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인물이 온다... 우리나라 안보는 어쩌나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2023. 7. 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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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성의 히,스토리] 김대중의 '햇볕정책' 때문에 북핵위기 왔다는 김영호

[김종성 기자]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희훈
 
통일부 장관 후보자인 김영호 교수는 북한 문제를 다루기에는 너무 위험하다. 북한을 압박하기보다는 도리어 남한을 위태롭게 만들 수도 있다.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된 지 4년 뒤인 2003년 6월에 <국제정치연구> 제6집 제1호에 기고한 '대북포용정책의 평가: 성과와 한계'라는 논문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무모한 대북 강경파의 면모를 보여준다.

논문에서 그는 햇볕정책이 기본 조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됐다고 평가했다. "김대중 정부의 전략적 발상은 포용정책 실현을 위한 조건을 창출하는 데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대중 정부는 햇볕정책 실현의 구체적인 전략적 조건들을 제시하는 데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의 대북 햇볕정책은 <이솝우화>에 나오는 '북풍과 태양'이란 에피소드와 함께 거론됐다. 이 우화에는 '누가 행인의 옷을 벗기는가'를 놓고 내기를 벌이는 북풍과 태양이 등장한다.

북풍은 찬바람을 일으켜 옷을 벗기려 하지만 실패한다. 바람이 세게 불자 행인은 옷깃을 단단히 여미었을 뿐 아니라 나중에는 다른 옷가지까지 꺼내 입었다. 이긴 쪽은 태양이다. 태양은 햇볕을 강하게 내리쬐어 행인이 옷을 모두 벗어버리게 만들었다.

김영호의 위험한 발상
     
 본문에 인용된 논문.
ⓒ 동아시아국제정치학회
  
김영호 교수는 "우화 속의 나그네는 햇볕에 대해서 극히 제한된 방어 수단을 갖고 있을 뿐"이라며 "이와 달리 북한은 상당한 재래식 무기뿐만 아니라 대량살상무기를 공격과 억지의 수단으로 확보하고 있다"고 한 뒤, 북한이 옷을 모두 벗어버리고 변화의 길로 나오게 하려면 아래와 같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대중 정부가 의도한 대로 북한을 지속적으로 햇볕에 노출시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햇볕을 피해 나무 그늘 밑이나 동굴 속에 숨지 못하도록 나무를 자르고 동굴을 차단하는 조치들을 취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햇볕을 계속 쬐지 않고 나무 그늘이나 동굴로 피하게 되면 햇볕정책이 무용해지므로, 나무를 자르고 동굴 입구를 차단하는 일부터 미리 해놓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일견 그럴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위험한 암시를 담은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량살상무기가 북한의 대외 억지수단이 되고 있다고 말한 직후에, 햇볕정책이 성공하려면 북한이 햇볕으로부터 도피할 데가 없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 의미로 위 문장을 썼다는 점은 다음 페이지에서 확인된다. 그는 "햇볕정책 작동 자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대량살상무기를 포함한 안보적 우려 사항에 대한 일정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방치하면 햇볕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누차 강조하면서 "안보적 우려 사항에 대한 일정한 가시적인 성과가 필수적"이라고 언급했다.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모종의 조치부터 취한 다음에 햇볕정책을 시작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은 9·11테러 직후인 2001년 10월 7일 아프가니스탄전쟁을 일으켰다. 미국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3개월 뒤인 2002년 1월 29일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연두교서를 통해 북한·이란·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규정했다.

미국이 악의 축에 대한 공격을 합리화하고자 꺼낸 논리가 있다. 바로, 대량살상무기의 존재다. 그해 11월 8일,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안보리는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가 있다며 사찰을 촉구하는 결의를 통과시켰다.

그러고 나서 4개월 뒤인 2003년 3월 17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에 대한 전쟁 개시를 명령했다고 대국민 연설에서 밝혔다. 2004년에 이라크를 방문한 미국 조사단은 "대량살상무기는 없다"는 최종 보고서를 제출했지만, 조지 부시는 확인되지도 않은 대량살상무기를 빌미로 2003년 3월에 이라크를 침공했다.

