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사채의 덫]③소액생계비대출, 사라진 150만명 양지로 끌어낸다

심나영 2023. 7. 1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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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오씨(57)는 청소용역업체와 식당, 두 군데에서 일한다.

지난 3월 27일 금융위원회가 시작한 소액생계비대출 제도는 대부업에서 사라진 150만명 같은 저신용·저소득자를 양지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를 찾아오는 사람들 10명 중 9명은 신용점수 하위 10%다.

오는 9월 27일이 되면 소액생계비 대출 제도가 생긴 지 반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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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혜 서민금융진흥원 부장 인터뷰
"사각지대 저신용자, 50만원 대출 유인책으로 상담 제공"
불법사금융·채무조정·복지·취업 해결책까지 알려줘
최고 연 15.9% 금리로 100만 원까지 빌려주는 소액 생계비 대출 상품이 출시된 27일 서울 중구 중앙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은 시민들이 대출신청을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김중오씨(57)는 청소용역업체와 식당, 두 군데에서 일한다. 아내는 투병 중이고 딸은 대학생이다. 혼자 돈을 벌어서 근근이 생활하는 수준이다. 김씨는 이달 초 소액생계비대출 신청을 하려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찾았다.

"신용도도 낮고 원래 빚이 있으니까 아는 사람 소개로 찾아갔던 대부업체에서도 대출을 안 해주더라고요. 대학 등록금 주고 월세도 내야 해서 길에서 사채업체 명함을 주워서 거기다 연락해 4번에 걸쳐 300만원을 빌렸어요. 금리가 워낙 높아서 돈도 못 갚고 협박만 받고 있습니다."

창구에 가서 토로하자 상담원은 일반생계자금 용도로 50만원을 대출해줬다. 김씨에게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사례 등록을 돕고 대한법률구조공단 상담도 안내했다.

신용점수 하위 10% 문밖으로 나오도록 유인해 재기 도와

김미혜 서민금융진흥원 금융사업부 부장이 지난 12일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 3월 27일 금융위원회가 시작한 소액생계비대출 제도는 대부업에서 사라진 150만명 같은 저신용·저소득자를 양지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에게 최대 100만원까지 급전을 빌려주면서 재기를 위한 상담도 진행한다.

소액생계비대출 상담 창구를 찾아오는 사람들 10명 중 9명은 신용점수 하위 10%다. 실무를 맡은 김미혜 서민금융진흥원 금융사업부 부장은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에서도 거절당해 사채까지 손을 대는 이들은 누구에게 속사정을 이야기 못 하고 혼자 끙끙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50만원을 유인책으로 제시하면서 밖으로 나오게 한 뒤 필요한 걸 도와주는 게 이 제도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올해 소액생계비대출 예산은 1000억원이다. 지난 3월 말부터 6월 말까지 총 6만3538명이 신청해 389억원이 소진됐다. 50만원을 빌리는 경우 한 달 이자를 6000원 정도 내야 한다. 이 이자를 안 낸 사람 비율이 전체 신청자의 10% 정도 된다.

불법사채 피해 상담 건수 특히 많아

소액생계비 대출 상담은 복지안내·채무조정·취업 지원·불법사금융으로 나눠진다. 간병비가 필요한 사람에겐 지자체 간병지원제도를, 고시원비가 없다는 일용직에겐 일자리를 연계해주는 식이다.

특히 불법사금융에 대한 상담 건수가 많은 편이다. 김 부장은 "신청자들의 신용점수가 대부분 600점 미만인 구간이라 사채 시장에 얽힌 신청자들이 많다"며 "전국 센터에서 하루에 1000건 정도 상담이 이뤄지는데 이 중에 불법 사금융을 이용했거나 이용하려고 하는 상담이 일평균 350건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전했다.

이들에게는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연결해 불법 채권추심으로부터 차주를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삼는 채무자 대리인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고, 금감원에 피해 사례 등록을 해주고 있다.

오는 9월 27일이 되면 소액생계비 대출 제도가 생긴 지 반년이 된다. 대출한 이후 6개월 동안 이자를 매달 납부한 사람들은 50만원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1년 동안 이자를 밀리지 않고 상환하면 금리도 9.9%까지 낮춰준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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