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 실업급여로 샤넬 사고 해외여행" 국힘 공청회 발언 논란
국민의힘과 정부가 실업급여 제도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공청회에서 “여자들은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자기 돈으로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를 사며 즐기고 있다”는 발언이 나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당정은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참석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업무 담당자는 “사람들이 퇴직하면 퇴사 처리되기 전에 실업급여 신청을 하려고 웃으면서 찾아온다”며 “어두운 얼굴로 오시는 분은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남자분들 같은 경우 장기간 근무하다가 실업 당해서 오신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는데, 여자분들이나 젊은 청년들은 계약기간 만료된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실업급여 받는 도중에 해외여행 가고, 일했을 때 자기 돈으로는 살 수 없던 샤넬 선글라스나 옷을 사며 즐기고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저희가 생각했을 때 ‘이건 아니지 않나’ 한다”며 “일자리를 소개하려 연락하면 취업 안 할 테니까 일자리 소개하지 말라고 하거나, (신청) 대기하는 동안 본인들끼리 ‘이번에 (실업)급여몇 개월까진 나오니까 끝날 때쯤 취업하자’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또 “이게 제대로 굴러가는 게 맞는지, 최선의 노력으로 취업하라고 도와주고 싶은데 본인 스스로 거부하니까 솔직히 속상한 경우가 많다”며 “정말 필요한 제도이고 필요한 분한테 정말 도움이 되길 바라며 없어지지 않고 오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청회를 개최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도 정부 담당자의 발언을 한 번 더 언급했다. 박 의장은 이날 오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사단법인 산학연포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젊은이 중) 한 부류는 아주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며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은 지금 주력이 50~60대고 20대는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구조”라고 했다.
국민의힘 당내에선 해당 발언이 ‘남녀 갈라치기’라며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에서 청년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한 옥지원 전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실업급여 관련 당정 협의회에서 나온 정부 관계자의 남녀 갈라치기 발언은 당을 떠나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했다”고 지적했다.
옥 전 부위원장은 “남성은 성실한 일꾼, 여성은 사치하는 된장녀 프레임이냐”며 “도대체 언제적 구시대적 된장녀 선동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정치권의 ‘이대녀, 삼대녀 전략적 버리기’ 이젠 지겹다”며 “이렇게 숨 쉬듯이 여성혐오를 하면서 애는 많이 낳으라는 이중적인 태도, 이러고선 저출산을 걱정하냐”고 했다.
또 “실업급여 얘기에 남자 여자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청년 여성은 실업급여 신청할 때 조신하게 거적때기 입고 나라 잃은 표정하고 가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소한 정부가 관련된 공청회에서는 남녀 갈라치기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하고, 나왔을 시엔 정확하게 유감 표명을 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당정은 앞으로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실업급여 부정 수급에 대한 점검을 늘리고, 허위로 구직활동을 한 수급자에 대해서는 제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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