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 KAIST 총장 “코뚜레로 큰소 다루듯 AI 통제기술 만드는 중”
이광형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코에 코뚜레를 꿰어 큰 소를 통제하듯 인공지능(AI)을 통제하는 기술을 학교에서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13일 제주 해비치호텔&리조트에서 열린 제46회 대한상의 제주포럼 강연에서다.
이 총장은 “어릴 적 내 몸보다 훨씬 큰 소를 데리고 다니며 풀을 먹였다. 아버지가 소 코에 구멍을 뚫어 고삐와 연결해줬기에 소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이 내게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처럼 AI를 통제하는 기술을 KAIST에서 만들고 있다. 전 세계에서 아무도 생각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전 세계 표준을 만들어 세계의 AI를 통제할 때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며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유엔 산하 국제원자력기구(IAEA)처럼 기술을 관리하는 국제기구까지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생성형 AI 챗GPT에 대해 언급하면서 독자적인 AI 개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챗GPT는 미국이 만든 것이다. 제품에는 사상이 담겨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돈을 지불하면서 사상까지 지배받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직접 AI를 만들지 못한다면 경제적·사상적으로 지배받는 노예가 따로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AI 학습의 맹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총장은 “AI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며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말하는 선생님에게 오히려 틀렸다고 할 것”이라며 “일본 인구 1억2000만 명이 계속 AI에게 질문을 던져 학습시키면 인구 5000만 명인 한국은 AI 주도권을 뺏기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AI 주도권을 우리가 가져오지 않는다면 독도도 뺏기고, 잘못하면 제주도까지 뺏길 수 있다”고 했다.
AI 기술 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가 AI 기술을 자체 개발하면 일자리가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며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동시에 많은 일자리가 창출됐다. 대한민국도 100만 AI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제시한 쇄신안에 대해 “(한국경제인협회로) 명칭도 바꾼다고 들었다. (전경련이) 잘 되기를 기대하고, 잘 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974년 시작한 제주포럼은 국내 최고경영자(CEO) 모임의 원조로 불린다. 올해는 12~15일 열리며, 전국의 기업인과 국내·외 석학, 정부 관료 550여 명이 참석했다.
제주=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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