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성 지능' 아이가 백만장자로, 엄마의 남다른 교육관

이유정 2023. 7. 13.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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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영화 처방전] 영화 <포레스트 검프>

[이유정 기자]

학생들을 만날 때면 종종 묻곤 한다. "공부를 왜 하는 것 같니?" 나이와 관계없이 비슷한 대답을 내놓는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조금 더 깊게 생각하는 아이들은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고 대답하기도 한다. 대학생의 경우 '좋은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라고 답하곤 한다.

그럴 때 나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하고야 만다. "좋은 대학이나 직장에 들어가면 뭐가 좋아?" 첫 질문 때처럼 대답은 몇 가지로 모이는데,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라거나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란다. 이때 다시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돈을 많이 벌면 뭐가 좋을 것 같아?"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나를 조금 이상하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면 당연히 좋은 거 아니에요?"라든지 "돈이 많으면 당연히 좋죠!"라며 뭘 이런 걸 묻나 하는 표정들이다.

그렇게 계속 질문을 이어나가면, 결국 종착지에 다다르곤 한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 많은 사람을 돕고 싶다는 아이도, 유명해지고 싶다는 아이도, 돈을 많이 벌어 좋은 집에서 편하게 살고 싶다는 아이도 하나의 답에 도달하는 것 같다. 바로 '행복'이다.

초등학생에서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의 대답이 놀랍게도 일관적인 걸 보면, 어린 시절부터 부모에게 늘 들어왔던 말일 테다. 그런데 좋은 대학에 들어가려면,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말하는 부모에게도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면 역시 마지막에 하나의 답에 도달한다. 아이가 행복하게 살길 원해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하게 살기 위해 공부하는데 아이들은 대부분 공부를 힘들어한다. 부모 또한 아이의 공부 때문에 힘들긴 매한가지다. 왜 그럴까. 답하기에 앞서, 공부가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

공부는 단순히 시험을 보기 위해서나 문제를 풀이하는 것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인간이 평생에 걸쳐 해 나가야 하는 배움이다. 아이가 사회의 일원이자 독립된 개체로서 삶을 스스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역경을 뚫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포레스트 검프

여기 한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 보자. 경계성 지능을 가지고 척추가 크게 휜 아이는 우연히 미식축구 감독의 눈에 들어, 체육특기생으로 명문 대학에 입학한다. 전미 대표팀이 되어 대통령을 만난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군대에 입대해 훌륭한 병사로 인정받고, 베트남전쟁에 참전해 국가무공훈장도 받는다. 부상으로 재활하던 중, 탁구를 치다가 탁구 재능에 눈떠 핑퐁외교의 일환으로 중국에 다녀온다.

군에서 제대 후 새우잡이를 시작해, 수산회사를 차리고 백만장자가 된다. 번 돈의 대부분을 기부하고 의료센터도 설립한다. 어느 날 갑자기 달리기를 시작해, 3년 넘는 시간에 걸쳐 미국을 횡단한다. 뭇사람들에게 감동을 안겨 많은 관심을 받고 수많은 추종자를 얻는다. 사랑하는 이와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가정도 이룬다.

이 사람의 일대기를 보면, 대부분의 부모가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일 것이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전쟁에 참전해 국가무공훈장도 받았으며, 핑퐁외교의 일환으로 나라를 대표하기까지 했다. 사업으로 큰돈을 벌어 사회에 기부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어, 뭇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가정도 꾸렸음은 물론이다. 명예와 돈이 충분했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의 일생이다. 검프의 삶은 이토록 대단해 보이는데, 영화를 따라가다 보면 정작 그에게 역경이 더 많았다는 걸 알 수 있다. IQ 75의 경계성 지능을 가졌고, 척추가 휘어 다리에 교정기를 차야 했다. 게다가 아버지 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학창 시절 내내 괴롭힘을 당했고, 괴롭힘에서 도망가다가 럭비팀에 들어갔다.

