. 그런데 그런 모습이 방송으로 담기면 시청자가 좋아하는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하하. 기안84는 확실히 독특해요. 시청자분들이 자신과 다르게 사는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으리란 생각도 들어요. 그게 기안84의 매력이죠.”
Q. 시즌 3 계획이 궁금해요.
“지금은 ‘태계일주2’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어요. 여행지부터 출연진까지 정한 게 단 하나도 없어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의 여행기’라는 대주제는 그대로 이어집니다. 기안84와 시너지를 내면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분들을 찾아보려 해요. 쉽게 가지 못하거나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으로 향해볼 생각입니다.”
Q. 이제 반환점을 돌아 5회 차만을 남겨두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나요.
“시즌 1에서 시청자가 좋아한 부분을 극대화해서 만든 게 ‘태계일주2’예요. 현지인 삶과 문화에 더 녹아드는 걸 목표로 삼았죠. 지금까지는 기안84 혼자 여행하거나 덱스와 함께 다니는 모습을 담았어요. 앞으로는 기안84, 덱스, 빠니보틀 세 사람이 함께 여행을 즐깁니다. 셋이 뭉치니까 또 다른 호흡이 생기더라고요. 각기 다른 유형으로 인도를 즐기는 세 여행자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TV와 유튜브를 통해 많은 모습들을 보여드릴 테니, 입소문 좀 더 내주세요. 하하.”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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