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美 라면시장 1위 등극"…농심 회장의 야심

김흥순 2023. 7. 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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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매출의 3배 증가 年15억달러 목표"
이메일 메시지로 임직원에 포부 전해
국내 사업 안정화·신사업 강화 구상도

"2030년까지 미국 라면시장 1위에 등극하겠다."

이달 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신동원 농심 회장의 포부다. 13일 농심에 따르면 신 회장은 최근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메시지를 통해 "향후 7년간 미국 시장에서 지금의 3배 수준인 연 매출 15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농심은 신 회장의 구상에 발맞춰 이르면 2025년께 미국 제3공장을 착공하고,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농심은 신 회장 취임 이후 '인생을 맛있게, 농심'이라는 슬로건 아래 새로운 변화와 다양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K푸드 열풍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글로벌 사업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거둔 것은 물론,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며 젊은 농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이달 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신동원 농심 회장[사진제공=농심]

40년간 해외 시장 공략,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발돋움

신 회장은 농심이 해외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일본 동경사무소에서부터 해외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해 왔다. 그는 동경사무소가 본격적인 수출 업무를 시작한 1987년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 한다는 말처럼, 라면으로 정면승부를 하려면 라면의 발상지인 일본에 가서 제대로 배워야 한다"며 동경사무소 근무를 자청했다. 이후 1991년까지 동경사무소에서 일하며 일본 시장에 농심 브랜드가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농심은 신 회장의 현장 경영에 힘입어 라면의 발상지 일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해외시장 진출 전략을 확고히 했다. 이에 따라 신라면의 맛을 그대로 가지고 나간다는 철학으로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렸고, 현재 세계 100여개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식품 브랜드가 경쟁하는 미국에서는 1984년 샌프란시스코 사무소를 설립하고 2005년 로스앤젤레스(LA) 공장을 가동하며 미 서부와 교포 시장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혔다. 일본의 저가 라면과 달리 프리미엄 제품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며 2017년 국내 식품 최초로 미국 월마트 전 점포 입점을 이뤄내는 성과도 거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농심 브랜드의 가치는 더욱 빛나기 시작했다. 농심 라면이 간편하게 조리해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품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에 농심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어 만든 '짜파구리'가 등장하면서 농심 라면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라면이 인기를 얻으면서 2021년에는 농심 미국공장의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에 이르렀다. 농심은 지난해 미국 제2공장을 완공해 생산능력을 70% 높였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40.1% 늘었고, 영업이익은 604.1%나 신장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발판으로 2030년까지 현지 매출 규모를 3배가량 늘린다는 것이 신 회장의 구상이다. 앞서 농심이 지난해 북미 지역에서 거둔 매출은 4억9000만 달러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자료에 따르면 농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2021년 기준 25.2%로 일본 토요스이산(47.7%)에 이어 2위였다. 농심 관계자는 "지금의 성장세와 1위 일본 업체와의 점유율 차이를 감안할 때 미국 시장의 비전은 충분히 달성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신동원 농심 회장이 미국 제2공장 생산시설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농심]

국내 사업도 내실 다지기…고객 중심 경영 힘써스마트팜·비건·건강기능식품 등 신성장동력 발굴도

신 회장은 국내 시장에서도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주문해 왔다. 이를 위해 수익성 개선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회사 운영 전반에서 불필요한 낭비 요소를 줄여 이익률을 끌어올렸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업무방식에 적용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프로젝트'도 추진했다. 생산 현장에 AI를 도입해 불량률을 혁신적으로 낮추는 등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식품 안전의 수준을 한층 높인 것이다.

그는 농심이 '올드'한 기업 이미지를 벗고 MZ세대(밀레니얼+Z세대)와 친밀하게 소통하는 '젊은 농심'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판단 아래 조직문화부터 젊게 바꿨다. 우선 지난해부터 자율복장제도를 도입하고, 직급체계를 기존 5단계에서 3단계로 간소화했다. 마케팅 활동에서도 지난해 안성탕면 팝업스토어에 이어 올해 신라면 팝업스토어를 선보이며 MZ세대 소비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라면과 스낵 중심의 사업구조를 중심으로 농심의 미래를 열어갈 신사업 추진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오염으로 농작물 안전성이 위협받는 상황을 고려해 '스마트팜' 사업에 나선 사례가 대표적이다. 농심은 1995년 강원도 평창 감자 연구소를 시작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했다. 시설부터 제어 시스템까지 자체 개발해 재배 작물의 특성에 맞춰 모든 조건을 최적화할 수 있는 강점을 기반으로 중동지역에서 스마트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오만에 스마트팜 컨테이너를 수출했고,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마트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신 회장은 또 생명 존중과 환경보호 등의 트렌드에 맞춰 '비건푸드'가 주목받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2020년 농심이 자체 개발한 '대체육 제조 기술(HMMA)'을 기반으로 다양한 식품을 선보이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도 출시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비건 파인 다이닝을 제공하는 '포레스트 키친'을 선보이며 소비자에게 비건 요리의 매력을 알리고 있다.

농심이 2020년 출시한 '라이필' 브랜드를 내세워 건강기능식품 시장에도 진출했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를 주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였고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락토페린 등으로 라이필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수면력과 기억력 개선은 물론 대사 체계에 도움을 주는 제품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이며 관련 시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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