베트남전쟁에선 적의 기습공격에 너무 빨리 도망가다가 살아남았다. 친한 전우가 생각나 다시 적진으로 들어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다른 동료들을 살려 국가무공훈장을 받았다. 새우잡이를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 재산을 털어 새우잡이 배를 샀지만, 몇 달 동안 새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다. 평생 수많은 사람에게 '바보'라고 놀림과 무시를 당했다.

<포레스트 검프>는 <백 투 더 퓨처> 시리즈 등으로 유명하며 2000년대 들어 <폴라 익스프레스> 등으로 CG 발전에 큰 공헌을 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대표작이다. 미국 현대사를 관통하며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힌 이야기를 전하지만, 검프의 엄마 검프 부인이 남긴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단다"라는 전설적인 명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검프 부인은 검프가 들어간 학교의 교장 말에 따르면 '교육열이 참으로 열정적인 부인'이었는데, 지적 능력이 떨어지고 몸이 불편한 아들을 마냥 품에 안으려 하지 않고 세상에 내놓아 남들과 다름없는 삶을 살아가게 하고자 노력했다.

세상 앞에 당당히 서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는 아이
 
 영화 <포레스트 검프> 스틸 이미지.
ⓒ (주)팝엔터테인먼트
 
포레스트 검프가 이룩한 결과들은 순간의 과정을 잘 이겨낸 결과물에 불과했다. 영화는 검프의 대단한 업적보다 지난한 과정에 더 집중한다. 편모 밑에서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고 지능도 낮았던 그는, 어떻게 지난한 과정을 잘 이겨낼 수 있었을까. 나는 그 비밀이 검프 부인의 교육관에 있다고 생각한다.

검프 부인이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그녀의 교육관을 눈여겨봐야 한다. 검프가 삶의 다양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녀의 가르침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검프 부인이 아들에게 늘 말했던 건 "넌 남들과 다르지 않아, 너도 할 수 있어"라는 메시지다.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는 말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는 말이다. 여타 대다수의 아이보다 지능이 조금 낮은 것도, 심한 척추측만증을 앓고 있는 것도 검프만이 가진 특징이라는 걸 인정한 것이다.

그렇기에 남들이 할 수 있는 걸 검프도 할 수 있다고 여겼다. 낮은 지능과 선천적인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검프가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서고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말이다. 아들을 세상에 당당한 모습으로 맞서고 스스로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아이로 키우겠다는 게 검프 부인의 교육관이었다. 그 교육관은 검프의 마음에 씨앗으로 심어졌다.

지능이 낮은 검프에게 사람들이 '멍청이'라고 부르는 모든 순간에 검프는 '멍청한 행동을 하는 게 멍청한 것(Mama says stupid is as stupid does)'이라며 엄마의 말로 의연하게 대답한다. 그의 마음이 웬만한 놀림에도 다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는 반증일 것이다. 검프에게 멍청한 건 멍청한 행동을 하는 것이었기에 그는 멍청한 게 아니라 단지 지능이 조금 낮은 것뿐이었고, 남들과 똑같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배웠기에 무엇이든 해 보는 사람이 되었다.

이것이 바로 '교육관'이다. 부모는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할 건지, 무엇을 가르칠 건지 생각해야 한다. 정답은 없다. 하지만 교육관이 있으면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답을 얻을 수 있다. 교육 목표도 생긴다. 주변이나 매스컴에 나오는 여러 정보에도 휩쓸리지 않을 수 있다.

아이를 교육한다는 것, 아이가 공부한다는 건 단순히 시험을 잘 보고 좋은 점수를 받는 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큰일이다. 한 명의 아이를 사회의 일원이자 독립된 한 사람으로 만들어 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당연히 아이의 교육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물질적으로도 아낌없이 투자를 한다. 하지만 아이의 교육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바로 부모의 교육관이다. 그러니 이제 부모는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아이를 어떤 사람으로 자라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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