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경기 3승 1.42' 문동주, 관리-성적 다 잡을까
[양형석 기자]
▲ 문동주 '퀄리티 스타트' 6월 30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문동주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피칭을 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한화가 지난해 다승왕 켈리를 내세운 선두 LG를 꺾고 8위로 올라섰다.
최원호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장단 6안타를 때려내며 2-1로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따냈다. 전반기 마지막 시리즈에서 리그 선두 LG를 꺾으며 연승을 달린 한화는 이날 kt 위즈에게 3-4로 패하며 6연패의 늪에 빠진 키움 히어로즈를 반 경기 차이로 제치고 단독 8위로 도약했다(34승 4무 40패).
한화는 1회 2사 1, 2루에서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린 루키 문현빈이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가운데 간판타자 노시환이 2안타 1득점으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마운드에서는 좌완 김범수가 9번째 홀드, 마무리 박상원이 7번째 세이브를 챙겼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본 야구팬이라면 한화 승리의 일등공신이 누군지 잘 알 것이다. 바로 7.1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5피안타 1사사구 5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6승째를 챙긴 문동주가 그 주인공이다.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유망주들의 이닝관리
사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뛰어난 구위로 팀의 주축으로 떠오른 신인투수가 등장하면 최대한 많은 경기에 등판해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이었다. '투수의 어깨는 쓸수록 단단해진다'는 속설이 정설처럼 떠돌기도 했고 팀을 위해서라면 선수가 희생을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에는 커리어 초반에 무리하게 많은 공을 던지다가 선수생명이 짧아졌던 비운의 선수들이 적지 않았다.
대표적인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인 '2대 안경에이스' 염종석(동의과학대 감독)이다. 부산고를 졸업하고 1992년 롯데에 입단한 염종석은 만 19세의 어린 나이에 가을야구를 포함해 한 시즌에 235.1이닝을 던지면서 롯데의 우승을 위해 자신의 어깨를 바쳤다. 1993년에도 7번의 완투를 포함해 158.1이닝을 던진 염종석은 이후 15년 동안 한 번도 두 자리 승수를 올리지 못하다가 2008 시즌이 끝난 후 선수생활을 마감했다.
2002년 KIA 타이거즈 입단 당시 '리틀 선동열'로 불리며 당시 역대 최고액에 해당하는 7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던 김진우도 루키 시즌 188이닝을 던지며 상당히 무리했다. 김진우는 루키 시즌 이후에도 세 번에 걸쳐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지만 한 번도 신인 때 기록한 12승을 능가하는 승수를 올리진 못했다. 결국 선동열을 능가할 거라던 슈퍼 루키는 프로 16년 동안 74승 61패 6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4.07의 성적을 남기고 유니폼을 벗었다.
물론 입단 초기부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것이 무조건 투수에게 악영향을 끼친다고 할 수는 없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의 경우엔 2006년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루키 시즌부터 무려 201.2이닝을 소화했다. 당시에도 향후 선수생활에 크게 무리가 될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류현진은 2012 시즌이 끝난 후 메이저리그 LA다저스와 계약할 때까지 7년 동안 연평균 181이닝을 던지는 '강철체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류현진의 사례는 예외적인 일이고 젊은 투수들의 관리는 점점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각 구단들은 젊은 투수 유망주들에게 많은 이닝을 던지지 않게 하는 '이닝제한'을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고교시절 '초고교급 투수'로 불리던 신인들이 입단 초기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고 구단의 관리를 받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화의 문동주 역시 구단의 철저한 관리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유망주 투수다.
8경기 5QS, 후반기 이닝제한 가능할까
광주에서 나고 자란 문동주는 진흥고 입학 당시 내야수로 활약하다가 1학년 때 투수로 전향했다. 투수 변신 후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인 문동주는 이듬해 투수 데뷔전에서 시속 147km의 빠른 공을 던지며 아마야구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고 3학년 진학 후에는 시속 150km를 상회하는 강속구로 연고구단 KIA의 1차지명 후보로 급부상했다. 특히 2022년 신인 드래프트를 끝으로 전면 드래프트가 부활해 KIA의 '마지막 선택'은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KIA는 미래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문동주 대신 '리틀 이종범'으로 불리는 광주 동성고의 내야수 김도영을 선택했다. 결국 문동주는 전국지명이 가능했던 한화의 1차지명 선수가 됐다. 한화는 문동주에게 2011년의 유창식(7억 원), 2006년의 유원상(5억 5000만원)에 이어 구단 역대 3위에 해당하는 5억 원의 계약금을 안겼다(2023년 전체 1순위 김서현 역시 문동주와 같은 5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옆구리 부상으로 퓨처스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한 문동주는 2022년 5월 1군에 데뷔했지만 신인 티를 벗지 못하고 고전했다. 특히 6월 9일 두산 베어스와의 선발 데뷔전에서는 2이닝 4실점으로 크게 부진했다. 결국 문동주는 루키 시즌 4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13경기에서 28.2이닝을 던지며 1승 3패 2홀드 5.65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시즌 마지막 3번의 선발 등판에서 모두 5이닝을 던진 것이 다음 시즌 활약을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루키 시즌의 철저한 관리는 올 시즌 성적으로 돌아오고 있다. 5월까지 8경기에 등판해 2승 4패 4.74를 기록하던 문동주는 6월 이후 8경기에서 45이닝 12자책(평균자책점 2.40)으로 호투하며 4승을 추가했다. 특히 최근 4경기에서는 25.1이닝 4자책으로 3승 1패 1.42라는 눈부신 호투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동주는 12일 LG와의 전반기 마지막 등판에서도 7.1이닝 1실점으로 2022년 다승왕 케이시 켈리(7이닝2실점)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한화 구단은 올 시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포함해 문동주의 이닝제한을 130이닝으로 걸어두고 있다. 하지만 한화가 후반기 본격적인 중위권 싸움에 뛰어든다면 현재 실질적인 토종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문동주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화가 전반기 마지막 8경기에서 5번의 퀄리티스타트를 포함해 83이닝으로 전반기를 마친 문동주를 후반기에도 슬기롭게 활용해 '성적과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 대통령 바꿀 동력은 치명적 선거 패배, 가능할까?
- '살아 있는 기술 박물관' 대장간은 반도체 기술의 원점
- "안녕하세요" 한국말 인사한 기시다... 방류 기정사실화한 윤 대통령
- 대통령실 이전, 수도방위사령관도 기사 보고 알았다
- "백선엽이 친일파 아니란 주장은 박민식 장관이 거의 유일"
- '일본-IAEA 거래' 의혹 보도, 한국 언론은 세 번 외면했다
- "인민군복 입고 윤석열 퇴진 촛불?" <조선> 보도 '거짓'
- [10분 뉴스정복] 오염수 탱크에 계속 보관, 3000억 원이면 된다
- 특별감찰관 안 두면 김건희 여사 일가 의혹 더 나올 것
- 광주 화정 아이파크 '반쪽 철거, 재시공'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