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상 vs 정점' 분수령…미국과 다른 길 '노크'

김효숙 2023. 7. 13.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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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네 차례 연속 '동결'
"아직은 긴축 기조 유지 적절"
"한은 연내 두 번 인하" 관측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추가 인상과 정점론 사이에서 분수령을 맞고 있다. 물가가 어느 정도 안정세로 접어드는 와중 경기 침체 그림자가 짙어지면서 일단 관망 모드가 이어지고 있지만, 선택의 시점은 점점 가까워지는 분위기다.

앞서 한은이 주요국 중앙은행들보다 먼저 동결 기조로 접어든 만큼, 기준금리 인하도 미국보다 앞서가는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13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연 3.50%로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한은 기준금리는 네 차례 연속 동결됐다. 앞서 한은은 올해 2·4·5월에도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8월 이후 다시 3% 내외로 높아지는 등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가계부채 흐름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어 현재의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이. ⓒ뉴시스

한은이 다시 동결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반도체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못하면서 경기가 하강할 가능성이 고개를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4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발표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4%로 기존 전망치보다 0.2%포인트(p) 낮췄다.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지 못한 데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수출 성적표가 저조했던 영향이다. 반도체 한파에 올해 1~5월 경상수지는 34억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5월(188억1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222억5000만 달러 쪼그라들었다.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액은 89억 달러로 전년보다 28.0% 줄었다.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11개월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에는 금융시장도 불안하다는 판단이다.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고, 새마을금고 뱅크런 등 리스크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예상 밖으로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 강화 등 여러 정책 옵션을 통해 대응할 것이며 금통위원들도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다행히 물가는 목표치인 2%에 가까워지고 있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올랐는데, 2%대 상승률은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처음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로 꾸준히 내림세다.

물론 역대 최대로 벌어진 한미 금리차는 변수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네 번째 동결한 가운데 미 연준이 오는 24~25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25%p 인상하는 베이비스텝을 밟으면 금리 차가 2.00%p로 벌어진다. 현재 수준(1.75%p) 이후 금리 역전 폭 최대치를 다시 경신할 수 있다.

다만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이나 원화 약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지금처럼 자금과 환율 흐름이 안정적이라면, 연준이 이달 금리를 올려도 한은이 8월 곧바로 미국을 따라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5월 한미 금리차가 역대 최대로 벌어졌을 때 국내 증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은 114억3000만 달러, 약 15조원의 순유입을 기록했다. 2000년 해당 자료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7월 금통위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간의 한은의 행보를 보면 한은이 미국과 독립적으로 기준금리 경로를 결정하고, 이르면 연내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은은 지난 2월 주요국보다 빨리 기준금리 동결을 선언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지난달 14일이 돼서야 금리 인상 랠리를 멈췄다. 한미 금리 차로 인한 외국 자본의 유출 우려가 꾸준히 나왔지만, 한은은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반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표명해왔다.

일본 금융사 노무라는 지난 7일 보고서를 통해 아시아 국가 중에서 중국 다음으로 금리를 내리는 국가로 한국을 지목했다. 이어 올해 10월과 11월, 연내 두 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도 봤다. 한은이 연준의 정책 기조에 여전히 민감한 것 같지만 성장률 등 국내 요인들에 대한 강조점을 확대했고, 이 총재가 금리 인하에 따른 원화 가치 약세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총재는 이날도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해서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계속 말했듯 물가 목표인 2%로 도달했다는 확신이 충분히 들 때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며 "연내 인하 등 시기를 구체적으로 못 박는 포워드 가이던스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금통위원들 6명 모두 당분간 3.75%까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근원물가가 여전히 목표 수준보다 상당히 높고 향후 가계부채 움직임에 따라 금리를 올려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유추해 보면 금통위원들 중에 금리 인하 논의하는 분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요인이 사라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라 주요국 통화정책이나 환율이 어떻게 될지 상황을 봐야겠지만 여전히 금리격차, 외환시장 불안에 따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인상 근거가 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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