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국가 망신시킬 때 아냐”…엑스포 관계자가 날린 일침

최은희 2023. 7. 13.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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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세계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들, 여야 정쟁 우려
‘정파 간 갈등 여부’…유치 성공의 핵심 역점
“정치권 일심 단합해 유치 총력전 펼쳐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30 부산세계박람회 리셉션에 참석해 공식 건배주인 '대선골드'를 앞에 두고 참석자들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30세계엑스포 유치위 내부에서 정치권을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야 간 정쟁이 유치 성공 여부를 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2030세계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들은 여야 정쟁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유치 후보국의 ‘정파 간 갈등 여부’가 유치 여부를 가르는 핵심 역점인 탓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의 ‘열쇠’를 쥔 실사단이 집중하던 핵심 역점은 약 10가지 가량이었다. 구체적으로 △대통령의 개최 의지 △개최국의 준비 상황 △정파 간 갈등 여부 △중앙과 지방의 협력 △국민들의 참여 열망 △미디어·언론 관심 △민·관의 조화 △개최국의 문화콘텐츠 등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의 입국이 예정된 7일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 인근에서 시민단체가 그로시 사무총장의 방한을 반대하는 손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여야 간 정쟁이 격화하고 있는 점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놓고 정치권은 합리적 해법을 찾기 위해 힘을 모으기는커녕 진정성 없는 공방만 이어 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리당략에만 골몰한 채 정쟁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외교사절이 한국을 찾자마자 항의 시위로 입국 길에서부터 난항을 겪는 사태도 벌어졌다. 앞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계획 관련 설명을 위해 방한한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거센 항의 시위에 부딪치며 입국부터 난항을 겪었다. 수십 명의 시위대는 격렬한 시위로 그로시 총장을 가로막았다. ‘IAEA 일본 맞춤 보고서 폐기하라’, ‘IAEA 사무총장 방한 반대’ 등의 피켓을 손에 쥐고, “해양투기 반대한다” “그로시는 한국을 떠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도 벌어졌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귀빈용 출구가 아닌 공항 2층을 통해 빠져나가려고 시도했지만, 이를 발견한 시위대로 인해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귀빈실로 향했다. 그는 비행기 도착 후 2시간가량이 지나서야 시위대와 취재진의 눈에 띄지 않는 통로로 김포공항을 빠져나갔다.

이같은 사태를 두고 정치권 내에서는 비판이 제기됐다.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은 13일 “아무리 우리 시민사회의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선진대국인 한국의 위상을 크게 추락시키는,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라며 “사무총장을 배출한 한국에서 그러한 일이 있었던 것도 참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IAEA는 UN 산하기관이다.

반 전 총장은 “국제기구 수장이 방한했는데, 공항에서 입국을 저지해서 곤란을 겪었다든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둥 참으로 무책임하고 위험한 이야기”라며 “국격을 해치는 일이고, 이런 데 대해 의원님들께서 시민사회를 지도·계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문제를 해외로 이슈화시키는 것은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문제를 UN으로 가지고 가자는 의견들도 있는 것 같은데, 그건 전연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1일(현지시간) 빌뉴스 대통령궁에서 열린 리투아니아 대통령 주최 공식만찬에서 각국 정상들과 함께 기념 촬영하며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유치위 관계자들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복수의 2030세계박람회 유치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여야가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정쟁할 때가 아니다”, “정치인들  제정신 차려라”, “국가대사를 앞두고 망신시킬 일들은 자제하고 합세해야 한다”, “정치권이 일심 단합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등의 성토를 쏟아냈다.

유치위의 핵심 관계자는 “지금 이 시간에도 밤잠을 설치며 지구촌반대지역에서 국가의 운명을 개척하려 지친 몸을 이끌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숨은 일꾼들을 생각해서라도 전국민의 뜻을 성공적인 엑스포 유치에 모아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세계 앞에 다시 한 번 보여줘야 한다”라며 “국민경제를 우뚝 세우는 역사적 대전환점을 모색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총력전도 당부했다. 또 다른 유치위 관계자는 “우리나라 항만도시 부산을 세계 최고, 최대의 물류기지로 만들어 보겠다고 불철주야 뛰고 있는 대통령과 유치위 관계자들의 사기를 키워 국가의 백년대계인 부산엑스포 유치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며 “이는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도약, 특히 2030미래세대를 위한 비약적인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이기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너나할 것없이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다시 말하지만 엑스포 유치는 여야가 없는 대한민국 운명과 미래를 결정지을 5400만 국민의 문제”라며 “5400만 국민의 뜻으로 이루는 역사적 작품이 되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엑스포 개최지는 오는 11월 말 BIE 정기총회에서 179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된다. 부산은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과 경합 중이다.


조진수·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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