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한테 책 뭐 읽어주지... 이 박물관 오면 고민 해결됩니다
[고양신문 성수정]
▲ 임해영 대표의 꿈을 키워준 그림책 <미스 럼피우스> |
ⓒ 고양신문 |
한적한 동네에 그림책을 품고 있는 카페. 경기 고양시 원흥동 솔밭마을 쪽 빌라가 모여 있는 동네에 문을 연 '그림책박물관' 카페를 찾아갔다. 깔끔한 외관의 카페는 입구와 측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시야가 탁 트였고, 옆쪽 좁은 골목길에는 다니는 차들이 거의 없어 조용했다. 카페 입구에는 흰 울타리 너머로 유아용 의자와 책상이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어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분이 좋았다.
그림책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림책들이 엄청나게 많았다. 카페 공간 자체도 시원시원하게 넓어 천장까지 꽉 찬 서가가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나무 소재로 꾸며진 서가와 테이블이 그림책과 잘 어울려 고풍스럽고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주었다. 전집 그림책이 아닌 단행본 그림책들로 잘 분류돼 있어 양에 놀라고 다양함에 감탄이 나왔다. 커피 외에 다양한 음료와 케이크도 있어 아이들과 편하게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한쪽 구석에는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게 서가로 분리가 돼 있어 소모임도 가능해 보였다.
손님들이 적은 평일 오전시간에 임해영 대표를 만났다.
▲ 임해영 대표. |
ⓒ 고양신문 |
"2005년부터 '그림책박물관'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했어요. 우리나라에 출판된 모든 단행본 그림책자료를 찾아서 정리하는 게 목적이었죠. 그때부터 그림책을 조금씩 모으면서 언젠가는 그림책박물관을 만들어야지 하는 꿈이 있었어요. 그러다 2023년 3월 드디어 실현하게 돼 너무 기뻐요."
그림책 표지가 보이게 꾸며진 벽면 서가에는 추천하는 그림책 코너와 신간 그림책이 소개돼 있었다. 책을 어떻게 큐레이션하는지 물어보았다.
"일단 그림책을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방법이 뭘까 고민 했어요. 도서관의 십진법분류나 주제별분류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제 경우 출판사별로 정리했을 때 찾기 쉬운 것 같아 그 방법으로 정리하고, 중요한 작가들은 그 작가의 그림책을 따로 볼 수 있는 코너도 만들었어요."
차분한 얼굴로 조근조근 이야기를 하는 임해영 대표의 이력이 궁금해졌다.
"원래 대학에서는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집안사정으로 화가의 길은 포기하고 디자이너로 활동하다가 웹디자이너가 됐어요. '동사모(동화를 사랑하는 모임)'라는 사이트를 맡아 디자인을 했는데 굉장히 이슈가 될 정도로 유명한 사이트가 됐죠.
그 당시 그림책을 전혀 모르는 상황에서 만들었는데 높은 퀼리티의 그림에 놀랐고 그림책 작가가 되면 포기했던 그림도 그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그렇게 그림책 공부를 하고 작가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림책 자료정리가 잘 안 돼 있는 게 안타까워서 그때부터 제가 공부한 그림책을 한 권씩 정리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정리하다보니 차츰 사람들에게 알려졌죠."
그러면서 KBBY(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와 그림책 협회에서 이사로도 활동했다고 한다.
"제가 생각하는 그림책박물관의 가장 큰 역할은 자료 정리입니다. 모든 분야에서 역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림책을 연구하는 분들은 많지만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 부분은 많이 신경을 안 쓰는 거 같아요. 역사를 지닌 자료들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을 거라 생각해서 저는 자료 정리에 올인했죠."
이곳에는 <어린이를 위한 세계 최초의 그림 교과서>라는 책이 있다. 근대 교육학의 선구자인 코메니우스는 17세기 황폐화된 교육 현실을 안타깝게 여겨 어린이들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그림을 활용한 그림 교과서를 썼다.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쉽고 재미나게 설명된 이 책은 유럽 전역에 퍼졌다고 한다. 카페 입구 벽면에 그림 교과서 속 삽화 포스터가 붙어있다.
▲ 커다란 유리창으로 빛이 들어와 환한 카페 실내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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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대표는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든 결정적인 책이 바버러 쿠니의 <미스 럼피우스>였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주인공이 너무 멋지고 아름다워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늘 해왔다"면서 "그림책에는 우리가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기본적인 가치와 진리들이 담겨 있다.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할 덕목들이 다양한 그림책을 통해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아직 창업 초기라 손님이 많지는 않지만 인스타그램을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늘고 있다고. 임 대표는 "특히 주말에는 가족 손님들이 많은데 엄마, 아빠가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말하며 미소를 지었다.
야외로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맛있는 커피와 아름다운 그림책을 맘껏 즐길 수 있는 '그림책박물관'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골라 읽으며 독서습관도 쌓고 가족 간에 좋은 추억을 만들면 어떨까.
▲ 카페 안 구석 쪽에서 창가를 향해 바라본 모습. 카페 주문하는 곳 옆에는 어른들을 위한 책장이 하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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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박물관 포스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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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해영 대표가 고른 추천그림책 코너와 책소개로 꾸며놓은 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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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책박물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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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어릴 때 목공을 배워서 직접 만든 의자와 책상이다. 그 의자에 앉으면 저절로 책을 읽었던 추억이 떠올라 카페 입구에 가져다 놓았다. 꼬마 손님들이 좋아하는 공간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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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 관련 일을 담당하는 남편과 함께 그림책 서가를 배경으로 나란히 포즈를 취한 임혜영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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