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특수학교 CCTV 설치 조례 두고 교사-학부모 찬반 나뉘어
[이재환 기자]
▲ 주진하 충남도의원 |
ⓒ 이재환 |
장애인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특수학교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발단은 충남도의원이 관련 조례 제정을 주장한 데서 비롯했다. 주진하 충남도의회 의원은 지난 6월 13일 제345회 충청남도의회 본회의에서 "특수중학교에 다니는 민원인의 손자가 어느날 학교에서 손바닥이 찢어져 손을 꿰매는 사고가 있었다. 사고 경위를 정확히 알지 못해 답답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수학교 교실에 CCTV를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조례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현직 교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교사들은 "특수학교 학생들을 자기 결정권이 없는 존재로 단정하고, 교사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CCTV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
전교조 충남지부(아래 충남지부)는 7월 12일 성명을 통해 "특수학교의 교실은 감시와 통제의 공간이 아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 활동이 이뤄지는 존중을 받아야 마땅한 배움터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실 안에 CCTV를 설치해 교육 활동을 녹화하는 것은 학생과 교사 모두의 인권을 침해할 여지가 많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 2012년 'CCTV로 인해 교실 내에서 생활하는 모든 학생과 교사들의 행동이 촬영되고, 지속적 감시에 의해 개인의 초상권과 프라이버시권, 학생들의 행동자유권, 표현의 자유 등 개인의 기본권이 제한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주진하 의원의 발언 직후 충남지부는 지난 6월 26일부터 7월 9일까지 충남도내 특수교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254명의 교사가 설문에 참여했다. 참여자 중 96.9%(246명)가 CCTV 설치에 반대했다.
이들 교사들은 '돌발 상황에서 학생의 안전보다 CCTV에 어떻게 보일지 생각하고 움직일 것 같다', '학생과 교사의 인권침해 우려', '특수학교에만 CCTV를 설치하는 것은 특수교육대상 학생은 자기 의견을 표현할 줄 모르고 자기결정권도 없는 사람이라고 전제한 것이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이에 대해 주진하 도의원은 13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례는 검토단계이다. 하지만 (특수학교 교실에) CCTV는 설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사건사고가 많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사들의 반발에 대해서도 주 의원은 "현재도 행자부 규칙에 학부모, 학생, 교사의 3자 동의가 있으면 (교실에) CCTV 설치가 가능하다. 오는 24일 (교사 및 교육청과)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학부모가 '조심스럽지만' 찬성하는 이유
학부모들도 "조심스럽다"면서도 CCTV 설치에 찬성의 입장을 밝히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수학교 학부모 A씨는 "학부모의 입장에서는 찬성이다. 물론 선생님들을 믿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씻기다가 상처를 발견했을 때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답답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도 "발당장애아이들이 많다보니 대화의 능력이 떨어진다. 교사와의 소통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CCTV 설치가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스러운 부분도 있다. 하지만 어떤 사안(사고)이 발생했을 때 우리 (장애)아이들은 스스로를 대변할 수 없다. 최소한 CCTV가 객관적인 자료가 될 수 있어 보인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는 "부모님들의 의견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특수학교는 아이들의 도전행동(돌발행동)이 많아서 교육이 어렵고 아이들이 다치는 경우도 있다. 단순히 영상 하나로 해석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교사들이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 자체를 하지 않으려고 할 경우, 오히려 그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전교조 충남지부 관계자도 "특수학교 교실에 CCTV가 설치될 경우 교사들은 교육활동을 두려워하고 또 위축될 수 있다. 교사들이 CCTV처럼 단순히 아이들을 관찰하는 입장에 머물 수도 있다. 아이들이 학교에 오는 이유는 '관찰 대상'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한 교육받기 위해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님들과도 적극적인 소통이 필요해 보인다. 학부모님들과 지속적으로 만나서 (장애)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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