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수용자 살해’ 20대 재소자, 2심 사형에서 감형… 대법 "양형 부당"

1심, 무기징역→ 2심 "재미로 폭행" 사형 선고
대법 "다른 유사사건 비해 형이 무거워 부당"

동료 재소자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2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20대 재소자가 상고심에서 감형됐다. 대법원은 2016년 2월 사형 확정 판결을 한 이후 7년 동안 사형 판결을 내리지 않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살인, 특수강제추행, 특수상해, 특수폭행, 상습폭행,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28)의 상고심에서 사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이미 2020년 강도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이씨와 함께 동료 수용자를 폭행·살해하는데 가담한 또 다른 재소자 A씨(29)와 B씨(21)에 대해서는 각각 징역 12년, 징역 1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씨 등은 2021년 12월 공주교도소에서 동료 수용자 C씨를 수십 차례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씨는 C씨가 복용하던 심장병약을 20여일간 먹지 못하게 하고 뜨거운 물이 담긴 물병을 머리 위에 올려 화상을 입히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A·B씨는 C씨가 가슴 부위를 가격당해 쓰러진 상황에서 번갈아 망을 보거나 대책을 논의하는 등 40여분간 피해자를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은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A씨와 B씨에게는 살인방조 혐의를 인정해 각각 징역 2년6개월과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심은 "피고인들 모두 스트레스 해소와 단순한 재미를 위해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해 사망하게 만들었다"며 이씨에게 사형을, A·B씨에게는 각각 징역 12년,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에 대한 사형 선고는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사형의 선택기준이나 다른 유사 사건과의 일반적 양형의 균형상 원심이 이씨에 대해 사형을 선택한 것은 사형 선택의 요건에 관한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으로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허경준 기자 kjun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