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통이면 닭 세 마리"…중국서 부의 상징 된 '악마의 과일'
중국에선 비싼 과일을 사고 싶을 때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지갑을 바로 열 수 있는 경제적 자유를 ‘체리의 자유(cherry freedom)’라고 했다. 요즘은 다르다. 체리의 자리를 두리안이 꿰찼다. '두리안의 자유(durian freedom)'에 대해 중국 허난성(河南省)의 마첸은 "시골 노인에겐 두리안 한 통이 닭 세 마리와 맞먹는다"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부를 상징하는 과일이 ‘체리’에서 ‘두리안’으로 바뀌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SCMP 보도에 따르면 마첸의 고향에선 원래 친인척들이 결혼할 때 포도나 우유, 말린 버섯 등을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그런데 이번엔 두리안을 준비했다. 마첸은 “지난달 사촌이 약혼할 때, 시어머니가 포도 대신 두리안을 사 오라고 했다”라며 “시어머니는 두리안이 격식 있고 유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럭 기사 장량도 “농촌 총각들이 여자친구 집에 갈 때 예전에는 포도, 복숭아, 화이트 와인을 사 가곤 했는데 요즘은 두리안 한 통이 필요하다”며 “두리안은 예비 장모님들 사이에서 특별한 선물로 인기다”라고 전했다.
중국인의 두리안 사랑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작년 중국에 수입된 두리안은 총 약 40억 달러(약 5조1000억원) 규모로 2017년의 4배에 이른다. 지난해 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펼치면서 수입 통제를 하던 시기인 걸 고려하면 폭발적인 증가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두리안 수입도 전년 동기보다 150% 증가했다. 중국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美團)’에서 지난 4월 1일부터 5월 중순까지 두리안의 판매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7배 이상 급증했다.
중국 대륙을 홀린 두리안은 맛과 대비되는 고약한 냄새로도 유명하다. 독일의 한 우체국에선 소포로 온 두리안 상자 때문에 우체국 직원 수십 명이 메스꺼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호주의 한 대학에선 두리안의 악취를 가스가 새는 거로 착각해 학생들이 대피한 소동도 있다. 하지만 달콤한 맛에 계속 먹게 된다는 의미로 태국에선 ‘악마의 과일’로도 불린다.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악마의 과일이 중국 전역에 빠르게 퍼질 수 있었던 이유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RCEP는 중국과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이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지난해 1월 발표된 이 협정은 낮은 관세와 빠른 통관을 특징으로 해 두리안 무역의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
중국 투자자들은 두리안 주요 수출국인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으로 향해 과수원과 계약하고, 관련 물류 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다.
수입품 물류업을 하는 밥 왕은 SCMP에 "두리안이 중국에서 최고 인기 과일이 됐다. 게다가 우리는 중국인들의 두리안에 대한 입맛을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의 열광적인 반응을 볼 때 두리안에 대한 연간 수요가 향후 몇 년간 두배로 뛰어오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문상혁 기자 moon.sanghy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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