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로 떨어진 美물가 환호했지만…"하반기 오를 수 있다" 왜

김남준 2023. 7. 13. 16:4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3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긴축 정책 중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에너지 효과에 CPI 3%로 둔화


박경민 기자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통계국은 지난달 미국 CPI가 지난해 6월과 비교해 3%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5월 CPI 상승률(4%)보다 1%포인트 떨어진 수치로, 전문가 전망치(3.1%)보다도 낮다.

물가 상승세 둔화를 이끈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인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국제 유가가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6월 미국 CPI는 전년 대비 9.1% 급등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유가 잡기에 나섰고,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는 빠르게 제 가격을 찾았다. 실제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6.7% 하락했다. 이중 가솔린을 비롯한 에너지 상품 가격이 26.8% 급락하며 전체 CPI 상승세 둔화를 이끌었다.


공급망 차질 해소에 근원 CPI도 둔화


박경민 기자
특히 시장이 환호한 것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세 둔화였다. 지난달 근원 CPI는 전년 대비 4.8% 오르면서, 5월 상승률(5.3%)보다 0.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6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온 전체 CPI와 달리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해 9월(6.6%)에서야 정점을 찍은 뒤, 느리게 둔화했다. 특히 올해는 5% 중반대에서 큰 변화 없이 상승세를 유지하다, 지난달에서야 4%대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 10월(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근원CPI 상승세 둔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일부 해소됐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급격하게 올랐던 중고차 가격은 지난달 전년 대비 5.2% 하락하면서 근원 CPI 상승세를 떨어뜨렸다. 역시 코로나19 영향에 올라갔던 의료 서비스(-0.8%)는 전년 대비 가격이 오히려 낮아졌다.

다만 근원CPI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는 전년 대비 7.8% 오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5월 주거비와 비교해서는 0.4% 상승세에 그치면서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2번 인상 가능성 ‘뚝’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이후 물가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인상을 결정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최소 2번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Fed가 목표로 잡았던 2% 상승률에 근접하면서, 2번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이 사라졌다”면서 “당장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뒤집긴 어렵겠지만, 그 이후는 추가 인상 없이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가 효과 사라진 하반기 재상승 우려


박경민 기자
다만 하반기 물가 둔화 추세가 계속 이어갈지는 미지수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 유가 하락의 덕을 보는 '기저 효과'가 하반기에는 사라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최고 배럴 당 120달러를 넘어섰던 국제 유가는 이후 하락세로 전환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배럴 당 70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올해 국제 유가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시간이 갈수록 국제유가의 하락 효과는 감소한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가 유가 방어를 위해 적극적 감산에 나서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은 이번 달 CPI가 3.35%(근원 CPI 4.92%)를 기록하면서, 지난달보다 오히려 상승할 거라고 전망했다.

미 Fed의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기 위해선, 하반기에는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에서 진짜 물가 하락세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근원 CPI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 하락 속도가 더딘 데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세라 서비스 물가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영향이 일부 역전되고 공급망 병목이 완화된 효과로 일종의 ‘공짜 점심’”이라면서 “물가가 2%까지 내려가려면 노동수요 감소는 물론 실업률이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서지원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