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복 교수 “개별 새마을금고도 내부통제·준법감시·상임감사 의무화”

황윤주 2023. 7. 13.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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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 법학자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자산 2조원 넘는 개별 금고 상당수…철저히 감독해야”
미·영처럼 5개 상호금융 전담하는 ‘상호금융감독청’ 만들 필요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이상복 서강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별 새마을금고도 내부통제, 준법감시, 상임감사 제도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최근 서강대학교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나 "개별 새마을금고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를 일정 부분 관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제도를 따르지만, 개별 금고는 해당사항이 없다.

이 교수는 경제학을 전공한 변호사 출신의 금융 전문 법학자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을 지내다 2021년 금융감독원장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2021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임기 만료 2개월 전 사임하고 학계로 돌아갔다. 최근 새마을금고법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실무를 반영한 '새마을금고법'을 출간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새마을금고의 대출 연체율은 5.34%로, 전체 상호금융기관(2.42%)의 2배 수준이었다. 이후에도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계속 올라 지난달 15일에는 6.49%를 기록했다. 이에 불안감을 느낀 사람들이 예금을 인출하면서 지난 4월 기준 수신 잔액이 6조9900억원이나 감소해 뱅크런 우려가 불거졌다.

이런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따른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대출 잔액은 213조2000억원이었다. 이 중 부동산 시행사 등 기업에 내준 대출 잔액은 111조6000억원에 이른다.

이상복 교수는 "부동산 PF 대출은 현금흐름을 담보로 하는 고난도의 대출 상품"이라며 "부동산 PF 대출을 결정하는 전문 운용 인력이 있어야 하고, 이들의 업무를 감시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별 금고가 임의로 대출을 실행하거나 횡령, 배임 등 금융사고와 각종 비리·비리 행위가 끊이지 않음을 꼬집은 것이다.

상호금융기관마다 상임감사의 의무 선임 기준이 다른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상임감사는 금융회사의 회계와 업무 전반에 대한 총책임자다. 현행 규정상 신협과 농협만 상임감사 선임 의무화 규정이 존재한다. 새마을금고와 수협·산림조합은 선임 의무가 없다.

이 교수는 "자산 규모가 2조원이 넘는 개별 금고가 상당수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저축은행처럼 내부통제 기준도 마련하고 준법감시, 상임감사를 모든 금고에 의무화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개별 금고의 규모에 따라 차등을 두어야 하지만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상복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이 교수는 이원화된 새마을금고의 관리·감독 체계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감독권 이전 논의에 대해 "전문성이 있는 금융위원회로 넘기는 것이 마땅하다"고 말했다.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행정안전부가 새마을금고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포괄적으로 관리·감독한다. 이와 달리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사는 금융당국의 직접적인 관리와 감독을 받는다. 신용공제사업은 행안부와 금융위원회가 협의해 감독하도록 규정한다. 금융당국이 사실상 직접적인 감독·명령 권한이 없는 셈이다.

다만 새마을금고의 감독권을 금융위로 넘기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고 일갈했다. 이 교수는 "모든 상호금융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금융위에 주고 전문 인력을 보강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의 PF 규모도 만만치 않다"며 "어중간하게 새마을금고만 금융위로 넘기면 업무만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국과 영국처럼 상호금융을 전문적으로 감독하는 기관을 따로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금감원과 별도로 모든 상호금융기관을 담당하는 '상호금융감독청'을 만들어 관리·감독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새마을금고 예금 재예치를 위해 꺼내든 비과세 혜택 복원과 제도 유지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뱅크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혜택 복원은 어쩔 수 없으나, 예금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원래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행안부와 새마을금고는 예·적금을 중도 해지한 고객이 14일까지 재예치를 신청하면 기존 약정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유지해주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새마을금고는 비회원에게도 예금에 대해 최대 30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있다"며 "서민 재산증식 수단으로 특례를 만든 것인데, 부자들의 절세 수단으로 쓰이고 있으니 정기예금이 아닌 적금에만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비과세예금은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새마을금고, 신협, 수협 등 상호금융기관에만 허용되고 있다. 4인 가족 기준 1억2000만원까지 맡길 수 있다.

한편 이 교수는 최근 '새마을금고법'을 출간했다. 앞서 상호금융업법 중 하나인 '신용협동조합법' '농업협동조합법' '수산업협동조합법' '산림조합법'을 출간했다. 앞으로 '상호금융업법'도 출간할 예정이다. '상호금융업법'은 앞서 출간된 '신용협동조합법' 등 5개 협동조합법의 주요 내용을 비교 분석한 책이다. 최근 상호금융업과 상호금융기관들이 부동산시장과 금융시장에서 부동산 PF 대출로 논란이 일고 있어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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