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김기현에 온 긴급연락…백악관서 '아시아 차르' 보고 받았다
미국 워싱턴D.C에서 방미 일정(7월 10~15일)을 소화하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2일 오전(현지시간) 주미 한국대사관 측에서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현지시간으로 전날 밤 북한이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해 백악관 측이 긴급브리핑을 하고 싶어한다는 전언이었다. 이에 김 대표와 이철규 사무총장,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백악관으로 급히 이동해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차관급)에게서 40분간 관련 분석 결과를 들었다.
국민의힘 측 참석자에 따르면 캠벨 조정관은 “이번 ICBM은 고도가 높고, 비행시간이 길었으며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ZZ) 가까이 떨어졌다”며 “액체연료와 고체연료 중 무엇을 썼는지 더 확인해봐야 하지만 만약 고체연료였을 경우, 북한 전역 어디서든지 발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같은 백악관 측의 설명에 묵묵히 귀를 기울였다.
강 대변인은 백악관 브리핑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백악관 측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북 미사일 관련 메시지를 지지한다는 발언을 했다”며 “한·미가 안보동맹을 강화해 대처하고, 한·미·일도 어느 때보다 더 긴밀하게 협조해나가야 한다는 것이 백악관 브리핑의 주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윤 대통령은 북 미사일 도발에 대해 “북한의 불법 행위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한·미핵협의그룹(NCG) 회의를 통해 확장억제 실행력을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대해 백악관이 김 대표를 통해 공개적인 지지 의사를 전한 셈이다. 강 대변인은 “한·미관계의 공고함을 재확인했다”고 부연했다.
앞서 김 대표는 방미 둘째 날인 지난 11일에도 캠벨 조정관과 만났다. 당시 조찬간담회에서 두 사람은 NCG를 통한 양국 간 안보협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참석자의 말을 종합하면, 캠벨 조정관은 “한·미 동맹이 핵을 기반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점에 공감하며 NCG 설치에 대해서도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를 훌륭한 리더십을 갖고 용기있게 푼 것에 대해서 조 바이든 대통령도 굉장히 좋아하고 자신들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대표도 “업그레이드된 핵공유를 기반으로 하는 NCG 설치 자체가 한·미동맹의 중요한 변화의 기점”이라며 “단순한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국민에게 안전이 확실히 보장된다는 실천적 성과를 내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18일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NCG 회의에 미국 측 대표로 참석하는 캠벨 조정관에게 김 대표가 적극적 협력을 요청한 것이다.
캠벨 조정관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아시아 전략 최고 책임자다. 중국·북한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을 주도하는 그는 ‘아시아 차르’로 불리기도 한다. 김 대표가 5박 7일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그를 두 차례나 만난 걸 두고 "이례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미·중갈등에 따른 韓경제 문제에 金 “우리는 중국 배제 어렵다”
김 대표는 한국 입장을 미국 조야에 전하는 데도 주력했다. 김 대표는 11일 캠벨 조정관과의 간담회에서 “경제적 문제와 관련해 우리는 중국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중 관계를 적절한 수준에서 잘 관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중갈등이 자칫 한국경제에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를 적극적으로 전한 것이다.
이에 캠벨 조정관은 “김 대표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국의 입장을 나도 이해하고 있다”며 “미국 입장이 한국과 다르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답했다. 여권 관계자는 “우리의 이익을 위해 미국에 할 말은 해야한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출국 전부터 “윤 대통령의 4월 한·미정상회담 성과를 적극적으로 키워가겠다”는 의욕을 주변에 드러냈다고 한다. 보수정당 여당 대표로는 2015년 김무성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 이후 8년 만의 단독 방미여서 일정도 빡빡하게 잡았다고 한다.
실제로 김 대표는 워싱턴D.C에서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과 크리스 벤 홀런 상원 동아태소위원장, 영 킴 하원 인도·태평양소위원장 등 미국 조야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또 헤리티지재단 주최 한반도 전문가 간담회와 재외동포와의 만남도 가졌다.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비 참배와 현지 보훈병원 방문을 통해 참전용사도 위로했다. 13일 뉴욕에서는 유엔(UN)본부를 방문하고, 14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재외동포 간담회를 가진 직후 귀국길에 오른다.
김용환 대표실 상황실장은 “진정성 있는 방미가 되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심정으로 일정을 마련하라고 김 대표가 지시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미국에서도 야권이 제기하는 정쟁에는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그는 10일 동행 기자들과 만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겠냐’는 질문에 “과학적 근거와 국제기구의 여러 검증 절차를 거치는 것이지 미국의 의견과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논란에는 “가만 놔둬도 (민주당의) 자살골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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