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천조국 쇼핑 리스트에 오른 한국 첨단제조업

백강녕 2023. 7. 1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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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군사대국, 세계 최고 경제강국 미국.

미국 경제의 약점은 제조업이다.

심지어 미국인들도 미국 경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달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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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군사대국, 세계 최고 경제강국 미국. 부정하기 힘든 미국의 위상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미국 경제는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경제의 약점은 제조업이다. 미국에서 만드는 공산품이 거의 없다. 심지어 미국인들도 미국 경제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잡지 ‘애틀랜틱 먼슬리’는 올해 신년호에 "미국은 발명만 하고 실제로 제품을 만들지는 못하는 국가"라는 기사를 실었다. 태양광 모듈을 예로 들었다. 세계 최초로 태양광 모듈을 상용화한 나라가 미국이다. 1954년 AT&T의 벨 연구소가 세계최초 태양광 발전 설비를 만들어 팔았다.

하지만 집 하나에 쓸 전기를 뽑아내는 설비를 갖추려면 약 18억원이 들었다. 결국 태양광 모듈을 양산하기 시작한 나라는 독일, 일본 등이다. 정부가 푼 설치 보조금에 힘입어 대량생산에 성공했다. 지금도 미국은 제조에 약하다. 미국을 대표하는 공산품은 아이폰이다. 하지만 아이폰은 대부분 중국에서 만든다. 제품인 테슬라 전기차도 비슷하다. 2021년 글로벌 생산량의 51.7%를 상하이 기가팩토리(생산라인)에서 뽑아냈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잘 만드는, 미국만 만들 수 있는 제품이 하나 있다. 바로 기축통화인 달러다.

세계 최강 군사대국 미국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달러다. 21세기 들어 등장한 미국을 부르는 신조어가 있다. ‘천조국’. 국방예산이 1000조원이란 뜻이다. 2024년 미국 국방예산은 8420억 달러(약 1090조원). 대한민국 국방예산은 57조원, 중국은 293조원 정도다. 자국의 대표 상품 달러를 국방에 쏟아부었던 미국이 최근 달러의 새 용처를 찾았다. 바로 첨단 제조 공장 쇼핑이다.

쇼핑을 정당화할 법적 근거도 만들었다. 이른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과 반도체법(CHIPS and Science Act)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3690억 달러(약 480조원)를 쓰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쉽게 말해 미국에서 전기차, 태양광 발전 설비 같은 친환경 제품을 만들면 보조금을 준다는 것이다. 또 반도체 생산설비를 미국에 만들어도 보조금과 세금혜택을 준다. 여기에 쓸 예산 520억 달러(약 67조원)도 잡아놓았다. 미래지향적인 첨단 제조 공장 쇼핑에 1000조원쯤은 아낌없이 쏟아부을 기세다. 문제는 쇼핑 리스트 상단에 한국 기업 생산시설이 잔뜩 있다는 점이다.

LG와 SK가 차세대 주력 사업인 배터리 생산 공장을 미국에 만들겠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한시라도 빨리 미국서 전기차를 만들고 싶어한다. 한화도 3조원 이상을 들여 태양광 발전 설비 생산 라인을 미국 조지아에 세운다. 미국 정부는 1조원 이상을 보조금 등의 형식으로 돌려준다. 제조설비는 나라 전체를 살찌운다. 물건을 만들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 또 부품, 장비 등을 공급할 협력업체도 필요하다. 협력업체도 사람이 필요하다. 사람은 먹고, 입고, 자기 위해 돈을 쓴다. 또 정부는 기업이 만든 물건 하나하나 세금을 붙여 나라 살림을 꾸려간다.

우리 정부도 최근 첨단 제조업체가 새 공장을 세우면 미국에 버금가는 세금, 보조금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부족하다. 미국은 한국이 줄 수 없는 기본 옵션을 무료로 기업들에 제공한다. 북미라는 거대 시장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첨단 제품 생산기지를 한국에 만들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 어렵지만 정부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해야 할 일이다.

백강녕 young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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