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앰프 테러' 논란 심각한 후폭풍…병원 치료 받는 울산 팬들까지
김명석 2023. 7. 13. 07:03
지난 주말 포항스틸야드 ‘동해안더비’
패배한 포항, 소음 수준의 노래 틀어
성인·아이 등 30여분 간 그대로 노출
“귀 통증 느낄 정도…최고 120dB↑”
대형병원 진료 권유 받은 피해자까지
포항측 “팬들 충돌 막으려 볼륨 키워”
“안전에 몰입하다 보니 실수 있었다”
지난 주말 포항 스틸러스 원정 응원에 나섰던 울산 현대 팬들이 이른바 ‘앰프 테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 포항 측이 경기장 앰프 볼륨을 크게 높인 채 노래를 반복적으로 재생해 이명과 어지럼증 등 증상을 호소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이미 울산 팬들은 진단서 등 피해사례를 수집하면서 포항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 측은 과정상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팬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두 팀의 ‘동해안 더비’ 이후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귀에 통증을 느낄 정도의 큰 볼륨으로 노래가 반복 재생됐다. 원정팀 울산이 1-0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과 원정 팬들이 승리를 자축할 때부터 노래가 재생됐다. 경기 종료 직후 방송 인터뷰조차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경기장 구조 특성상 빨리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없었던 팬들은 30여분 간 이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당시 경기장을 찾았던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김기원 의장은 “귀에 통증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신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조금 컸다’ 수준이 아니라 바로 옆 사람과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10년 넘게 축구를 보러 다녔는데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경기장엔 성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 팬들은 자체적으로 피해사례를 수집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시 상황들에 대한 사진·영 상 자료들만 200개가 가까이 모였다. 직접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낸 팬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자동으로 측정된 당시 현장 데시벨(dB)은 평균 100~120dB에 2층은 120dB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는 게 팬들의 설명이다.
주도적으로 피해사례들을 모으고 있는 한 팬은 “이 정도 데시벨이면 10~30분 정도 노출될 경우 청각에 손상이 가는 수준”이라며 “대학병원 진료까지 권유받거나 3주 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례들도 있다. 팬들이 경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도 역시 피해”라고 전했다.
울산 팬들은 무엇보다 포항 구단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은 물론 치료 중인 팬들에 대한 치료비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 구단 역시도 팬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절차상 개입이 필요할 경우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포항 측은 평소보다 소리가 컸던 것, 그리고 팬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실수라고 인정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팬들의 안전을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방송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중계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관계자는 “경기가 끝난 뒤 소리가 조금 크게 나간 건 사실이다. 서포터스 상호 간 소리가 서로 안 들릴 정도로 키웠다. 동해안 더비라는 게 특수성이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충돌이 있던 사례도 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쯤부터 양쪽 서포터스에서 도발 등이 오가는 게 인지가 됐다. 물리적인 충돌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보니, 홈경기 담당자가 서로 간 도발이 들리지 않게 볼륨을 올리기로 결정을 했다. 그게 조금 과하게 진행이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의도는 양 팬들이 서로 도발을 안 듣고 안전하게 퇴장시키는 것이었다. 30분 넘게 팬들이 퇴장을 안 해 계속 소리를 유지했다. 당시에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 그게 불편감을 끼칠 수 있다는 부분은 인지를 못했다.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으로 인해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추후에는 음향을 활용한 어떤 방식도 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계도를 하자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도 운용의 묘를 좀 살렸어야 하는데, 안전해야 된다는 것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안타깝게도 선택 과정에서 조금의 실수가 좀 있었던 것 같다”며 “피해 보상의 경우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 입증이 되면 당연히 절차를 밟아서 진행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 팬들은 이번 사안이 포항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의 규정 신설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울산의 한 팬은 “포항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K리그 규정의 신설을 원하고 있다. 야구장에는 소음 관련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K리그도 앰프 소음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맹 관계자는 “팬들의 안전을 위해서 구단들과 긴밀히 협조해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김명석 기자
