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김주애 동행' 공식 깨질까
도발 배경·목적 구체적 언급
군사정찰위성 1호기 추락으로 체면을 구겼던 북한이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도발에 성공했다며 성과를 과시하고 나섰다.
13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핵전쟁 참화로부터 우리 국가의 안전과 지역의 평화를 믿음직하게 수호하고 적대세력들의 위험천만한 군사적 준동을 철저히 억제하기 위한 정당방위권 강화의 일환으로 전날 미사일총국에서 전략무력의 핵심무기 체계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시험발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험발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하에 진행됐으며 △김 위원장 아내 리설주 △김 위원장 최측근 조용원 당 조직비서 △김정식 군수공업부 부부장이 동행했다. 다만 공개된 사진상 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주애는 지난해 11월부터 화성-17형, 화성-18형, 군사정찰위성 등 각종 전략무기 체계 현지지도에 동행해 왔다. 정부 및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전략무기 현지지도에 딸을 대동시키는 데 대해 "미래세대를 위한 안전보장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려왔다. 대외적으로는 물론 북한 주민들에게 국방력 강화 노선의 '정당성'을 각인시키려 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번 도발과 관련한 대내외 보도에서 김주애가 포착되지 않은 만큼, 관련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물론 추후 북한 주요매체가 공개할 사진·영상 등에서 김주애 모습이 확인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통일부 당국자는 "TV 모니터링까지 좀 더 해야 확정될 것 같다"며 "방송(보도) 동향을 하루 정도, 전체적으로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도발 배경으로 "한반도·지역
군사안보 형세 냉전 초월 핵위기"
북한은 이번 도발 배경과 관련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적대시하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군사적 도발 행위가 전례 없이 가증됨으로써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군사안보 형세가 냉전 시대를 초월하는 핵위기 국면에 다가선 엄중한 시기에 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전략적 판단과 중대 결심에 따라 진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4월 반공화국 핵대결 강령인 '워싱턴 선언'을 조작해 낸 미국은 미일남조선(한미일) '3자 핵동맹'의 모체로 될 미국남조선(한미) '핵협의그루빠'회의(핵협의그룹)을 통해 공공연히 우리 국가를 반대하는 핵무기 사용을 모의하려고 획책하고 있다"며 "미 전략자산의 '가시성' 증대의 미명하에 핵추진잠수함과 핵전략폭격기를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 무시로 출몰시키면서 지역정세를 사상 초유의 핵전쟁 접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가 북한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언제든 핵·미사일을 사용할 수 있다고 위협한 데 맞서 확장억제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주객이 전도된 억지 주장으로 도발 명분을 밝힌 셈이다.
실제로 신문은 "보다 엄중한 것은 우리의 주권 영역을 침범하면서까지 극히 도발적인 공중 정탐행위에 매여달리고 있는 미국이 40년 만에 처음으로 전략핵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남조선에 투입해 조선반도 지역에 핵무기를 재반입하려고 기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적대세력들의 무모한 정치군사적 도발을 물리적 힘으로 억제하고 스스로를 철통같이 방위하기 위한 자위력 강화, 자위적 핵전쟁 억제력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이번 발사가 "주변국가들의 안전에 그 어떤 부정적 영향도 주지 않았다"며 '정당성'을 부각했지만, 북한은 국제법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탄도미사일 기술이 적용된 모든 미사일 발사가 금지돼 있다.
도발 목적으로 "기술적 신뢰성과
운용 믿음성 재확인" 언급
북한은 이번 발사 목적으로 "기술적 신뢰성과 운용 믿음성 재확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기술적 신뢰성과 관련해선 "주변국가들의 안전과 영내 비행 중 다계단(다단계) 분리의 안전성을 고려해 1계단은 표준 탄도비행방식으로, 2~3계단은 고각비행방식으로 설정했다"며 "최대사거리 체제에서의 무기체계의 각 계통별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는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전했다.
관련 기술력을 과시하듯 북한은 미사일 단분리 때마다 카메라에서 촬영된 사진들을 대거 공개했다. 각 단계별 엔진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음을 강조하는 동시에 향후 군사정찰위성에 접목될 수 있는 '정보 송수신(텔레메트리)' 기술 등도 점검했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북한이 또 다른 발사 목적으로 언급한 '운용 믿음성'은 전략무기의 우발적 사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보도에서 밝힌 대로 △김 위원장 △김정식 대장(군수공업부 부부장) △미사일총국 제2붉은기중대 순으로 이어지는 발사 명령하달 체계를 점검하며, ICBM 등 전략무기 발사 권한이 김 위원장에게 쥐어져 있음을 에둘러 내비친 셈이다.
아울러 3개월 전 화성-18형 1차 발사와 유사하게 이동식발사대(TEL)를 활용해 평양 순안공항 일대를 벗어나 도발을 감행한 점도 눈길을 끈다는 평가다. 한미의 미사일 탐지·방어 능력을 어떻게든 무력화시키려는, 발사 원점 다변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민국' 지칭했던 김여정
이번에는 '남조선'이라 표현
한편 북한은 이날 보도에서 남측을 '남조선'으로 지칭했다. 북한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용 담화에서 '대한민국' 표현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대내용 보도에선 '남조선' 지칭을 유지하는 분위기다.
김 부부장은 지난 10일과 11일 연이어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 공중정찰기에 대한 격추 위협을 거듭하며 남측을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바 있다.
이에 일각에선 북한이 남북관계를 '민족 간 특수관계'가 아닌 '일반적 국가관계'로 상정하려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의도를 예단하지 않고 향후 동향을 지속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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