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30여명 몰린 KT 대표 공모…지원자 명단은 비공개
3월 이후 공석인 KT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30여 명의 후보가 경합에 나선다. KT 이사회는 ‘카르텔’ ‘낙하산’ 등의 구설을 피하겠다며 후보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깜깜이 선발’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무슨 일이야
13일 KT는 전날 마감한 차기 대표이사 후보 공개모집 결과를 발표했다. 공모에는 총 20명이 지원했으며 주주 추천 후보 1명, 외부 전문기관 추천 후보는 6명이다. 권은희 전 새누리당 의원,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등이 공모 참여 사실을 밝혔으며 김기열 전 KTF 부사장, 김성태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자문위원,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최두환 전 포스코ICT(현 포스코DX) 대표 등도 후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자원·추천 외에, 사내 후보자까지 포함하면 총 후보군은 30명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내 후보자는 그룹 부사장 이상, 재직 기간 2년 이상이 대상이다. KT는 이날 사내 후보자 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주주 추천 후보로 배순민 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상무)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KT는 최근 대표이사 선임 방식을 개편하며, 주식 0.5%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후보 추천 기회를 부여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후보에 지원하지 않았다.
이게 왜 중요해
앞서 CEO 후보로 선정됐던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전 사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의 ‘이권 카르텔’ 비판을 의식해 대표 선임 과정에서 중도 사퇴했다. 이 때문에 ‘왕관의 무게를 견딜’ KT의 새 리더가 누굴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며 KT 내부는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검찰은 지난 10일 KT그룹의 시설 관리 용역 업체인 KDFS의 황욱정 대표에 대해 회삿돈을 횡령하고 KT 임원들에 법인카드를 내주거나 임원 가족을 취업시키는 등 부정한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 전 대표를 포함해 KT 전·현직 임직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내홍을 수습하고 KT의 미래 지휘할 새 수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명단 비공개 이유는
하지만 지난 대표 선발 절차서 불거졌던 깜깜이 선발 논란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개 모집 지원서에는 개인정보 수집·이용·공개 동의서가 포함돼 있었으며 동의를 거부할 경우 심사 과정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적혀 있다. 지원서에는 ‘후보자의 개인정보, 지원 사실, 심사 결과 등이 언론 등 외부에 공개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공모에 참여한 후보 중 정보 공개에 동의한 경우에 대해서는 명단을 공개하는 것이 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과거부터 KT는 심사 대상자를 비공개한 후에 낙하산 CEO가 내려 온 역사가 있다”며 “지원자는 자천인지, 어느 주주의 추천인지 등 심사대상·과정, 심사자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이사회가 이달 말쯤 압축된 후보군 명단(숏리스트) 발표를 고민하고 있다”며 “모든 우려를 감안해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KT 대표는 언제쯤?
차기 대표 후보군은 먼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인선 자문단의 서류 평가를 거칠 예정이다. 사외이사 8인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인선 자문단의 의견을 참고해 서류·면접 심사를 거쳐, 8월 첫째 주에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날 KT 이사회는 윤종수 이사(전 환경부 차관)를 이사회 의장으로, 이승훈 이사(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를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신규 선임했다. 현재 대표 직무대행 중인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대표 선임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다. 최종 후보는 다음달 말 주주총회에서 선임 여부가 확정된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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