김영호 교수가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언급한 것은 2003년 6월이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가시적 조치'를 취한 직후에 그런 주장을 공표했다. 햇볕정책이 성공하려면 대량살상무기부터 처리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 속에 얼마나 위험한 함의가 들어 있는지를 느끼게 된다.

북한이 1950년 이래로 미국의 봉쇄 속에서도 나라를 유지한 데는 군사력과 더불어 자력경생 경제정책, 북중관계 등이 영향을 끼쳤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북한이 봉쇄와 압박을 계속 견디고 있으므로 이것들부터 제거한 다음에 햇볕정책을 하든 말든 해야 한다는 게 김영호 교수의 메시지였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를 제거하고 북한의 자립경제 기반을 흔들고 북한과 중국을 갈라놓는 시도는 햇볕정책과 절대로 양립할 수 없다. 이런 시도는 전쟁을 벌이는 것과 진배없다. 김영호 교수는 이런 것들이 햇볕정책의 조건이라고 주장했지만, 절대로 조건이 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데도 김영호 교수는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거부감이 읽히는 동시에, 그의 위험한 발상을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런 시도가 북한만 위태롭게 하는 게 아니라 남한을 한층 더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은 굳이 강조할 필요도 없다.

2차 북핵위기, 햇볕정책의 원인 제공?
 
 2016년 12월 8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현대사학회 2016년 현안문제 학술 세미나 '국정 역사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평가와 자국사 교육의 방향'에서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운동권 출신인 김영호 교수는 서울대를 졸업한 뒤 보스턴대학과 버지니아대학에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대학원에서 전공한 분야는 국제정치학이다. 위 논문에서 그는 이런 경력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엉뚱한 발언을 스스럼없이 내놓았다. 김대중의 대북정책 때문에 2002년 제2차 북·미 핵위기(북핵위기)가 일어났다는 주장이 그것이다.

그는 논문 본문에서 "포용과 햇볕정책의 가장 중요한 성과의 하나로 평가되는 남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은 북핵 문제에 대한 조항조차 포함시키지 못함으로써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조건 창출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제2차 북핵위기의 원인을 제공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라고 주장했다. 결론에 가서도 "대북포용정책은 군사 및 안보 문제들에 대한 상호성을 결여함으로써 제2차 북핵위기를 불러왔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남북한이 2000년 6월 15일에 역사적인 남북공동선언을 발표할 때, 북한과 일본 간에도 화해 움직임이 있었다. 1992년에 중단됐던 북일 수교교섭이 2000년 4월 4일 재개됐고, 2002년 9월 17일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회담한 뒤 평양선언을 도출했다.

이런 정세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남북한과 일본의 의중에도 기인했지만, 그보다는 미국의 의중에 훨씬 크게 기인했다. 1999년 9월 15일 미국 의회 보고로 공개된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페리 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북한을 현 상태로 묶어둠으로써 긴장 고조를 차단하자는데 목적이 있었다.

미국이 내놓은 이 같은 새로운 대북정책에 대한 호응책 내지 편승책으로 나오게 된 것이 김대중과 고이즈미의 대북정책이다. 한·일 양국이 미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추진하는 것은 지금보다 그때가 더 힘들었다. 한·일 양국이 동시에 대북 대화에 나선 것은 미국의 의중을 고려하지 않고는 이해되기 힘든 현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김대중의 대북정책이 북핵위기의 원인이 됐다고 말하려면, 김대중과 보조를 맞춘 고이즈미의 대북정책도 함께 언급해야 한다. 동시에, 새로운 대북정책을 내놓고 한국·일본이 보조를 맞추는 것을 묵인하거나 유도한 미국의 책임도 함께 언급해야 한다.

김영호 교수는 당시 국제정세의 본질을 고려하지 않고 김대중의 대북정책을 꼭 집어 북핵위기의 원인으로 몰아세웠다. 국제 감각을 익힐 기회가 많았던 그의 경력을 무색하게 하는 주장이었다.

햇볕정책을 위해서는 북한의 존립 기반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에서 나타나듯이, 김영호 교수의 안보관은 북한을 위태롭게 하기보다는 남한부터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 통일부 장관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인식을 가진 그가 통일부 장관이 되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게 되면, 대한민국의 안보는 더욱 위험한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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