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바그너 반란 직후, CIA와 통화...우크라 문제 논의한 것"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 이타르-타스=연합뉴스.

지난달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반란 직후 러시아의 해외 정보기관 수장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수장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그는 대부분의 대화는 반란 사태가 아닌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했다고 주장했다.

로이터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을 인용해 세르게이 나리시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전 KGB 해외파트) 국장이 지난달 말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이 반란 해소 이후 나리시킨 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은 개입하지 않았다. 이것은 러시아 내부 문제다”라며 선을 그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나리시킨 국장은 번스 국장이 지난달 24일 벌어진 무장 반란 ‘사건’을 언급했다고 확인하면서도, 약 한 시간 동안 이어진 대부분의 통화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검토하고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CIA는 나리시킨 국장의 발언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윌리엄 번스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AFP=연합뉴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다른 국가가 자국을 대신해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놓고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고, 미국은 이 같은 입장을 지지해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은 정상적인 외교 접촉은 피하면서도 러시아와 ‘핵심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다. 번스 국장과 나리시킨 국장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양국 관계가 1962년 쿠바 미사일 사태 이후 최악으로 빠져든 와중에도 소통 채널을 유지해왔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