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눈이 우산으로 수련보다 연꽃이 적합한 이유

김혜영 2023. 7. 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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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과 수련, 비슷해 보이지만 정말 다른 습지 식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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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기자]

요사이 날씨가 계속 오락가락한다. 어떤 날은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고 뜨거운 바람까지 불어 숨 막히게 하더니 오늘은 잔뜩 흐리고 높은 습도에 냉기까지. 기후위기가 한 발짝씩 다가오는 것 같아 걱정스럽고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런 변덕스러운 여름날에도 식물들은 꿋꿋하다. 집 앞 작은 동산, 산자락 아래 텃밭, 아파트 화단에서도 꾸준히 자란다(농부나 정원사들이 힘들어할 정도로). 또 이 때쯤 등장하는 꽃들이 있으니 연꽃과 수련이다.
 
▲ 연꽃이 피어있는 풍경 연꽃이 피어있는 습지 근처에만 가도 맵쌀하고 향긋한 연 향이 느껴진다.
ⓒ 김혜영
우리 동네에는 꽤 큰 호수가 있고 그 옆에 습지가 잘 보존되어 있다. 그 중 데크길로 중심까지 다닐 수 있는 습지에는 연꽃들로 가득하고 아담한 정자가 있는 습지는 수련이 차지하고 있다. 이 두 꽃들을 만날 때쯤이면 여름 성수기 관광객들도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은 갑자기 꽃다발을 받아든 소녀들처럼 활짝 웃으며 여름 꽃이 가득한 연못 풍경사진과 셀카를 찍는다.
 
▲ 누가 누구? 어느 쪽이 연꽃이고 어느 쪽이 수련일까? 몰라도 되지만 알면 더 재밌는 이야기
ⓒ 김혜영
그런데 꽃을 보러온 사람들이 '어머, 저 연꽃 좀 봐', '여기 수련 이쁘다' 할 때, 가끔 수련과 연꽃을 헷갈려 부른다. 그럴 만도 한 것이 둘 다 연못처럼 고인 물에서 자라는데다가 둥근 잎과 여러 장의 꽃잎으로 된 동그란 꽃을 피우니 구분하기 쉽지 않다. 연꽃의 영어이름인 lotus로 이미지 검색을 해봐도 연꽃도 나오고 수련도 나온다. 하지만 둘은 식물분류학 상으로는 제법 멀 뿐만 아니라 자세히 보면 다른 점도 꽤 있다.
 
▲ 연꽃과 수련의 잎 '개구리 왕눈이'가 쓴 우산은 무엇일까요?
ⓒ 김혜영
어렸을 때 TV만화 '개구리 왕눈이'를 본 적 있다. '네가 울면 무지개동산에 비가 온단다'라는 주제가 가사가 기억에 남는 이 만화는 지금 생각해보면 '본격 습지 애니메이션'이었다. 포스터에 왕눈이와 아로미가 함께 등을 기대고 서 있는 장면이 있었는데 등을 기댄 대를 따라 올라가면 커다란 잎이 있다. 양산 같기도 하고 우산 같기도 한 그 잎은 아마도 연꽃잎이지 않았을까?
연꽃잎의 표면은 미세한 돌기로 덮여 있고 왁스 성분도 있어 방수 효과가 아주 좋다. 물을 뿌려 굴려보면 동글동글 물방울끼리 뭉치다가 떨어진다. 그리고 여름에 돋아난 잎은 대도 굵고 길어서 우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수련 잎은 대가 짧고 잎에 발수성도 없으니 바로 물이 묻어버려서 개구리 왕눈이도 우산으로 쓰긴 쉽지 않을 것 같다.
 
▲ 잠자는 물 위의 수련 수련은 시간 약속을 잘 해야 활짝 핀 모습을 볼 수 있는 잠꾸러기다.
ⓒ 김혜영
며칠 간격으로 계속 습지를 찾아간 적이 있는데 연꽃은 갈 때마다 꽃봉오리 숫자도 늘어나고 활짝 핀 꽃도 많아지는데 비해 수련은 꽃봉오리는 많이 올라와 있지만 정작 활짝 핀 것을 찾기 어려웠다. 며칠 뒤에 또 갔지만 역시나 활짝 핀 꽃은 볼 수 없었다. 이상하다, 작년 이때 쯤 다른 곳에서 수련을 봤는데.
여러 번 퇴짜를 맞고 나서 방문 시간대를 바꾸어 오전에 가 보았다. 수련이 활짝 피어있었다. 나랑 숨바꼭질 하나 싶기도 했지만 사실 수련은 자기 시간표에 맞추어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수련의 꽃은 시간에 맞추어 잠을 잔다.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 서너 시쯤에 꽃잎을 오므리고 잠을 자는데, 이를 2~3일 되풀이하다 시든다. 수련의 수가 물 수(水)가 아닌 잠잘 수(睡)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에 비해 연꽃은 한 번 꽃을 피우면 잠도 자지 않고 3~5일을 계속 피어있다.
 
▲ 연꽃에서 씨앗이 되기까지 연꽃이 피고, 지고, 꽃받기가 자라고, 색이 변하는 과정이다. 왼쪽 위에서 시계방향으로 시간이 흐른다.
ⓒ 김혜영
뜨거운 여름이 지나가면 습지에 꽃들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씨앗들이 나타난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연꽃의 씨앗이다. 꽃가루받이(수정)가 이루어지고 나면 연꽃의 꽃잎은 하나 둘 씩 떨어지고 주먹크기의 꽃받기가 드러나는데 작은 구멍이 나 있는 샤워기 머리 같기도 하다.

시간이 지나며 꽃받기도, 작은 구멍처럼 보이는 씨방도 조금씩 커지고 색이 진해진다. 겨울이 올때쯤 꽃받기는 구공탄처럼 변하고 그 구멍마다 도토리 크기의 까맣고 단단한 연씨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 수련은 씨앗을 보기가 쉽지 않다. 수련은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면 기다란 꽃줄기가 꼬부라지면서 물속에 잠기고 씨앗도 자란다. 다 자란 씨앗도 깨알만하기에 더욱 보기 어렵다.

연꽃과 수련은 우리가 헷갈릴 만큼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방식으로 습지의 삶을 만들어 가고 있다. 꽤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를 거듭하며 자신만의 방식을 찾아간 결과일 것이다.

그런 모습이 앞으로의 일들을 준비하고 고민하면서도 인내심이 부족하여 갈팡질팡 하는 나에게 마치 '천천히 너만의 방식을 찾아'라고 말해 주는 것 같다. 이제 비가 그치면 또 해가 쨍쨍 비치는 시간이 올 것이다. 그때 다시 연꽃과 수련을 만나러 가야겠다.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기록해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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