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만난 사람]화성까지의 거리?…챗GPT시대의 질문 "화성에 왜 가야하나"

서믿음 2023. 7. 13. 11:5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 ‘슈퍼 개인의 탄생’ 저자 이승환 박사 인터뷰
AI시대, 키오스크 주문 터치서 '말'로 변경
인포데스크·콜센터 직원 대체 전망
결국 창의력이 중요해지는 시대

인류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꾼 발명품들이 있다.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이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고, 근래 등장한 스마트폰이 전 세계를 IT 시대에 편입시켰다면, 인공지능(AI)의 출현은 챗GPT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변화 속도는 상상 이상이다. 자동차가 100여년에 걸쳐 삶을 바꿨다면, 스마트폰은 10여년, 챗GPT는 불과 몇 개월 만에 인류의 삶에 각양각색 변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교육계, 산업계, 학계, 문학계 등 전방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기성 사회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선 학교·기업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숙제·업무를 금지하고, 문단에선 공모전에 응모한 챗GPT 저자 골라내기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하지만 일정 기간 불편한 동거가 끝이 나고 사용 기준이 마련되면 높은 AI 이해·활용도가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AI 시대와 마주한 인류는 어떻게 AI와 공존하며 진화해야 할까. 책 ‘슈퍼 개인의 탄생’(어웨이크북스)의 저자 국회미래연구원 이승환 박사에게 관련 내용을 물었다.

-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와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어떤 곳이며, 어떤 일을 하고 있나.

▲국회가 출연한 연구기관이다. 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연구하고 있다. 다른 출연기관과의 차이점은 높은 수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다. 여타 부처가 해당 기관이 담당하는 업무를 기준으로 연구한다면 국회미래연구원은 독립성을 바탕으로 중립적으로 미래를 예측한다. 설립된 지 5년가량 됐고 박사연구원 20명가량이 재직하고 있다. 정치교육, 기후변화, 혁신기술 IT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정책 로드맵과 입법과제를 연구하고 있다. 저는 그중에서 로봇, AI 등 미래 이슈를 중점적으로 보고 있다. 대개 기술 분야는 기술이 먼저 들어오고 정책이나 입법이 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격차 감소에 힘쓰고 있다.

- AI와의 접촉점이 깊고 넓어진 느낌이다. 과거 체스나 바둑 대결을 벌이거나, 음성 인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였는데, 이제는 챗GPT처럼 밀도 있게 다가오고 있다.

▲인공지능 챗GPT에는 희로애락이 느껴진다. 깃허브 발표에서 개발자 90%가 업무 로드를 줄이기 위해 AI에 코딩을 맡긴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처럼 업무 수고를 줄이면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 반면, 분노하는 사람도 있다. 할리우드 작가협회는 챗GPT가 대본을 쓰는 상황에 반발해 시위에 나섰다. 벨기에에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으로 들어왔다. 내년 정도면 대다수가 느낄 정도로 체감도가 높아질 것 같다.

- 대략적으로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나.

▲어도비 같은 경우에는 이미 관련 기능이 적용됐다. 사진을 주고 "웃게 해줘"라고 주문하면 알아서 표정을 바꿔준다. 옷 색깔 수정도 가능하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워드, 파워포인트, 엑셀 등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엑셀 수식을 몰라도 된다. "자료 분석해줘"라고 말만 하면 된다.

- 다만 보안 문제로 활용에 한계가 있지 않나. 일부 국내 대기업은 챗GPT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대기업이 제한하는 영역이 있다. 회사 정보를 넣고 "전략 파워포인트 만들어줘"라고 주문해 문제를 일으키면서 많은 기업이 사용을 금지하거나 가이드라인을 주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다만 점차 프라이빗 GPT가 등장할 거라고 본다. B2B(기업 간 거래)용으로 해결하는 거다. 아직은 회피 쪽이 많지만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직접 만들어서 자체 사용하겠다고 하고 있다.

- 챗GPT는 유료 버전 출시 3일 만에 이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전 세계가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데, 국내 기업이나 서비스는 어느 수준인가.

▲초고도 인공지능을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미국·중국·이스라엘·한국 네 나라다. 선발자와 후발자의 격차가 크긴 하지만, 네이버 ‘클로바’, LG ‘엑사원’ 등 우리나라도 상당한 수준이다. 삼성은 아직 외부에 공개하진 않았지만 오랜 기간 자체적으로 노력해 왔다. 점차 기업용으로 업무에 최적화된 맞춤형 생성 AI으로 갈 거다. 기밀정보와 전략문서를 프라이빗하게 가둬놓고 "연도별 최근 전략 변화를 알려줘"라고 질문하는 거다. 그만큼 보안 분야도 주목받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발 빠르게 프라이빗GPT 기반 클라우드 보안 서비스를 내놓았다.

