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로 "가자" 외치며 후반기 반등 각오 다진 KT 벤자민

김효경 2023. 7. 13.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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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위즈 투수 웨스 벤자민. 사진 KT 위즈

"가자!"
프로야구 KT 위즈가 재도약의 시동을 걸었다. 후반기 반격의 선봉장을 맡을 웨스 벤자민(30)은 능숙한 한국어로 의지를 드러냈다.

시즌 초반 부상자가 속출하며 최하위까지 처졌던 KT는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선수들이 하나둘 돌아왔고, 슬럼프에 빠졌던 선수들도 회복했다. 6~7월만 따지면 가장 승률(20승 12패·0.625, 12일 기준)이 높은 팀이 KT다. 순위는 7위지만 공동 4위 롯데 자이언츠, NC 다이노스와는 2.5게임 차다. 가을 야구를 충분히 노릴 수 있다.

최근 KT의 기세를 상징하는 선수가 벤자민이다. 벤자민의 성적도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는 중이다. 4월 평균자책점은 5.60에 그쳤으나, 이후 4.26(5월), 3.62(6월)로 점점 좋아졌다. 7월에는 2경기에 나와 2승 평균자책점 2.08을 찍었다.

특히 1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키움 에이스 안우진과 맞서 7과 3분의 2이닝 6피안타 1볼넷 11탈삼진 2실점해 4-2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해 똑같은 장소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안우진과 키움에 당한 패배를 설욕했다. 투구이닝과 탈삼진은 KBO리그 데뷔 이후 최다기록.

왼손투수인 벤자민은 지난 시즌 도중 대체선수로 KT 유니폼을 입고,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의 훌륭한 성적을 냈다. 최고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고, 투구를 감추는 동작(디셉션)이 좋다. 가을 야구에서도 선발과 구원을 가리지 않고 나서 호투했다.

이강철 감독은 시즌 전 "올해는 벤자민이 해줄 것"이라며 개막전 선발을 맡길 정도로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올해는 초반 부진 탓에 시즌 평균자책점 4.16으로 전반기를 끝냈다. 그래도 타선 지원을 많이 받아 팀내 최다인 9승을 거뒀다. 이 감독은 "일찍 교체된 몇 경기만 아니었다면, 전반기 10승도 했을 것"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벤자민은 "스프링캠프에서 구속을 높이려고 팔 각도를 낮췄는데, 그 여파로 몰리는 공이 많아졌다. 전력 분석팀과 얘기해서 지난해 각도로 높였다. (키움전은)지난해 포스트시즌처럼 던진 느낌이 들었다"고 웃었다.

KT 팬 뿐 아니라 야구 팬들은 벤자민을 좋아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한국 문화와 야구를 존중하는 태도 때문이다. KT 입단 당시 인터뷰에선 '현종이 형'이라고 말해 화제가 됐다. 텍사스 레인저스 시절 양현종과 함께 뛰면서 한국의 '형' 문화를 배웠다. 지난해 9월 KIA전에선 나성범의 머리를 맞힌 뒤에는 연신 미안하다는 말을 하며 상태를 살폈다. 헤드샷 규정 때문에 퇴장을 당하면서도 모자를 벗어 KIA 더그아웃쪽을 향해 인사했다.

구단 유튜브에서 라면 이름을 능숙하게 읽는 KT 위즈 벤자민. 위즈TV 캡처화면


한국어 실력도 뛰어나다. 구단 관계자 및 선수들에게는 한국말로 인사를 한다. 한국 선수들은 영어, 벤자민은 한국어를 조금씩 섞어 대화한다. 구단 유튜브를 통해 한글을 척척 읽는 모습도 선보였다. 벤자민은 "작년부터 한글은 조금씩 읽었는데, 비시즌에 연습을 많이 했다. 무슨 뜻인지는 정확하게는 몰라도 모든 한글을 읽을 수 있다"고 했다.

인터뷰 도중 갑작스럽게 한국어 표현을 부탁받았음에도 "준비한 게 아니라 갑자기 생각나는 말이 없다"면서도 "그래도 항상 많이 하는 말을 쓰고 싶다"며 "가자"라고 했다. 후반기 더 높은 곳으로 팀도, 자신도 올라가고 싶다는 말처럼 들렸다. "올스타 휴식기 동안 연습을 늘려서 후반기 좋은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각오도 예사롭지 않았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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