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로 떨어진 美물가 환호했지만…"하반기 오를 수 있다" 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2년 3개월 만에 3%대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세 둔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긴축 정책 중단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에너지 효과에 CPI 3%로 둔화
물가 상승세 둔화를 이끈 것은 에너지 가격 하락이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완화로 인한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에 국제 유가가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지난해 6월 미국 CPI는 전년 대비 9.1% 급등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미국 정부가 유가 잡기에 나섰고, 경기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국제 유가는 빠르게 제 가격을 찾았다. 실제 지난달 에너지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16.7% 하락했다. 이중 가솔린을 비롯한 에너지 상품 가격이 26.8% 급락하며 전체 CPI 상승세 둔화를 이끌었다.
공급망 차질 해소에 근원 CPI도 둔화
지난해 6월부터 하락세를 이어온 전체 CPI와 달리 근원 CPI 상승률은 지난해 9월(6.6%)에서야 정점을 찍은 뒤, 느리게 둔화했다. 특히 올해는 5% 중반대에서 큰 변화 없이 상승세를 유지하다, 지난달에서야 4%대로 떨어졌다. 이는 2021년 10월(4.6%)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근원CPI 상승세 둔화는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일부 해소됐기 때문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급격하게 올랐던 중고차 가격은 지난달 전년 대비 5.2% 하락하면서 근원 CPI 상승세를 떨어뜨렸다. 역시 코로나19 영향에 올라갔던 의료 서비스(-0.8%)는 전년 대비 가격이 오히려 낮아졌다.
다만 근원CPI에서 가장 비중이 큰 주거비는 전년 대비 7.8% 오르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5월 주거비와 비교해서는 0.4% 상승세에 그치면서 상승 폭이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준금리 2번 인상 가능성 ‘뚝’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한 차례 올린 뒤, 이후 물가 상황을 지켜보고 추가 인상을 결정하는 이른바 ‘매파적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제롬 파월 Fed 의장 등 주요 인사들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최소 2번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Fed가 목표로 잡았던 2% 상승률에 근접하면서, 2번 이상 기준금리를 올릴 명분이 사라졌다”면서 “당장 이번 달 기준금리 인상 기대를 뒤집긴 어렵겠지만, 그 이후는 추가 인상 없이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유가 효과 사라진 하반기 재상승 우려
미 Fed의 금리 인상 행진을 멈추기 위해선, 하반기에는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에서 진짜 물가 하락세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근원 CPI에서 비중이 가장 큰 주거비 하락 속도가 더딘 데다, 미국 고용시장이 여전히 강세라 서비스 물가가 쉽게 떨어지기 어렵다는 점이 고민이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물가 상승세 둔화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영향이 일부 역전되고 공급망 병목이 완화된 효과로 일종의 ‘공짜 점심’”이라면서 “물가가 2%까지 내려가려면 노동수요 감소는 물론 실업률이 올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준·서지원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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