-챗 GPT는 일자리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된다. 어떻게 전망하나.

▲분야마다 다양해서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하고 새롭게 탄생하는 것들이 있을 것 같다. 키오스크를 예로 들자면 지금은 텍스트나 사진을 보고 버튼을 누르지만 AI가 들어오면 ‘말’로 할 수 있다. 건물 인포데스크에서 안내해주시는 분들은 급속하게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콜센터도 마찬가지다. 패턴이 비교적 명확한 고장·수리 신고 등은 급속하게 대체될 수 있다. 루틴한 일들 대다수는 대체될 거라고 본다.

-선생님의 역할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것 같다고.

▲지금까지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알려진 정보를 전달하는 건 AI가 해도 된다. 화성이 무엇이고, 거리는 얼마이고 이런 ‘지식’의 문제는 AI도 답할 수 있다. 앞으로 선생님은 ‘왜 화성으로 가야 할까’ ‘화성으로 이주하면 잘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지혜’의 영역을 다루게 될 것이다. AI가 할 수 없는, 답이 없는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돕는 역할로 바뀔 거라고 본다.

-창의성 가치가 더욱 주목받을 것 같다.

▲많은 분야의 문턱이 사라질 거다. 유튜버가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지금처럼 주목받을 줄 알았나. 도구가 주어지니 다양하게 등장하게 된 거다. ‘먹방’도 그렇게 탄생한 것 아니겠나. 어떤 분야든 시도가 손쉬워졌다.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창의력이 핵심이 됐다. 초창기 메타버스가 여러 직업을 대체해도 보일러 수리공은 대체할 수 없을 거라고 전망했지만, 이제는 애초에 사람이 들어가지 않게 설계할 수도 있다. 창의력이 주목받는 가운데 교육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 페이스북은 메타로 사명까지 변경하고 메타버스에 사활을 걸었다. 하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제한적이었다. 제작된 공간이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닐 수도 있다. 공급자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메타버스 상호작용이 거의 없지만, 앞으로는 튜닝된 인공지능 NPC(Non-Player Character·가상 캐릭터)가 맞춤형 응대를 제공할 거다. 메타버스는 점점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디즈니의 팅커벨 AI 홀로그램을 두고 메타버스냐 아니냐 논란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그것도 메타버스라고 본다. 디즈니가 메타버스 사업부를 접었다고들 하는데 그렇지 않다. 아주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움직이고 있다. 팅커벨이 나와서 영어로 아이들과 대화를 주고받는 아주 좋은 교육용 월 구독 모델이 될 수 있다. 대화 이력을 축적해 나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아는 점은 몹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주요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을 것 같다.

▲과거 인터넷 혁명 30년 동안 생긴 사회적 문제들은 비교적 순차적으로 발생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양한 문제가 전방위적으로 동시다발로 터진다. 일자리를 위협받는다며 미국 작가협회에서 시위를 하고, GPT가 뉴스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이유로 뉴스 사용료를 내라는 주장도 나온다. 자동화에 따른 직무자원과 재교육의 문제, 극단적인 경우 기본소득과도 연결된다. 이게 불과 6개월 내에 벌어진 일인데, 앞으로도 유사 패턴이 더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진위 분별이 어려운 정보 생성·유통은 큰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것 같다.

▲유럽연합(EU)에서는 이미 AI법을 제정해 생성인공지능으로 만든 모든 결과물에 워터마크를 찍게 했다. 최종 시행 막바지 단계다. 이처럼 생성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아예 제작 도구에 해당 기능 탑재를 의무화해야 한다. ‘Generated by~’이렇게…. 물론 온라인 댓글 문제처럼 작용 반작용이 이어지겠지만 그럼에도 이런 조처로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승환 저자는 디지털 전략 및 정책 연구자다. 삼성경제연구소, KT 전략기획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를 거쳐 현재 국회미래연구원에서 메타버스와 AI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경영학부를 졸업하고 KAIST IT경영 석사를 마친 후 한양대학교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를 취득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비롯해 대통령 직속 기관, 기획재정부, 교육부, 국방부 등 다양한 중앙 부처의 정책 자문 활동에 참여했다. 2020년에는 가상융합경제 발전 전략 수립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