패배한 포항, 소음 수준의 노래 틀어
성인·아이 등 30여분 간 그대로 노출
“귀 통증 느낄 정도…최고 120dB↑”
대형병원 진료 권유 받은 피해자까지
포항측 “팬들 충돌 막으려 볼륨 키워”
“안전에 몰입하다 보니 실수 있었다”
지난 주말 포항 스틸러스 원정 응원에 나섰던 울산 현대 팬들이 이른바 ‘앰프 테러’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경기 종료 후 포항 측이 경기장 앰프 볼륨을 크게 높인 채 노래를 반복적으로 재생해 이명과 어지럼증 등 증상을 호소하는 팬들이 적지 않을 정도다. 이미 울산 팬들은 진단서 등 피해사례를 수집하면서 포항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포항 측은 과정상 실수를 인정하면서도 팬들의 안전을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두 팀의 ‘동해안 더비’ 이후 경기장에는 관중들이 귀에 통증을 느낄 정도의 큰 볼륨으로 노래가 반복 재생됐다. 원정팀 울산이 1-0으로 승리한 뒤, 선수들과 원정 팬들이 승리를 자축할 때부터 노래가 재생됐다. 경기 종료 직후 방송 인터뷰조차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을 정도의 소음이었다. 경기장 구조 특성상 빨리 경기장을 빠져나갈 수 없었던 팬들은 30여분 간 이 상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당시 경기장을 찾았던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 김기원 의장은 “귀에 통증이 있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신 분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조금 컸다’ 수준이 아니라 바로 옆 사람과도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10년 넘게 축구를 보러 다녔는데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무엇보다 경기장엔 성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많았다. 아이들은 더 힘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울산 팬들은 자체적으로 피해사례를 수집하면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당시 상황들에 대한 사진·영 상 자료들만 200개가 가까이 모였다. 직접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를 낸 팬들도 적지 않을 정도다. 스마트기기 등을 통해 자동으로 측정된 당시 현장 데시벨(dB)은 평균 100~120dB에 2층은 120dB 이상인 경우도 있었다는 게 팬들의 설명이다.
주도적으로 피해사례들을 모으고 있는 한 팬은 “이 정도 데시벨이면 10~30분 정도 노출될 경우 청각에 손상이 가는 수준”이라며 “대학병원 진료까지 권유받거나 3주 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사례들도 있다. 팬들이 경기 당시 현장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한 것도 역시 피해”라고 전했다.
울산 팬들은 무엇보다 포항 구단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책 마련은 물론 치료 중인 팬들에 대한 치료비 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울산 구단 역시도 팬들이 피해를 입은 만큼 절차상 개입이 필요할 경우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포항 측은 평소보다 소리가 컸던 것, 그리고 팬들이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실수라고 인정했다. 다만 궁극적으로는 팬들의 안전을 위한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해명했다. 방송 인터뷰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중계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관계자는 “경기가 끝난 뒤 소리가 조금 크게 나간 건 사실이다. 서포터스 상호 간 소리가 서로 안 들릴 정도로 키웠다. 동해안 더비라는 게 특수성이 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충돌이 있던 사례도 있었다. 경기가 끝날 때쯤부터 양쪽 서포터스에서 도발 등이 오가는 게 인지가 됐다. 물리적인 충돌을 막는 게 최우선이다 보니, 홈경기 담당자가 서로 간 도발이 들리지 않게 볼륨을 올리기로 결정을 했다. 그게 조금 과하게 진행이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의도는 양 팬들이 서로 도발을 안 듣고 안전하게 퇴장시키는 것이었다. 30분 넘게 팬들이 퇴장을 안 해 계속 소리를 유지했다. 당시에는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돼 그게 불편감을 끼칠 수 있다는 부분은 인지를 못했다. 내부에서도 이번 사안으로 인해 불편감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알았으니, 추후에는 음향을 활용한 어떤 방식도 쓰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계도를 하자는 방향으로 정리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도 운용의 묘를 좀 살렸어야 하는데, 안전해야 된다는 것에 너무 몰입하다 보니 안타깝게도 선택 과정에서 조금의 실수가 좀 있었던 것 같다”며 “피해 보상의 경우 객관적으로 피해 사실 입증이 되면 당연히 절차를 밟아서 진행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한편 울산 팬들은 이번 사안이 포항뿐만 아니라 K리그 전체의 규정 신설로까지 이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울산의 한 팬은 “포항의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그리고 K리그 규정의 신설을 원하고 있다. 야구장에는 소음 관련 규정이 있는 것으로 안다. K리그도 앰프 소음과 관련된 구체적인 규정들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맹 관계자는 “팬들의 안전을 위해서 구단들과 긴밀히 협조해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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