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尹조회 고발사주 뺀 '맹탕조사'…그걸 수용한 감사원

박태인 2023. 7.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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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통신조회 의혹이 불거졌던 2021년 12월 당시, 김진욱 공수처장이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이 13일 지난해 대선에서 논란이 됐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무차별 통신자료 조회 의혹에 대해 사실상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감사원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공수처와 대검찰청 감사 결과를 이날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0~12월 실시한 기관 감사 결과다.

감사원은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감사결과의 근거로 공수처의 자체점검 결과를 들었다. 감사원은 해당 내용을 직접 감사하지 않았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수처가 지난해 1월 자체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제도 개선을 이미 시행한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수처가 감사원에 제출한 자체점검 결과엔 2021년 윤석열 대통령(당시 국민의힘 대선후보)과 김건희 여사, 국민의힘 의원 80여명 및 수십여명의 법조 출입 기자의 통신자료를 조회해 파장이 일었던 고발사주 의혹은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중이란 이유 때문이다. 공수처는 고발사주 의혹뿐 아니라 수사나 재판 중인 사안은 “수사의 독립성 침해와 업무상 차질을 줄 수 있다”며 모두 자체 조사 대상에서 제외하고 감사원에 점검 결과를 제출했다. 핵심 사안이 빠진 일종의 ‘맹탕 조사’를 한 셈이다. 공수처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통신자료 점검은 관련 수사 기록을 일일이 확인하고 대조해야 한다”며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2021년 12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의원들이 공수처의 통신조회 관련 일련의 사태에 대해 규탄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감사원은 감사결과 공개문에 “(통신자료 조회의 경우) 수사나 재판이 종료되면 추가 점검을 할 필요가 있다”고 여지를 뒀지만, “공수처의 자체점검 결과에 문제점이 발견되진 않았다”며 사실상 공수처 점검 결과를 수용했다. 공수처로부터 통신자료 조회를 당했던 양홍석 변호사는 “재판이 진행 중인 고발사주 의혹 등에서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조회 문제가 드러난 것”이라며 “이런 내용이 빠진 감사결과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8월까지를 통신조회 자체점검 기간으로 삼았다. 그 기간 중 확보한 전화번호 6488개 중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검찰에 이첩한 사건을 제외한 전화번호 1896개를 대상으로 점검을 진행했다. 공수처는 이 과정에서 위임·전결권 행사가 적법했고, 법원 영장으로 확보한 1896개의 통신사실 확인 자료(통화 시간·기지국 위치 등) 중 통신사를 통해 번호 소유자의 개인정보(통신자료 조회)를 요청한 전화번호는 그 절반 수준인 1146개인 점을 고려할 때 “적정성과 비례성의 원칙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수사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절제해 인적정보를 확인했다는 취지다. 감사원은 공수처의 자체점검 자료 중 316개 전화번호를 표본으로 삼아 재검토를 했고 재차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이 외의 공수처 감사 사안 중에선, 감사원은 공수처가 지난해 7월 2억 7100만원 규모의 빅데이터 시스템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공고 내용과 다르게 평가항목을 임의로 변경한 점을 지적하며 주의를 줬다.

최재해 감사원장이 지난달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대검찰청 감사 과정에도 문제점을 발견해 관련자에 대한 징계와 주의 조치를 요구했다. 감사원은 2020년~2022년 10월 사이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돼 면허가 취소돼야 하는 의사와 약사 32명에 대해 검찰이 복지부에 재판 결과를 통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32명 중 15명은 감사 과정에서 여전히 의료행위를 수행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또한 감사원은 대검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지방검찰청 내 약 10억원 규모의 휴대물품 검색기 설치사업을 진행하며 업무 담당자가 공고된 제안 안내서와 다른 배점을 기술평가에 적용하고 이를 평가위원에게 제공한 점을 들어 관련자 징계도 요청했다. 감사원은 대검 및 검찰에 대한 통신자료 조회 감사는 진행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날 하반기 감사계획도 공개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2월 공개한 연간감사계획에서 서울·경기 지방공기업 경영관리실태와 건설공기업 SPC 운영 및 관리실태 감사 계획을 추가했다. 또한 감사원은 하반기 중 재난 및 안전관리체계 점검 차원에서 이태원 참사 감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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